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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세상에서 처음 먹어 본 눈물어린 '참치미역국'

by 홈쿡쌤 2007.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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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처음 먹어 본 눈물어린 '참치미역국'




 

▶ 참치 미역국                                                            ▶ 고구마  생일케익


  12월, 달랑 한 장남은 달력이 마음을 씁쓸하게 합니다. 화살을 쏘아 놓은 듯 달아나 버리는 게 세월인 것 같습니다. 새해 계획 세운다고 한 지 어제 같은데 말입니다.

남편은 연말이라 일이 바빠 며칠 째 집에도 오지 못하고 있고, 두 녀석들 기말고사 기간이라 독서실에서 늦게야 돌아오는 아이들을 기다려 주고,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녀석들 깨우는 일 또한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내고 있는 게 나의 작은 일상입니다.


어제 저녁, 퇴근을 해 집으로 들어서자 우리 아들

"엄마! 내일 생일이죠?"

"몰라~"

음력을 지내고 있는 터라 달력을 봐야 생일을 알 수 있는지라

"넌 어떻게 알았어?"

"할머니가 전화 왔어요. 엄마 생일 잘 챙겨 주라고.."

"생일은 무슨... 아빠도 없는데..."

“아빠는 내일 오면서 엄마 선물 사 오신다고 했어요.”

사실, 남편이 없으니 반찬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대충 먹고 지내고 있어 아무것도 준비 된 게 없었지만 그냥 다른 날과 변함없이 늦은 시간 독서실에서 돌아오는 딸아이를 맞이하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새벽녘, 잠결에 달그락 달그락 부엌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잠결이라 '다른 집에서 나는 소리겠지?' 하며 이불속에서 게으름을 피우고 있으니 새삼스럽게 자꾸 나는 것 같아 부시시 눈 비비며 부엌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세상에 딸아이였습니다.

"어? 너 뭐하는 거니?"

"엄마생신이라 미역국 끓여요."

"미역국을? 재료도 없는데 뭘로 끓었어?"

"냉장고에 쇠고기가 없어서 그냥 참치로 끓였어요."

"하이쿠야 우리 딸 다 키웠네."

숟가락을 들고 맛을 보니 그런 대로 괜찮은 맛을 내었습니다.

냄비에 끓인 미역국 속의 건더기는 적당히 잘 넣었는데, 물에 담가놓은 미역이 더 많았습니다.

"엄마! 불러 놓은 미역은 어떻게 해? 뭐가 저렇게 많이 불어나? 조금밖에 안 담갔는데 말이야"

"어떻게 하긴 담에 또 끓여 먹으면 되지"

우리 딸은 마른미역이 10배정도 불어나는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참치 캔 하나를 따서 냄비에 미역과 함께 다글 볶다가 물을 붓고 끓이다 간장으로 간을 맞추었다고 했습니다.


기말고사라 1시를 넘긴 시간에 잠들었으면서 아침잠이 많은 딸아이 5시 30분에 알람시계 소리에 벌떡 일어나 국을 끓었던 것입니다. "아들! 미역국 어때?"

"뭐야? 참치 넣었어?"

"맛이 어떻느냐구?"

"보기보단 맛있네."

"이거 누나가 새벽에 일어나 끓인 건데..."

"제법인데!"

믿음직스러운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 애교스럽고 친구 같은 중학교 1학년인 나의 딸,

두 녀석이 준비한 생일 케잌에 촛불을 밝히고 축하노래까지 불러주니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습니다.


주부들이 자신의 생일 밥을 차려먹는다는 게 쉽지 않는 것 같습니다.

친정엄마가 있으면 찾아 와 따뜻한 미역국을 끓여 줬을 것인데 말입니다.

허긴, 친정엄마가 살아계실 때 하신 말씀

“야야~ 내가 없더라도 생일은 챙겨먹어야 한다이~그래야 인복이 있는거여~”

그래야 되는데 잘 되질 않습니다.

엄마!~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가 오늘따라 더 보고 싶어집니다.



딸아이가 끓여 준 감동받고 눈물어린 참치미역국을 먹는 날이 되었습니다.

가족이란 이런 것인가 봅니다.
딸아~ 너무 너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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