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던진 돌, 개구리는 아프다?
9월 속에는 더디 오는 듯 하면서도 벌써 가을이 성큼 함께 와 있습니다. 아직 끝내지 못했지만 15년을 살아온 집을 수리하였습니다. 이리저리 짐을 옮기고 없앨 건 없애고 새로 들일 건들이고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물건 정리를 하다보니 시어머님의 옷을 넣어 두었던 서랍장을 없애게 되었습니다. 손녀 손자들이 보고 싶으면 가끔 와서 하룻밤 지내고 가시곤 하기에 서랍 속에는 오래전 사 드렸던 통도 뜯지 않는 속옷통과 낡은 팬티 그리고 치마 두개가 나왔습니다. 늘 그렇지만 새 것을 사 드려도 평생 아끼고 절약해 오신 습관으로 인해 다 늘어지고 기운 자국들이 선명하게 들어나 있는 팬티였습니다. 어머님의 그 마음 알지만 헐은 속옷은 쓰레기봉투에 버리고, 새 속옷통과 치마 두개만 쇼핑백에 넣어 현관 입구에 놓아두었습니다. 시댁 갈 때 가져 가려고 말입니다. 그런데 남편이 그 쇼핑백을 보고는 한마디 합니다.
“이게 뭣꼬?”
“어머님 옷...”
“왜 여기 내 놓은 거야?”
“시골 가져다 드리려고...”
“참나! 그럼 엄마 우리 집에 오지 말란 소리야?”
“엥? 무슨 말이 그렇게 심한 말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인데 남편은 많이 서운한 가 봅니다.
공부를 하고 있는 아이를 부르며
“아들! 이리 함 와 봐”
“왜요?”
“네 엄마가 할머니 옷 갖다 드린단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있다가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니,
“아니, 아빠는 그런 걸 가지고 왜 그래요? 아무것도 아니구먼..”
“너도 나중에 네 마누라가 이러면 어떻게 할래?”
“참나, 설마 엄마가 그랬을까. 아빠 과민반응 하지 마세요.”
“엄마 못 오게 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못 오긴 왜 못 와요. 오고 싶으면 오면 되고 그렇지.”
괜스레 아들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 같아
“아니, 엄마가 잘못했어. 다시 넣어 둘게.”
참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시어머님에 대한 아들과 며느리의 생각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곰곰이 따지고 보면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사이 물과 기름의 관계라도 말을 하지만, 다 돌아가시고 안 계신 친정 부모님이기에 그런 마음조차 가져보질 않았는데 너무 쉽게 일처리를 한 것 같아 후회가 되었습니다. 작은 행동 하나로도 마음 상할 수 있다는 생각에 미치자 슬며시 쇼핑백을 들고 가 다른 서랍 속에 넣어 두었습니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로 개구리는 아프다는 말 실감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어머님! 죄송합니다.
건강하게 오래 오래 우리곁에 머물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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