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을이의 작은일상

친정엄마가 없어도 난 아직 예쁜 도둑?

by 홈쿡쌤 2008. 12. 3.
728x90
반응형
 

얼마 전, 아버지 같은 큰오빠의 추도식이 있었습니다. 벌써 돌아가신지 만 3년이 되었습니다. 건강하나만은 자신하며 병원신세 한번지지 않았던 오빠였는데 간암 선고를 받고 6개월을 고생하다 겨우 환갑을 넘긴 나이에 뭐가 그렇게 급한지 하늘나라로 떠나 버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장남으로 살아간다는 건 하늘이 내리신 운명이라 말을 합니다. 육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난 오빠는 동생들 데려다 먹고 재우고 공부 시켜가며 살림을 살아야 되는 어깨가 무거운 힘겨운 삶이었습니다. 당신 아이도 셋이나 되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도 내색한번 하지 않고 지내왔건만 겨우 형편이 펼 쯤 되자 그 행복 누려보지도 못하고 저 세상으로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큰오빠의 기일에는 아무리 멀리 살아도 육남매의 가족들이 다 모이는 날이 되곤 합니다. 특별히 바쁜 일이 없으면 말입니다. 아이 셋을 아내에게 맡기고 떠나야 했던 오빠의 발걸음도 무거웠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36살 큰조카가 12월 13일 결혼을 합니다. 모두가 너무 기뻐 어쩔 줄 모릅니다. 아버지가 아닌 작은 아버지가 손을 잡고 들어서야 하기에

“작은 오빠! 주야랑 발 맞춰 봐야지”

“그래요. 손잡고 한 번 걸어 봐요.”

“어허! 리듬 감각 있는 사람이 그냥 박자에 맞춰 걸어 들어가면 되지 그런 걸 가지고 그래.”

“참나~”

온 가족이 한바탕 큰 웃음을 담 너머로 흘러 보냈습니다.


우리 집은 시집 간 두 딸을 제외하고 모두 기독교 신자들입니다. 상차림은 없고 잔잔한 미소로 앉아계신 사진 앞에 예배를 보고나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습니다. 큰올케는 동생들이 온다고 메기탕에 빈대떡까지 부쳐 상다리가 휠 정도로 음식을 차려냅니다.

“언니! 뭐 하러 이렇게 많이 해? 이젠 하지 마!”
“오빠가 좋아했잖아. 동생들 모이는 것...”

“그래도 제사상도 안 차리는데 뭐 하러 이렇게 많이 해?”

“그냥 넘어가면 서운할 것 같아서 그래.”

“언니 힘드니까 그렇지.”

“알았어. 알았어. 담부터 조금만 할게.”

말만 그렇게 하고 친정엄마처럼 그렇게 나물이며 갈비찜 잡채 등 갖가지 음식들을 담아서 나눠주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참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싸 주는 올케의 부산한 손길보다 조카들의 눈치가 더 보였습니다. 왜냐하면, 12월, 5월 결혼을 앞 둔 장성한 두 조카 때문입니다.

도둑이 제발에 저린 것처럼

“이제 너희들 결혼하고 나면 고모는 다음부터 안 가져갈게.”

“에이~ 고모도 가져가. 나도 가져 갈 건데?” 하는 게 아닌가.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올케언니가

“딸은 도둑이라고 하더니 결혼도 안 한 게 벌써 뭔 소리야?”

“엄마는 뭘 몰라~”

조카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우리는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장가간 아들 유머시리즈

잘난 아들은 국가의 아들

돈 잘 버는 아들은 사돈의 아들

빚진 아들은 내 아들



장가간 아들은 ---- 희미한 옛 그림자

며느리는 --------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딸은 ------------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키면

아들은 큰 도둑

며느리는 좀 도둑

딸은 예쁜 도둑


그러면서 자기는 “예쁜 도둑”이 되고, 남편은 '사돈의 아들'로 만들 거라고 하니 웃을 수밖에...


누군가 장난스럽게 한 이야기 같지만, 요즘 세태를 잘 말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아들이 되고, 딸이 되고 사위가 되고 며느리가 됩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할 일을 다 하고 성심 성의껏 어른들을 모신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여겨지기도 합니다.


육남매의 막내라 일찍 세상을 떠나신 엄마 아버지를 대신해 명절 때에도 막내가 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반겨주셨던 큰오빠입니다.

“우리 막내 서운 할까 봐서 내가 기다렸다 아니가!” 하시면서....

그리고는 하나 가득 차에 실어주는 그 마음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전해주는 영원한 내리사랑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런 오빠마저 부모님 곁으로 떠나고 없는데 난 아직도 예쁜 도둑입니다. 늘 베풀어 주는 올케덕분에 영원한 막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엄마를 대신 해 올케에게서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으로 너무 너무 큰 사랑 받고 사는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언니 고마워^^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