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을이의 작은일상

어버이날, 선물 받고 부부싸움 한 사연

by 홈쿡쌤 2009. 5. 9.
728x90
반응형


어버이날, 선물 받고 부부싸움 한 사연



빨간 카네이션이 참 고왔던 어제는 어버이날이었습니다. 꽃 한 송이를 들고 가슴에 달아 드릴 부모가 계시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르시는 분을 아마 없을 것입니다. 이렇듯 기다려 주시지 않기에 살아계실 때 효도하라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영원한 내리사랑만 있는 줄 알았는데, 사랑스러운 딸과 아들이 이런 맘 헤아리기라도 한 듯 벌써 하늘나라로 떠나고 안 계시는 부모님의 빈자리를 깜짝 선물로 채워주는 기분이었습니다.

어제는 엄마 곁에서 자고 싶다고 하며 내 곁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침 6시 알람 소리를 들은 딸아이 벌떡 일어나 자기 방으로 달려갑니다.

“6시밖에 안 됐어. 왜 일어나!”
“엄마, 잠시만.”
늦게까지 공부하고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저녁 형이라 아침에 깨우는 일이 너무 힘든데 알람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달려가니 놀랄 수밖에.
“엄마! 이거.”
딸아이가 내미는 자그마한 통에는 커플 팬티가 나란히 들어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엄마! 사랑해!”
“내 건 없어?”
“여기 같이 들었잖아!”
“와, 고마워.”
또박또박 써 내려간 편지 속에는 사랑이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서둘려 출근해야 하기에 마음은 받아 두고 아침준비를 하고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난 뒤, 딸아이가 전해 준 선물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상자를 꺼내고 쇼핑백 속에 든 영수증을 보던 남편이
“34,000원, 녀석들이 거금을 투자했네.”
“24,000원이 아니고?”
난 분명히 아침에 볼 때 24,000원으로 봤는데 그게 아니었던 겁니다.
“여보! 무슨 속옷이 그렇게 비싸?”
“메이크 값이지 뭐.”
“그래도 그렇지.”
“난, 어제 러닝 3,800원짜리 두 개 사왔는데 그 돈이면 몇 개를 더 사겠네.”
“비싸면 뭐가 달라도 다르겠지.”
“뭐 하러 그런 비싼 걸 입어? 면 100% 땀만 잘 흡수하면 되는 거지.”
“당신은 싸구려 인생 살아.”
“뭐?”
“아니, 난 3,800원짜리 인생 살기 싫다구.
     돈이나 많이 벌어다 주고 그런 소리 해라. 그럴 테지?”
그렇게 시작된 말다툼이 진짜 싸움으로 번지고 말았습니다.

학원에서 돌아온 딸아이, 우리 부부의 싸움에 눈이 동그랗게 변하며
“엄마! 그만 해. 이건 선물이잖아.”
“내 말이.”
“선물은 이렇게 비싼 것만 좋은 게 아니지. 중학생이 말이야.”
“엄만 이런 선물 받을 자격 있다구!”
 "......"
 "겉옷보다 속옷을 잘 입어야 된다고 말하면서..."
 "그래 고마워. 잘 입을게."
딸의 그 한마디에 그만 꼬리를 내리고 말았습니다.

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그렇게 비싼 선물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친인척들이 주는 용돈 모았다가 사는 것인데 말입니다. 어릴 때처럼 종이로 접은 카네이션 하나를 받아도 기분은 날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어버이날 마음먹고 산 녀석들에게 기분 좋게 받았으면 되었으련만, 괜한 부부싸움을 해 미안한 마음 감출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계기로 진정한 효도란 부모님 마음을 헤아리는 것과, 마음을 담은 선물이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선물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하는 맘 간절했습니다.

여보! 미안해!
우리 딸, 아들, 사랑해!

포근히 안아주고 어깨만 주물러 주고 넘어갔다고 서운해 할 부모 있을까?
효도는 마음에서 온다는 사실을 알기에는 아직 어린 녀석들일까?
이 세상의 주부들의 마음은 내 맘 같을거라 여겨보지만, 정말 내 생각이 잘못 된 걸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