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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전교임원, 당선되고 햄버거 돌린것도 위법인가?

by 홈쿡쌤 2008.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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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방학을 맞이하기 전, 학교에는 전교임원 선출이 많은 때입니다.

며칠 전, 중2 딸아이의 학교에도 전교임원 선출이 있었습니다.

남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딸아이는 부회장 딱지 한 번 때 버리고 싶다며 전교 회장에 나서 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만약에 당선되어도 엄마가 바빠 학교에 가지도 못하는데 괜찮겠어?”
“걱정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하긴, 초등학교 다닐 때에도 숙제 하나 봐 주지 않아도 척척 알아서 해 가는 녀석이었으니....

"딸! 떨어지더라도 상심 말고 열심히 공부하기다!“

“엄마는, 왜 떨어진다는 생각을 해요? 당연히 된다고 생각해야죠.”

그러면서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면 꼭 된다.”라고 생각을 하라고 합니다. 자기 암시처럼....그러면 꼭 소원이 이루어진다나요?

“그래도 떨어지면 할 수 없죠 뭐.”

나보다 더 똘똘한 녀석이었습니다.


일요일 오후,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 왔습니다. 자기들끼리 모여 시끌벅적 요란스럽게 보내더니 벽보 3장을 만들어냈습니다. 모든 게 수작업으로 오리고 붙이다 보니 늦은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딸아이들이라 집에까지 데려다 주고 난 뒤에도 작업은 계속되었습니다.




▶ 몸에 붙이는 스티커를 만드는 남편

▶ 누나를 위해 열심히 작업하는 동생

▶ 벽보를 만드는 친구들....







 

학교에서 돌아 온 딸아이에게

“벽보는 어때?”
“당근, 압권이지 내 것이..”
“그럼 뭐가 모자라?”
“홍보물이 좀 그렇더라.”
“왜?”
“사진관에서 건사하게 찍어서 만들어 왔더라.”
“너도 엄마가 사진관 가라고 했잖아.”
“괜찮아! 그걸로 승부 나는 것 아니니깐.”

가만히 말을 들어보니 거금을 들여서 띠를 만들기도 한 후보도 있었나 봅니다.


선거유세를 할 수 있는 기간은 5일이었습니다. 입에서 김이 술술 흘러나오는 영하의 기온에도 아침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또 각 교실을 돌며 자신을 알리는데 힘썼습니다.


하루를 하고 들어 온 딸아이 입에서

“엄마! 내 번호 2번을 찢어서 1번으로 만들어 붙이고 다녀...”

“누가?”
“1번으로 나온 애 친구들이 그런단 말이야.”
“선생님한테 이야기 하지!”
“그런 걸 선생님한테 어떻게 이야기 해.”
“그럼 그냥 둬?”
“아니, 후보한테 이야기 했어.”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도 안 돼.”
“참모를 잘못 뒀네. 그런 것도 선거법 위반이야.”

“몰라. 속상해!”


또, 선거를 코앞에 둔 마지막 날에는 선거 유세를 하면서 장미를 접어서 주고, 사탕을 돌리더라는 것이었습니다.

“후보한테 가서 살짝 이야기 했더니 금방 안 하더라.”
“뭐라 했는데?”
“그런 것 돌리다 선생님께 들키면 후보 자체가 무효가 된다고 했지.”

“그랬더니?”
“앞에 아이들만 받아먹고 그 뒤로는 안 돌렸지.”


우여곡절 끝에 50% 이상의 득표를 얻어 딸아이가 전교회장에 당선되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다른곳에서 터지고 말았습니다.

딸아이가 “엄마! 나 고생한 아이들한테 한턱 쏴야 하는데...뭘 하지? 잔뜩 기대하고 있는데 말이야.”
“하고 싶은 것 해! 추운데 고생했잖아 다들...”

“크리스마스이브 날 하기로 했어요. 그냥 햄버거 할래요. 콜라도 따라오고..”

그냥 주문을 하고 배달도 시켜놓고 결재는 남편에게 집으로 들어오면서 해 달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그 날 저녁, 남편의 목소리는 커져만 갔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나한테 상의도 없이 말이야.”

“반 전체는 아니더라도 추운 날 정말 고생했잖아.”

정말 우리는 당연한 것을 한 것뿐인데 남편은 그것도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반 아이들이 다 고생한 것도 아니고 반장도 아닌 전교임원인데 자기 반만 햄버거를 돌리는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이 당선되고 난 뒤 종친회에서 식사 한 끼 대접한 것으로 벌금 80만 원을 판결받아 국회의원 자리까지 잃을 뻔했다는 이야기를 해 주면서 선거는 끝까지 청렴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특히나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옛날 고무신 돌리고 비누 돌리던 시절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아이들에게 잘 가르쳐야 앞으로의 미래도 밝을 것이라는 것과, 엄마가 되어 아무 생각 없이 딸아이가 해 달라는 대로 다 해주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왕 다 먹었다고 하니 결재는 하고 왔지만, 기분이 좀 그래!”

"어떻게 그게 당연한 거야? 요즘 돌아가는 국회 봐, 어른들이 똑 바로 못하고 있으니 아이들에게라도  잘 가르쳐야지."

전교 회장이면 선생님들 밥도 한 그릇 사야하고, 행사 때마다 얼굴 내밀어야 한다는 소릴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런 관행에서도 벗어나야 하며 앞으로 전교 회장으로서 할 일만 열심히 해 나가면 된다고 쐬기를 박아 버립니다.  정치판 만큼이나 쉽지 않은 전교임원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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