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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결혼 16년차, 혼자 처음해 본 '김장'

by 홈쿡쌤 2007.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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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6년차, 혼자 처음해 본 '김장'

 

 

마른가지 끝에 매달린 낙엽마저 떨어져 버린 지 오래 되었고,

추위에 웅크리고 서서 긴 겨울나기를 하고 있는 나무들이 대견 해 보입니다.

어제는 결혼을 하고 난 뒤, 처음으로 내 힘으로 겨울준비를 했습니다.

토요일 마음껏 쉬어 보려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늦잠 즐기고 있는데 전화가 울립니다.

"이모야~ 김장 안 할래?"
"김장? 해야지..."
"배추 좀 가져가라."
"배추가 어디서 났어?"
"응 누가 좀 줘서 말이야. 얼른 와~"

요즘 배추값 장난 아니게 비싸다는 말도 생각나 벌떡 일어나 차를 끌고 배추밭으로 갔습니다.

옹기종기 줄지어 앉아있는 배추 30포기를 얻어 차에 담아 실고 왔습니다.

 

노랗게 속이 찬 배추, 맛있어 보이긴 해도, 아무것도 준비 하나 해 놓지 않았고 또 소금에 절일 생각을 하니 막막해 지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집 앞 가게에 들러 굵은 소금을 사러 갔습니다.

"저~ 30포기 정도 담을 건데 소금은 얼마나 하면 되나요?"
"10kg 정도 하면 됩니다."

"새댁 김장 하려고?"

"네~"

"친정 엄마 없어?"
"............."

그냥 씩 웃기만 하고 소금을 사서 돌아왔습니다.

 

사실, 신혼 때에는 시어머님이 김장을 할 때 거들어 드리면 되었고,

그 후에는 친정 올케와 함께 텃밭에 배추를 심어 1년 내내 먹을 김장을 하곤 했는데, 올 해는 그냥 각자 해결하기로 했기 때문에 혼자 힘으로 해 내야하고, 어차피 손 벌리며 의지해야 하는 마음 버려야 하는 나이가 되었기에 혼자 일어서는 연습을 해야 하는.....



 ▶ 배추를 4등분 합니다.


 ▶ 미지근한 물에 소금을 많이 넣어 간물을 만듭니다.


 ▶ 간물에 배추를 담궜다가 속에 굵은 소금을 조금씩 뿌려 줍니다.


 ▶ 욕조에 차곡차곡 담아 놓고, 크다란 다라이에 물을 가득받아서 절인 배추위에 올려 놓으면 뒤집어 주지 않아도 된답니다.


 ▶ 8-9시간 있다가 깨끗한 물에 3-4차례 헹구어 줍니다.

   (오후 2시부터 절여 밤 11시쯤 씻었습니다.)



씻어 놓고 보니 도저히 혼자 힘으로는 안 될 것 같아 멀리 살고 있는 막내 동서에게 도움을 청하였습니다.

그래도 아무 말 없이 달려 와 주는 동서와 둘이서 김장을 했습니다.


 

 ▶ 다시마 100g, 건표고버섯 7개, 다시멸치 100g, 찹쌀 100g 정도를 넣어 다시물을 만들었습니다.


★ 배추 30포기 기준

   고추가루 7근(4kg정도), 마늘 3kg,  생강 1kg, 생새우 1만원, 참조기 1만원, 청각 3천원, 미나리 3단, 무 큰것 2개, 멸치앶젓 1통 반(1.8L), 석화 1만원


   - 전문가가 전해주는 양념의 기준은 배추 4포기에 고추가루 1근(600g), 10포기에 마늘 1kg라고 합니다. 나머지는 입맛에 따라 가감하면 되는....


 ▶ 속재료를 만들어 김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 김장에 빠질 수 없는 수육과 막 버무린 생김치




아직 어린 조카 녀석들이 달려와

"숙모! 아~"하며 갓 버무린 김치를 참새들처럼 입을 벌려 받아 먹습니다.

힘겨운 줄 모르고 30포기를 담그고 나니 버무려 놓은 양념이 남는 것이었습니다.

"형님! 배추 몇 포기 더 사서 담가요."

"그럴까? 요 밑에 가게에 가면 배추 간 절여서 파는데.."
"그럼 담는 김에 더 담아요."

양념 묻은 장갑을 빼고 슈퍼로 가 보았더니 다행히 내일 아침에 가져 갈 절임배추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 포기에 4,000원이었습니다. 속으로 너무 비싸다는 생각 들었지만, 할 수 없이 10포기를 사 들고 왔습니다.

배추 한 포기 2,800원, 절이고 씻어주는 삯이 1,200원이었던 것 입니다.

"형님, 그래도 너무 비쌉니다."
"어쩌냐? 비싸도 먹어야지.."

결국 40포기의 김장을 했습니다.

동서네 한 통 주고, 우리 시어머님 한 통 담아서 보냈습니다.

이제 당신 몸도 가누기 힘들기에 김장하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하시는 것 보니 마음 한 컨이 짠 해 집니다.

당신이 주신 그 사랑 한 없이 받았기에 우리가 되돌려 줘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어머님! 맛 있게 잡수세요.

몸도 마음도 천근만근이지만, 겨울채비를 해 두었기에,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것 같아  부자가 된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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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을 마감하는 뜻으로 블거거기자상 네티즌투표를 합니다.

많이 봐 주시고, 찾아 와 주신 여러분으로 인해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도 후보에 올랐습니다.

시사성을 가진 글도 아니고, 그저 살아가는 작은 일상 으로 적어 나가는 한 사람으로서,

많이 모자라기에 사실 부끄럽기조차 합니다.

다들 쟁쟁한 전문블로그 지기님들 사이에 후보가 된  것만으로도 영광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기쁨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아래 주소를 클릭하시면 3분을 추천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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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심 부탁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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