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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내 마음 아프게 한 두 청년

by 홈쿡쌤 2008.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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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하나)
 

  어제는 가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시더니 제법 가을 기분이 납니다. 무더웠던 여름의 끝자락도 가을바람 속으로 자취를 감춘 듯 합니다. 며칠 전, 아침부터 짜게 먹었는지 물 생각이 간절해 조리장으로 발길을 옮기니 10시 40분쯤 되었을까?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이 앉아서 무얼 먹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조리사님, 누구??”
“아 네~ 무전여행을 하고 있는 대학생이라고 합니다.”

“그러세요?”
지나가다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학교로 들어왔던 것입니다.



물 한잔을 더 받아 청년 옆에 앉으며

“무전여행 중이세요?”

“네.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너무 몰골이 사나워 보여

“며칠 째 되었어요?”
“오늘이 삼일 째입니다.”

“집 떠나니 고생이죠?”

그저 씁쓸한 미소만 흘릴 뿐이었습니다.


지방에서 태어나 공부는 좀 해 서울에 있는 대학을 들어갔지만, 등록금이 만만치 않아 휴학을 하고 무전여행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무엇을 할지 구상도 하면서.... 

스스로 일어서기 위한, 더 멀리 뛰기 위한 개구리의 움츠림 같아 보였습니다.





(이야기 둘)

 

가을비가 토닥이는 날, 국정감사 자료로 한참 숫자에 빠져 있는데 아리따운 아가씨가 들어와 내 곁에 서더니

“선생님, 저 대학생인데요. 물건 하나만 팔아주세요.”

“네? 지금 정신없이 바빠요. 다른 샘한테 가 보세요.”
“양말도 있고, 아로마 향도 있어요.”

덩치에 맞지 않게 커다란 바구니에서 이것저것 꺼내 보입니다.

“됐습니다. 죄송해요.”

두드리고 있던 숫자도 헷갈릴 정도로 곁에 서서 설명을 합니다.

5분을 넘게 서 있는 게 안쓰러워 졌습니다.

“어디 한번 봐요. 대학생이 이 시간에 학교는 안 가요?”

“휴학했습니다.”
“혹 등록금 때문에? 이렇게 해서 얼마나 벌게...”
“다른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어요.”

다행히 국립대학을 들어갔지만, 갑자기 아버지가 하던 사업이 안 좋아지고 가정형편이 어려워지는 바람에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로 보따리 장사로 사회로 뛰어 든 당찬 아가씨였습니다.

“열심히 해서 꼭 졸업하길 바래요.”
“네 고맙습니다.”

이것저것 살펴보아도 딱히 살만한 게 없어 아로마향 3개가 든 것을 만원을 주고 샀습니다.

인사를 꾸벅하며 돌아서 나가는 것을 보니 힘들게 공부한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더 애처로웠습니다.




 

  사실, 아무것도 없는 시골에서 육남매의 막내로 자랐기에 대학은 꿈도 꾸지 못하였습니다. 인문계를 갔지만, 실업계에서 하는 주산 부기 공부를 따로 해 가면서 자격증을 땄습니다. 80년 여고를 졸업하면서 취업의 문은 꼭꼭 닫혀버렸고 자격증을 써 먹을 곳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놀고먹을 순 없었기에 딱히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일할한 곳은 산업 현장뿐이었습니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지만 2년간 공순이 생활을 하였습니다. 처음엔 꿈도 희망도 없이 세월만 보내었습니다. 하지만, 보고 듣는 귀와 눈은 있어 당시에는 학벌위주라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사람취급도 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때부터 대학을 준비했습니다. 첫 등록금은 오빠가 주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늦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르다는 말을 맘에 새기면서 말입니다. 몇년간 쉬었기에 예비고사 점수는 낮았지만 내가 원하던 학과는 들어갔고 공부의 참맛을 알아갔습니다. 늦게 시작한 공부라 그런지 왜 그렇게 재미있던지....다행히 장학금을 받아 학비에 보탬이 되었지만 녹녹치 않는 생활이었기에 울기도 참 많이 울었습니다. 그 많은 눈물로 보낸 시간들 잘 이겨냈고,  졸업을 가까이 두고 큰오빠가 학교에 근무하는 덕분으로 실습도 가까운데서 받을 수 있었고, 열심히 노력하여 자격시험에도 합격을 하였습니다. 1985년에 첫발령을 받아 지금까지 편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요?

부모가 물러 준 재산 하나도 없고, 혼자 힘으로 살아내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경제는 더 발목을 붙잡는 것 같습니다. 점점 늘어만 가는 청년실업이라는 말을 들을 때 그저 남의 이야기처럼 들렸었는데 두 청년의 모습을 보니 갑갑하기만 합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대학등록금, 소 키워 대학 보냈던 우리 때와는 너무 다른 변한 세상을 살고 있기에 부모님들의 등은 더 휘는 것 같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 있듯,

지금 힘겨움은 미래, 내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하기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잘 이겨내 주길 바라는 맘 간절한 날이었습니다.


젊은이 여러분으로 인해 세상은 돌아 갈 테니 말입니다.

그녀가 남기고 간 책상 앞에 놓인 아로마 향이 코끝을 자극합니다.


힘내세요. 아자 아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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