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만 잡고 잔 "연애 시절 이야기"
오늘은 더위의 후반이라고 할 수 있는 말복입니다. 남부지방에는 연일 폭염으로 열대야가 있어 잠 못 이루는 밤이 되곤 합니다. 우연히 블로그 뉴스 이슈트랙백으로 걸린 글 중에
연애시절 손만 잡고 잔 첫날밤이란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1593293 글을 읽고 가까이 지내던 지인의 이야기가 생각나 이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건 1990년 쯤 됩니다. 발령을 받은 지 5년 정도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멀리 출퇴근을 하면서 카풀로 함께 3년을 같이 다니면서 정도 많이 든 선생님이었습니다.
그 때 제나이 스물일곱, 여선생님은 우연히 제게 맞선을 주선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인연이 아니었는지 양쪽 다 별 반응 없어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제게 남편과 연애하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었습니다. 인연은 따로 있으며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란다고 하시며....
여선생님은 아들 속에서 자란 고명딸이었습니다. 자기에게 삼류 연애소설같은 일이 있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한참 연애를 하고 있던 때, 배를 타고 통영 연화도를 놀러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들어갈 때에는 아무런 일 없이 잘 타고 갔는데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로 인해 배가 뜨지 못하자 할 수 없이 밤을 새우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발이 묶이는 바람에 겨우 방 하나를 잡을 수 있었고, 둘이 한방을 사용하게 되자 겁부터 덜컥 나고 머릿속은 하얗게 텅 빈 것 같아 걱정만 하다 번쩍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살짝 일어나 화장실로 가 가방 속에 넣고 다니던 옷핀으로 팬티와 런닝을 빙 둘러가며 전체를 기웠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방으로 돌아와 눕지도 못하고 앉아서 잠을 청했습니다. 청춘의 피가 끓는 젊음을 가진 청년이 애인을 두고 그냥 넘어갈 수 있었겠습니다. 하늘이 주신 기회로 삼고 손을 더듬으니 세상에나 옷핀으로 허리둘레를 다 꽂고 앉아 있었으니 놀래지 않을 사람 어디 있겠습니까.
그걸 본 청년은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손만 잡고 잠을 청하더란 것이었습니다.
그 이튿날 날이 맑아 집으로 돌아오면서 청년이 하는 말
"00씨~ 정말 그러실 줄을 몰랐습니다. 저와 결혼 해 주시겠습니까?" 하더랍니다.
"............."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뚝뚝 흘리자
"아니, 왜 우십니까?"
"제가 더 고맙습니다."
여선생님은 억지로 몸을 탐하려 하지 않고, 감정 억누르며 참아 준 그 청년이 더 고마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그런 방법까지 써 가며 지키고 싶은 그 마음이라면 평생을 함께 해도 좋을 사람이란 것을 알아차렸다는 것입니다. 여선생님 역시 그 정도라면 믿을만한 사람이었을 것 같았다고 합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바로 결혼을 해 지금은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부부가 되었답니다.
가끔 한 번씩 만나면 부럽기까지 한 다정한 부부입니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 쉽게 여기고, 연애 따로, 결혼 따로 만난다는 요즘 청년과는 너무 다른 생각을 가진 분 같습니다. 물론, 세월이 많이 흘렀고 연애, 결혼관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지킬 건 지켜야 한다는 보수적인 사람이라 그런지 모를 일입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나요?
여러분의 의견들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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