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주말연속극 솔약국집 아들들
이 드라마는 할아버지, 부모, 아들 넷, 3대가 한집에 살아가면서 하나 둘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드라마입니다. TV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아마 이 드라마는 우리가 자랄 때의 정서와 비슷하여 끌리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에는 핵가족화로 단란하게 부모와 하나 아니면 둘뿐인 자식들이지만, 5~6명의 형제가 한집에 살면서 지지고 볶아가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9월 27일 KBS ‘솔약국집 아들들’이 시청률 45%를 돌파했습니다. 28일 시청률 조사기관 TNS미디어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27일 방송된 ‘솔약국집 아들들’은 전국 시청률 45.0%. 수도권 시청률 45.8%를 기록했고, 올해 방송된 드라마 중 45%대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SBS ‘찬란한 유산’ 뿐이었다고 합니다.
마흔에 늦장가를 든 진풍이는 수진이와 함께 하지 못해 속을 태웁니다.
“수진씨! 왜 오늘 전화 안 했어요?”
“어머님이랑 함께 있는데 어떻게 전화를 해요?”
“바쁜 줄 알았어.”
특유의 웃음으로 히죽히죽 웃는 진풍이의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흐뭇하게 합니다.
수진이는 시집오기 전, 부모는 돌아가시고 올케조차 없는 오빠와 조카 둘과 지냈습니다. 엄마 없이 자랐다고 무시당할까 봐 혼자 인터넷을 뒤져가며 예의범절을 배워 혼수도 장만합니다. 하지만, 시집오면서 이바지 음식을 깜박 잊고 준비하지 않아 동서네 엄마가 해 주는 음식으로 상을 차려내야만 했었습니다.
이 날, 수진이는 수첩을 들고 가족들의 생신과 할머니 제삿날을 남편에게 물어보고 메모를 합니다. 또, 첫 출근을 하는 수진이는 새벽같이 일어나 갈비찜을 해 놓고 나갑니다. 아침 준비를 하려고 나온 시어머니가 부엌으로 들어 가 보니 ‘요리책’이 부엌에 있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아 반대를 심하게 했지만, 제법 그럴사하게 맛을 내고, 열심히 하려는 큰며느리를 대견스러워합니다.
셋째아들이 먼저 결혼을 했고, 천방지축인 며느리와 찬찬하고 말이 없는 큰며느리. 살다 보면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우리 시어머니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두 가지를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첫째, 작은 며느리와는 달리 큰며느리는 집안의 모든 일을 챙겨야 한다.
우리나라의 큰아들 큰며느리로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큰 자식은 하늘에서 내린다.”라는 말이 생겨난 모양입니다. 어른 공경하고 동생들 챙겨가면서, 다가오는 추석과 제사도 지내야 하는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짊어진채 큰 숙제를 안고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6남매의 장남이었던 큰오빠는 우리에게 커다란 울타리였습니다. 일찍 세상을 떠난 부모님 대신이기도 했었으니까요. 그래도 살아계실 때에는 동생들 마음을 읽어 텅 비어 있는 시골집에 주말이면 들러 집을 돌보면서 명절이면 동생이 찾아오길 기다렸습니다. 고향이 있어야 한다며....그렇게 삭막했던 집에 온기를 불어넣곤 했습니다. 시끌벅적 많은 형제가 모여 추석을 보내고 나면 큰오빠 내외는 마지막까지 남아 막내가 오기를 기다려주었습니다.
“오빠! 나 때문에 아직 안 간 거야?”
“아이쿠! 우리 막내 친정 오는데 오빠가 기다려줘야지.”
“............”
"우리 아가씨 엄마 많이 생각나지?"
오빠가 아닌 아버지였고, 올케가 아닌 엄마였습니다. 하나 가득 트렁크에 실어주는 쌀이며 명절 음식은 엄마보다 더한 마음이 듬뿍 들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올케의 배려였던 것입니다. 아무리 오빠가 주고 싶다고 해도 올케가 싫어하면 하지 못하게 되어 있으니까 말입니다. 동생들 데려다 먹이고 재워주고 공부까지 시켜주었습니다. 그래서 더 고마움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듯 큰며느리의 자리가 얼마나 소중한 것임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둘째, 다른 며느리와 비교되는 친정
분위기 내는 걸 좋아하는 엄마와 국장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셋째 며느리인 오은지.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자라서 그럴까? 톡톡 튀는 신세대 며느리로 애교가 넘칩니다. 처음부터 부모가 없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사정상 먼저 이별을 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일찍 세상을 떠난 부모님으로 인해 명절이 되면 저는 우울해집니다. 추석을 앞두고 성묘 때 형제들이 다 모이긴 해도 명절날 친정을 찾아가도 아무도 반겨주는 이 없어 남편과 산소만 들렀다 오곤 합니다. 이제 큰오빠 마저 떠나고 없으니 친정은 사라져버린 기분입니다. 동서들은 조카들 때때옷으로 갈아입히고 자신도 깔끔하게 차려입고 친정으로 떠나기 위해 나서는 것을 보면 부럽기까지 합니다.
또, 둘째 아들의 장면으로, 복실이 미국으로 떠나기 전 어머니 묘소에 다녀오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아버지와 동생, 대풍의 동행에 불편함도 잠시, 어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에 그간 쌓아뒀던 마음의 벽을 조금은 허물어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묘소에서 내려오는 길, 옛날 김간시절 혼자 어머니의 산소를 찾을 때 동행해주던 대풍을 생각하는 복실이. 언제나 장난기 많지만 “이렇게 아파야 엄마 생각 안 나는 법이야.”하며 목을 조이는 모습을 말이다. 그리고 살며시 손을 잡는 대풍의 손을 뿌리치지 않고 맞잡는 복실의 미소 띤 얼굴이 훈훈함을 더해 주었습니다.
10월 3일 토요일 51회 방송될 미리 보기에는 옥희는 며느리 둘을 거느리고 추석 장을 보는데 촐싹거리는 셋째 며느리와는 반대로 큰며느리가 자꾸 눈치를 보는 듯해서 마음이 불편하기 짝이 없어 합니다. 그리고 추석이라고 동서의 아버지가 찾아 와 선물보따리를 풀어놓는 걸 보니 수진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상상이 갔습니다.
한편, 대풍이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아련한 마음으로 복실이를 대하지만 복실이는 좀처럼 대풍에게 마음의 문을 다시 열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집에 두 사람만이 남게 되자 대풍은 격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데.......
추석 날 저녁, 모두가 떠나고 난 뒤 편안하게 시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진씨! 기운내세요.
큰며느리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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