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으로 바쁜 고향의 가을들녘
어제는 남편과 함께 시댁을 다녀왔습니다.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고 난 뒤라 그런지 확연하게 달라진 기온으로 서늘함까지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혼자 지내시기에 주말이면 달려와 보지만, 수확 철이라 그런지 어머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텅 빈 적막만이 우리를 먼저 반겨줍니다. 어머님이 갈 곳이라고는 텃밭이나 뒷산뿐이기에 옷을 갈아입고 딸이 좋아하는 밤이나 주워올까 하고 산으로 향하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어머님은 밭에 앉아 팥수확에 바쁘신 손놀림을 하고 계십니다.
"엄마~"
"아이쿠~ 너들 왔나?"
"네 어머님."
우리는 뒷산에 떨어진 밤을 줍기 시작하였습니다.
내 머리위로 연신 뚝뚝 밤톨이 떨어집니다.
이삭 줍는 것처럼 밤톨을 주워 담아도 금방 하나 가득 자루를 채웁니다.
"엄니~ 밤 내다 팔았어요?"
"응. 딱 한번..."
밤 주운 것 우리가 사 먹겠다고 하는 남편의 성화에 아들의 눈치를 살피시는 어머님이십니다. 당신 엄마 힘겨운 일 못하시게 하려는 마음인 줄 알고 있기는 해도....
"얼마나 해요?"
"1kg 1100원 밖에 안 해."
"것 봐 땀 흘려 10kg 주워도 11,000원 밖에 안 돼."
"알았어. 알았어. 이젠 안 주울게."
노력의 대가만큼 수익이 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밤 줍는 것조차 포기해 버린다는 말을 듣긴 했습니다. 인건비도 나오지 않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우리가 사 먹으려고 하면 또 비싸게 사 먹어야 하는 유통구조의 모순으로 농부들만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둠이 내려앉아 산을 내려와
"여보! 집에 가자."
"저녁은 먹고 가야지."
"집에 가서 먹으면 되지."
어머님의 목소리엔 서운함 가득 들은 것 같아
"집에 가면 우리 밥 없는데?"
"그럼 먹고 갈까!"
금세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는 어머님이십니다.
밥을 준비 할 동안 남편은 냉장고 청소를 하였고, 뚝딱 뚝딱 따온 호박 가지로 나물 하고 솎은 열무로 된장국 끓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엄마! 이젠 먹는 것에만 신경 써~ 힘들게 농사지어서 자식 줄 생각일랑 말고."
"알았어."
"반찬 만들어 먹을 것 천지인데 왜 안 하고 그래?"
"하기 싫어……."
"먹는 걸 제때 만들어 먹어야지. 일만 하면 어떻게 해."
아들의 잔소리는 끝이 없습니다.
"여보~ 그만 해"
"아니야. 자식 아니면 누가 이런 소릴 하냐! 놔 둬라."
"..............."
아들이 엄마 걱정을 해서 그런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 어머님이십니다.
홀로 남겨두고 떠나오는 길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아들입니다.
차에 타서도 한참을 엄마 얼굴 빤히 바라보는 남편....
"엄마! 잘 있어. 다음 주에 또 올게."
"그래. 조심해서 가."
잘 싸우고 나무라긴 해도 정이 깊은 두 모자간의 사랑을 보았습니다.
언제나 내리사랑이겠지만....
어머님 건강하세요.
수확한 고추
노랗게 익어가는 호박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토실토실 영글은 단감
잘 익은 밤
두릅꽃
애호박
아주까리 꽃
가을하늘과 억새풀
정자나무
황금들판
황금들판과 가을하늘
수확한 벼
억새와 가을하늘
*스크랩을 원하신다면 http://blog.daum.net/hskim4127/13602364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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