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과 장례식 화환이 7번 재활용된다?
후배의 시어머님이 지병을 앓다 며칠 전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떠나고 말았습니다.
모두가 '호상이야.'라고는 하지만, 막상 떠나보내는 본인들의 마음은 많이 서운한 것 같았습니다.
지인들에게 연락하여 함께 가 보았습니다.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턱 하니 버티고 서 있는 화환이 우리를 먼저 반기게 됩니다.
"우와! 이 집엔 아들네들이 다 출세해서 그런지 화환도 장난 아니네."
주르르 서 있는 화환을 보며 모두가 한마디씩 합니다.
아들 모두 성공하여 번듯한 사회를 이끌어 가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인지
마치 가문의 자랑처럼 부의 척도처럼 출세의 상징처럼 말을 하곤 합니다.
우리가 보낸 화환도 가장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 사진출처 : MBC 불만 제로 방송 켑쳐
화환 없는 결혼식, 장례식장은 상상만 해도 허전합니다. 우리는 좋은 일에나 슬픈 일에나 마음을 담아 값비싼 화환을 보냅니다. 그런데 막 집으로 들어서니 매주 수요일 6시 55분 MBC 불만 제로 '화환이 수상하다?'라는 방송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왔는데 새 꽃이라 믿고 구매했던 화환이 재사용을 한다니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저 한번 쳐다보고 지나쳐버리는 화환이었는데 그 속에는 씁쓸한 비밀이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친정아버지와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에는 오빠들 앞으로 들어온 화환을 트럭에 실어 장지로 옮겨갔습니다. 그곳에서 예를 지낼 때 가지런히 세워놓았다가 49제 때 불태워버렸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장례식장에서 출상만 하고 나면 상주들은 슬픔에 빠져 화환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장지로 떠나버립니다.
떠나고 난 뒤 엄밀한 뒷거래가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1개당 1만 원을 주고 거둬가는 업체도 있다고 합니다. 들고가서 시들은 꽃은 빼고 재사용하여 10만 원에 팔려나간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 결혼철에는 예식이 2시간 간격으로 열리다 보니 화환을 새것으로 가지고 가기 번거롭고 시간도 걸리기 때문에 화환을 밖으로 들고 나와 길거리에서 리본만 바꿔달아 새것처럼 갖다놓는 모습도 포착되었습니다.
㉠ 식장에서 화환을 수거한 후 심하게 시든 꽃을 빼낸 후 수리를 하여 새것처럼 꾸밉니다.
㉡도매업자들이 수거해 새것으로 둔갑시켜 소매업체에 되판다고 합니다.
㉢ 수거한 화환 2개에서 시들지 않은 꽃만 골라 새것처럼 꾸밉니다.
불만 제로는 화환 전문점에서 축하화환 6개를 주문해보았습니다. 겉보기에는 전혀 구분이 되지 않았지만, 전문가의 감정결과 6개의 화환 중 4개의 화환이 재사용 화환으로 의심된다는 판단을 받았습니다.
화환 재사용 현장을 포착하기 위해 잠복과 추적해 보니, 총 9곳의 예식장과 장례식장을 잠복하여 추적한 결과, 단 한 장례식장만이 자체적으로 화환을 처리할 뿐 나머지 8곳은 화환 전부를 인근의 도매 화원으로 실어 나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조직적으로 화환 갈이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수거한 꽃을 냉장실에 보관했다가 재사용하기도 했고, 일부 시든 꽃만 제거한 후 새 화환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화환 갈이가 많은 경우 무려 7번에 걸쳐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
주문자가 배송품을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사정을 악용하여 소비자를 속이고 있었습니다. 배송사진은 크고 멋진 새 화환으로 촬영하고, 실제 배송 화환은 재사용한 화환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 재사용 화환판매자의 말
“ 재사용 하는 것이 굉장히 마약처럼 쾌감을 느끼고 짜릿하게 느껴진다고 하더라고요. 쉽게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 새 꽃만 사용하면 적자입니다. 소비자들은 10만 원하는 화환을 7~8만 원으로 깎아 달라고 하니 말입니다.
㉠ 3단 화환이라면 정 중앙에는 새 꽃을 곱고 아래쪽에는 재사용한 꽃이며 곳곳에 멍이 들고 시들어 있습니다.
㉡ 꽃을 많이 곱고 또 빼고 하여 오아시스에 구멍이 많이 나 있습니다.
재활용 화환이라고 알리고 가격을 싸게 팔면 어떨까?
화환 재사용으로 인한 피해자는 소비자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꽃을 재배하는 화훼농가 역시 피해를 입고 있었고, 결국 새 꽃의 소비가 줄어 국화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도 늘어 농민들의 한숨을 그냥 듣고 넘기기가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사실, 싱싱한 꽃 한두 시간 서 있다가 사라진다면 아깝기도 합니다. 하지만, 악덕 상술로 폭리를 취하면서 소비자 울리고 농민까지 울리는 화환 재사용하는 현장을 보면서 재사용한 화환이라고 알리고 싸게 팔면 어떨까? 새것인양 받고 속는 것보다 차라리 가격이라도 싸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화환 판매자의 양심도 문제지만, 우리 또한 똑똑한 소비자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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