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을이의 작은일상

6.2 선거, 당선을 기원하는 마음들

by 홈쿡쌤 2010. 6. 4.
728x90
반응형

6.2 선거, 당선을 기원하는 마음들
 

6. 2 선거로 인해 온 나라가 시끌벅적합니다. 엄중한 민심을 어떤 식으로든 수용하고 수렴하는 절차를 밟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움직임으로 이미 여당 대표가 사퇴하고 대통령실장이 사의를 표한 만큼 청와대 참모진 개편과 개각은 불가피해 보인다는 관측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세상을 바꾸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도 제가 살고 있는 이곳은 그 어떤 바람에도 끄떡하지 않는 큰 바윗돌이었습니다.

‘1번으로 지팡이만 꽂아도 당선 된다.’는 뿌리 깊이 박혀 있는 고정관념을 이번에도 깨지 못하였습니다.



사실, 남편이 이번 도의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습니다. 정치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겐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말이었습니다.

“정치판에 나가려면 나와 이혼도장 찍고 해!”

너무 단호했기에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있다가 접수 마지막 날 일방적인 통보로 후보자에 등록하고 말았습니다.

“당신은 평소처럼만 하면 돼. 혼자 다 할게.”

“...............”

14일 만에 유권자에게 후보자를 알리는 일은 그렇게 쉽지 않았습니다.


새벽같이 나가는 남편이었지만 싸늘한 냉기만 돌 뿐이었습니다. 뭘 어떻게 하는지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처럼 의지하던 시누이한테서 전화가 걸려옵니다.

“그래도 네가 그러면 되나? 이왕 등록 했으니 마음 풀어.”

“남자가 꿈 한 번 이뤄보겠다고 하는데 말이야. 사무실에 나가 봐.”

그러시면서 훌쩍훌쩍 눈물까지 보이십니다. 자신의 일들을 다 팽개치고 나온 선후배, 친구들 모두 자원봉사를 하는데 ‘왜 형수님은 안 보여?’라는 말까지 들린다고 해 할 수 없이 선거 사무실로 나가 보았습니다. 바삐 돌아가는 분위기에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내 몸에 맞지 않는 갑옷을 걸치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이왕 하는 것 마음을 고쳐먹고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 서서 명함도 돌리고 지인들에게 전화도 걸고, 유세차량도 따라다녔습니다. 늦은 출발을 하였기에 남편은 대로에 시민을 섬기고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결의를 다지면서 하루 12시간 식 3천 배를 매일같이 혼자 서서 큰절을 올렸습니다. 시끌벅적한 유세군 하나 없이 혼자 절을 올리자 하나 둘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너무 진솔해 보인다.’

‘저렇게 큰절을 하고 무릎이 괜찮을까?’

어느새 남편은 ‘큰절하는 도의원 후보’가 되어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학생,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음료수를 사다 주기도 하고 무릎이 아플 것이라고 방석을 가져다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남편이 여태 지내온 삶이 헛되지 않았음을 실감하였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줄 줄은 몰랐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가장 가까이 지내는 한 친구는 아내에게 모든 사업을 맡기고 남편을 따라다니며 찬조연설을 해 주었습니다. 평소 이벤트 회사를 다니면서 사회를 보고 있고 또, 노인복지시설을 찾아 자원봉사도 많이 하시는 분입니다. 바로 그분이 그린 그림이 출입구에 걸려 있었습니다.
3만명이 응원을 하며 당선을 기원하는....




그리고 선거가 있는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남편이 나를 부릅니다.

“여보!  이것 봐! 이게  뭐야?”
“왜?”
“발바닥 한 번 봐.”

남편의 두 발에는 ‘축 당선’이라는 글자가 써져 있었습니다.

“딸이 그랬나 보다.”

“잠에 취해서 써는 것도 몰랐어.”

우리의 말을 듣고 잠결에 눈을 비비며

“아빠 파이팅^^”라고 합니다.



환갑이 가까운 올케에게서, 지인에게서 많은 위로의 문자도 받았습니다.



또 아내인 제가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아침마다 끓여주는 전복죽에 완두콩으로 글자를 넣어 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벽은 넘지 못하였습니다.

남편은 김두관 도지사님과는 오랫동안 함께 일해 왔습니다.

“여보, 힘내.”

“괜찮아. 도지사(김두관)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워. 내가 된 것보다 더 기뻐.”

계란으로 바위를 깨야 하는 게 서부 경남의 정치판입니다. 그래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하나 둘 던져온 계란이 세월이 흐르다 보니 아주 작은 구멍이라도 뚫리고 있는 느낌입니다. 언젠가 ‘1번으로 아무나 나서도 당선된다.’는 말이 사라지겠지요. 아마 그럴겝니다. 그래도 이번 선거에서 희망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한결같은 마음으로 보내는 그 마음 너무 고맙게 느껴집니다.
살아가면서 그 은혜 두고두고 갚으며 지내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공감가는 이야기였다면 아래 추천을 살짝 눌러주세요
로그인 하지 않아도 가능하답니다.^^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