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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엄마 생각하는 효자

by 홈쿡쌤 2009.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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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엄마 생각하는 효자


 

어제 아침 출근길, 내 머리 위에서 까마귀가 울어댑니다. 습관처럼‘퉤퉤’ 침을 뱉으며 나쁜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래봅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까마귀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입니다. 아마도 까마귀의 생김새와 색깔 탓인 듯한데,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까마귀의 실상은 전혀 다르다고 합니다. 까마귀는 지구에서 그 어떤 새보다도 머리가 좋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까마귀를 한자로 반포조(反哺鳥)라 불렀는데 그 유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옛날 옛적에 한 할아버지가 길을 가다 우연히 까마귀 둥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 그곳에는 늙고 병든 모습의 어미 새가 있었는데, 새끼들이 그 어미를 위하여 먹이를 물어다 입에 넣어 주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할아버지는 까마귀가 “쇠약해진 부모를 위해 자기는 먹지 않고 온갖 정성을 다하여 부모를 봉양하는 효도의 새”라는 것을 깨달았다.


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고사성어도 이 이야기와 관련되며, 그 뜻인즉 반포(反哺)는 입에 물어다 어미에게 준다는 뜻이고 지효(之孝)는 효도한다는 뜻입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으로 효(孝)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어떠한가? 부모를 폭행하는가 하면, 돈을 위하여 존속 살해도 마다하지 않는 패륜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습니다. 심지어 TV 드라마에까지 부모를 폭행하는 장면이 여과 없이 방영되는 걸 볼 때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시골에서 혼자 지내시다 거동이 불편하신 83세의 시어머님. 6남매 정성껏 키우시느라 젊음 다 바치고 이제 이빨 빠지고 기운 없는 호랑이가 되어버려 우리 집으로 오신 지 한 달을 조금 넘겼습니다.


퇴근을 해 집으로 들어서니 온 종일 혼자 계시던 시어머님이 나를 반깁니다.

“오늘은 늦었네.”

“네. 시장 좀 들렀다 왔어요.”

얼른 뚝딱뚝딱 맑은 도마 소리를 내며 생태 국을 끓여 저녁을 먹었습니다.

다 먹고 나니 들어서는 남편이

“여보! 나 10시 50분까지 시외버스터미널로 나가야 해.”
“왜? 어디가?”
“아니, 00이가 또 뭘 보냈나 봐. 찾으러 가야 돼.”

“뭘 또 보냈데?”
“응. 소꼬리라고 하더라.”
남편의 바로 밑에 동생인 인천삼촌은 천하에 없는 효자입니다.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어찌나 지극한지 우리는 흉내도 못 낼 정도니 말입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남편의 얼굴은 꽁꽁 얼어서 들어왔습니다.

“우와! 정말 날씨가 장난이 아니네.”
4시간을 달려 우리 손에 들어 온 박스를 얼어보니 소꼬리, 생고기, 팽이버섯, 회, 파김치, 소금까지 들어 있는 게 아닌가.

가만히 보니 식당에 갔다가 먹어보고는 맛있어 엄마생각이 나 보내온 것 같았습니다. 쇠고기를 구워먹을 때 기름덩어리와 잘 익은 파김치까지 들어있는 걸 보니 말입니다. 무얼 먹다가도 맛있으면 엄마부터 떠올리는 분이니 효자가 따로 없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어머님! 일어나서 회 드세요.”
“이 밤중에 회가 어디서 났어?”
“인천 삼촌이 보내왔네요.”

“.............”
“어머님 덕분에 우리도 잘 먹을게요.”

“그래. 너희들도 어서 먹어라.”

“네.”

부드러운 회를 초장에 찍어주니 참새마냥 입을 벌리시고 잘 받아먹는 어머님이십니다.


이렇게 동생들이 어머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전해오기에 늘 흐뭇한 내가 됩니다. 국물만 있으면 밥 한 그릇 잘 드시는 어머님이기에 소꼬리 푹 고아 놓으면 며칠은 걱정 없을 것 같습니다.



까마귀 울음소리가 불행을 불러온 게 아니라, 행운을 불러왔다는 느낌이었고, 인간의 본성이 나날이 쇠퇴하고 있는 요즘, 엄마를 끔찍히 생각하는 삼촌을 통해 효(孝)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하루가 됩니다.


삼촌!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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