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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너무 각별한 시동생의 엄마사랑

by 홈쿡쌤 2009.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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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각별한 시동생의 엄마사랑


  매주 토요일은 남편과 함께 혼자 지내고 계시는 시골로 향한다. 83세의 작지 않은 연세로 어려운 세월을 살아오면서 6남매에게 다 받쳤기에 이제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혼자 지내기는 마찬가지라고 하시며 우리 집 보다는 친구가 있는 시골이 좋다고 하시는 시어머님. 이제 자식들이 차려주는 밥 받아 드시며 사셔야 할 연세이지만, 모두가 멀리 떨어져 객지생활을 하고 있어 혼자 차려 드시고 계신다. 할 수 없이 가까이 지내고 있는 셋째 아들인 남편이 40~50분이면 달려가는 곳에 주중에도 가끔 들리곤 한다. 주말, 과일과 몇가지 반찬거리를 사서 시골 집으로 들어서니 사돈 할머니가 함께 계셨다.

“안녕하세요?”
“응. 며느리인가 보네.”
“네.”

인사를 나누고 몇 번 뵙지 않아 누구신지 잘 몰라 하고 있으니 시어머님이

“작은 어머니 동생아니가.”

“아! 그러고 보니 작은 어머님과 닮았어요.”

“뭘 이렇게 많이 사 왔어?”
“아닙니다.”

시장을 봐 간 것으로 이것저것 반찬 몇 가지를 장만 해 두고 집안 구석구석 청소를 해 놓고 집으로 돌아왔다.


혼자 적적하실 것 같아 어머님께 낮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런데 어머님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옆에서 뭐라 하는 소리가 들려

“어머님! 곁에 누가 계세요?”
“응. 사돈이지.”
“아직 안 가셨어요?”

“혼자 있으니 적적한데 할망구가 있으니 좋네.”

“네. 다행이네요.”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그 뒤, 매일 어머님과 통화 하시는 인천에 살고 있는 시동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형수님! 사돈어르신이 함께 계시니 엄마가 좋아하시네요.”

“네. 적적하시지 않은가 봐요.”
“형수님의 구세주이지요?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늘 고생많으십니다.”
“아니....”하고 말끝을 흐렸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지만 죄스러운 마음은 어쩔 수 없기에.


그렇게 통화를 하고 난 뒤, 시동생은 막내 동생에게 전화를 해 사돈어른을 집에까지 모셔다 드리고 용돈까지 챙겨드리며 어머님 집에서 지내줄 것을 당부하셨나 보다. 사돈은 하룻밤을 지내고 다시 시어머님에게 와 계시면서 함께 밥도 차려먹고 노인정도 함께 다니시는 것 같았다. 어머님이 이제 활동하시는 시간보다 누워계시는 시간이 더 많다. ‘알츠하이머’초기 증상이 있다는 의사진단서를 끊어 보험공단에 ‘요양보호사’를 신청해 둔 상태다. 우리 집으로 모신다고 해도, 요양병원으로 모신다고 해도 당신이 싫다고 하시고, 자식들이 해야 할 일을 사돈어르신께 맡겨놓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토요일에 시골을 다녀오고 휴일은 남편과 가까운 곳에 산행을 했다. 늦은 저녁시간에 들려오는 시동생의 목소리.

“형수님! 저 집 앞입니다.”
“네? 15일 어머님 생신날 오신다고 했잖아요.”
“휴가입니다.”

“휴가 바뀌었어요? 가족들은?”
“아니, 저 혼자 왔어요.”

가족들은 시어머님 생신 때 내려오기로 하고 혼자 왔다고 한다.
수박을 썰어 함께 먹으며 형님과 또 엄마 걱정을 앞세웁니다.

“사돈어른 말이야. 아들이 알면 싫어하겠지?”
“큰 아들과 함께 사시는 것 같던데 형편이 좋지는 않나 봐.”

“집에 갔다 오셨으니 아들도 허락하신 거겠지?”
“글쎄.”

어머님 보다 한 살 더한 84살이라고 하는데 우리 어머님에 비하면 건강하시다. 허리 하나 굽지 않으셨고, 아픈 곳 하나 없으신 것을 보니 너무 부럽기까지 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동생은 벌써 시골에 가서 어머님을 찾아뵙고, 피순대로 유명한 완사에서 육회까지 사 노인정에 갖다드리고, 3일간의 휴가를 바다나 산으로 떠나지 않고 엄마 곁에서 보내고 싶어 내려온 모양이었다. 며칠 후면 어머님 생신 때 또 그 먼 길을 내려와야 하는데 말이다. 늦은 시간에 우리 집에 온 이유는 친구들과의 모임 때문이었던 것. 남편의 바로 밑에 동생인데도 엄마를 생각하는 그 마음은 어느 아들도 따라갈 수가 없다. 집안 대소사에 들어가는 돈은 모두 형제간의 계금으로 처리를 하는 대도 시어머님의 통장에는 월 10만원이 꼬박꼬박 찍혀있다. 그저 많이 가지지 않았어도 나누려는 시동생의 마음이 너무 곱기만 하다.

시동생은 나에게도 많은걸 주고 있다. 시어머님 한약 지어 보내면서 내 것까지 챙기기도 하고,

장마속의 전화 한 통화  더보기를 클릭하시면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형제간의 우애를 담았던 글이 월간 좋은 생각에 실렸었고,

 

형수님, 제가 더 고맙습니다!   로  다음 뷰 베스트상을 받기도 했고, 
 시동생의 아주 특별한 ‘엄마 사랑’등 많은 소재거리를 전해주기도 한다.


시동생의 특별한 엄마사랑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자식들의 사랑 듬뿍 받으며 지내시는 시어머님을 보니 ‘자식 농사’하나만은 잘 지으신 것 같다.

어머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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