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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설날, 먹자골목 분식집에서 그냥 나온 사연

by 홈쿡쌤 2014.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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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시장통 먹자골목 분식집에서 그냥 나온 사연





북적이는 명절이었습니다.
멀리 사는 형제들이 모여 설을 쉬고 친정으로 떠났습니다.
"엄마! 우리는 어디 안 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산소 갔다가 이모 집에나 다녀오자."
"나 오후에 약속 있어."
"그래? 그럼 얼른 가자."
집에서 5분 거리인 안락공원으로 향하였습니다.
6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사랑 듬뿍 받으며 자랐습니다.
그 사랑 절반도 전하지도 못했는데 떠나고 안 계시는 부모님입니다.

추모당을 나와 가까이 사는 언니 집으로 향했습니다.
인터폰을 눌러도 인기척이 없습니다.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 보니 금방 무슨 일이 있어 나갔다는 것입니다.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남편은 약속이 있어 바로 나가야 하고,
아들도 친구 만난다며 버스 정류장으로 데려다 달라고 합니다.
"당신은 뭐할 거야?"
"집에 있지 뭐."
"엄마! 영화나 봐."
"혼자서?"
"혼자 보면 어때. 내가 <수상한 그녀> 예매해 줄게."
핸드폰으로 금방 예약되었다는 문자가 날아듭니다.







남편을 따라 시내로 나가 영화관에 들러 예매해 두었던 자리를 확인하고 표를 받았습니다.
두 시간이란 여유가 있어 아이 쇼핑을 즐기다 시장통에 있는 먹자골목으로 향했습니다.
설날이라 그런지 문을 닫은 곳이 더 많았습니다.
식당을 열은 곳이 3~4 군데 밖에 없어 사람은 북적였습니다.
혼자라 쑥스럽게 가장자리에 앉으며
"사장님! 빨리 되는 게 뭐예요?"
"우린, 빨리해 달라는 사람 하나도 안 반갑네."
"..............."
메뉴가 너무 많아 선택하기가 어려워서 한 말이었는데 뚝 쏘아붙입니다.

잠시 후, 남자 두 분이 서서
"아줌마! 손칼국수 됩니까?"
"손칼국수가 아니라 기계 칼국수입니다."
"손칼국수 하나, 김밥 하나 시킬까?"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합니다."
두 남자는 멀뚱멀뚱 쳐다만 봅니다.

"..........."
"오늘 같은 날, 이것저것 시키면 안 됩니다!"
"장사를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가자!"
사장님의 말에 화가 난 듯 뚜벅뚜벅 발길을 돌립니다.
엉거주춤 앉아있던 저도 그냥 일어서 나와버렸습니다.
뭐든 먹으면 체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아무리 사람이 많아 바쁜 일손이지만,
손님을 대하는 서비스 정신은 빵점이었습니다.
'저렇게 장사하다 오래 못 가지'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개업하는 식당수도 많지만,
문을 닫는 식당수도 상당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열심히 해도 견뎌내기 어려운 세상인데, 내 집에 찾아온 손님인데 어떻게 저렇게 대할까 싶어 안타깝기만 한 하루였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고 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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