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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눈 오는날 서운했던 문자, 감성적인 사치였다?

by 홈쿡쌤 2011.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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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날 남편에게 받은 서운했던 문자
나의 감성적인 사치였습니다.

한파가 계속되더니 입춘을 지나고 나니 봄이 우리 곁을 찾아오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또 강추위가 시작되고 영동지방엔 눈이 엄청 내렸나 봅니다.

며칠 전, 좀처럼 구경하기 어려운 곳 남녘에도 눈이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졸업식을 마치고 텅 빈 교정을 바라보고 앉았는데 뽀얀 눈이 쏟아져 내리는 게 아닌가.
'어? 눈이 오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고 추위도 잊고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한낮이라 그런지 제법 내려도 쌓이지는 않았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에는 많은 눈이 와 강아지처럼 뛰어나가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곤 했었고, 비료푸대로 눈썰매도 탔던 시절이 그리워졌습니다.
오랜만에 내리는 눈오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이상해졌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메시지를 날려보았습니다.
"창밖을 봐! 눈이 오네."
한참을 기다려도 핸드폰은 잠잠하기만 합니다.



▶ 바닥에 깔린 눈을 보고 좋아했습니다.



그러다 조금 있으니 내리던 눈은 바닥이 덮힐 정도로 내리고 그칩니다.
혼자서 뽀드득뽀드득 소리내며 걸어도 보고, 눈을 뭉쳐보기도 하며 추억에 젖어보았습니다.

퇴근해 집으로 들어서니 아무도 없습니다.
토닥토닥 맑은 도마 소리를 내며 맛있는 저녁을 준비하였습니다.
저녁이 되자 하나 둘 가족들이 들어섭니다.
맨 먼저 아들이 들어오기에
"아들! 엄마 문자 못 봤어?"
"봤어요."
"근데. 왜 씹어?"
"참나, 눈 오는 게 뭐 대수라고 호들갑이세요."
"헐~~"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는 녀석입니다.

두 번째로 들어서는 딸아이
"엄마 문자 못 봤어?"
"봤지."
"그런데?"
"선생님이 지키고 계신데 어떻게 보내."
수업 중이었나 봅니다. 그 뒤 그냥 까먹어 버렸다는 딸
"엄마! 미안해."
"아니, 괜찮아!"
"가만 보면 우리엄마는 아직도 소녀같애."
"왜?"
"눈 온다고 문자 날리고 그러니 말이야."
사실, 눈이 올 때는 좋지만 녹을 때 질퍽거리고 거리가 더러워 보여 싫다고 말을 하는 여고생입니다.









저녁을 먹고 10시가 다 되어가니 그 때서야 멀리 나가있던 남편에게 메시지가 날아듭니다.

"아직도 와? 길 미끄러 걱정이넹^^"
'뭐가 이래?'
'칫! 낭만을 모르는 사람이얌~'
길 미끄러운 것 사고 날까 봐 걱정이나 하고...
내가 너무 감성적이었을까요?
아무도 내 맘 몰라주는 것 같아 어찌나 서운하던지요.

하긴, 어제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동해안 쪽의 사람 허리만큼 쌓인 눈으로 20시간을 넘게 차 안에서 꼼작 없이 갇혀 있어야 했고, 눈의 힘에 못 이겨 내려앉은 간판과 하우스, 여기저기 일어나는 재앙들을 보니 나의 감성적인 행동이 얼마나 사치였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2월에 아주 조금 내린 눈으로 혼자 호들갑 떨었나 봅니다. 풉^^

얼른 따뜻한 봄이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휴일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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