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의 작은일상2011. 2. 9. 06:00


쉰을 넘겨도 물가에 내놓은 아이가 된 이유


긴 겨울방학과 명절 연휴를 쉬고 개학을 하고 나니 업무는 정신없이 돌아갑니다.
할 일이 왜 그렇게 많은지....
어제는 밤이 늦도록 넓은 사무실에 앉아 일하고 있었습니다.
경비하시는 분이 와서
"아직 퇴근 안 하세요?"
"네. 일이 좀 있어서 정리 좀 해 놓고 가려구요."
시간을 보자 10시가 너머 있었습니다.

'저녁까지 굷어가며 이게 뭐하는 짓이야?'
혼자 앉아 있으니 처량한 생각이 들면서 무서워졌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좀 데리러 오세요." 하고 메시지를 날렸습니다.
조금 있으니 자동차 소리를 내며 들어섭니다.









"아이쿠! 우리 마누라 고생하네."
"아직 멀었어?"
"조금만, 기다려 다 해 가."
남편은 책꽂이에 있는 책을 펼쳐들고 한참을 보고 있더니 전기 히터를 꺼 버립니다.
"왜? 춥단 말이야."
"당신, 히터 청소는 하는거야?"
"청소? 밖에는 열심히 닦지, 먼지 앉으면."
"밖이 문제야? 저기 속 좀 들여다봐!"
"뭐가 더럽다고 그래 참나~"
"한 번 보라니까."
세상에나 정말 겨울만 되면 꺼내 내 곁에서 3년을 보낸 히터였는데 에어컨 속에나 들어 있는 3중 필터가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지냈던 것입니다.
"따뜻하게 하려다가 먼지 다 들이마셨네."
그래서 감기를 더 자주한다며
아무리 기계를 모르는 기계치이지만 해도 너무했다고 야단입니다.

아무말 없이 당장 빼서 수돗가로 가려고 하니
"12시가 넘었어. 집에 가자. 내일 씻고."
".................."
집으로 돌아오면서 전기만 꽂으면 되는 줄 알았지 필터가 있는 줄은 몰랐다고 하자 
"좀 단디 하고 지내라."
"단디 못해서 미안하옵니다."
그렇게 야무지지 못한 모습을 남편에게 보이고 말았습니다.
하긴, 그래서 남편은 나에게 쉰을 넘긴 나이인데도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다고 말을 하나 봅니다. 저 보다 더 꼼꼼한 성격이니 그럴수 밖에.

가끔 아내를 걱정해 주는 남편의 마음이라고 여겨야 하는데 어떨 땐 기분 나쁘게 들리는 건 아직 철이 덜 들어서일까요?

나이는 어디로 먹었나 몰러~~
풉^^
  


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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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밀댓글입니다

    2011.02.09 13:54 [ ADDR : EDIT/ DEL : REPLY ]
  3. 그만큼 사랑하시는거죠~ ^^*
    저도 그런 말 마구 해 줄 분이 이제는 필요한데 말입니다. ㅎㅎ

    2011.02.09 14: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남 얘기 같지 않습니다.....ㅎㅎㅎ

    2011.02.09 14: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잘 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2011.02.09 15: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와... 정말 살뜰히 챙겨주시는데요...^^
    제가 보기엔 성격보다는 위하고픈 마음이 앞서야 가능할 상황입니다...!

    2011.02.09 15: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앗.....그러고 보니..저도 각종의 필터들을 확인해 봐야 겠너요....
    늘 보기 좋은 모습이세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2011.02.09 15: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단디해라?
    단단히 해라?뭐그런뜻인가요?

    보기좋아요

    2011.02.09 15: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저도 경상도라 더 정겹네요ㅋ
    남편분이 그래도 참 자상하신듯^^
    밤 늦게까지 야근하시다니 힘드셨겠어요ㅠㅠ
    저도 요새 밀린 업무때문에 죽을꺼 같습니다ㅠㅠ

    2011.02.09 17: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아!!!! 너무 오랜만에 듣는 사투리인데요? ㅎㅎㅎ
    이런 사투리 듣게 되면 고향 내려가서 살고 싶어진다능 ㅠㅠㅠㅠ

    2011.02.09 18:1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히터에도 3중필터가 있다니 저두 생소합니다..^^;;
    단디하라는 말 정감이 갑니다..^^ㅋㅋㅋ

    2011.02.09 19: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다 똑부러지게 잘 하는 아내보다는
    도리어 챙겨줄 여분이 있는 쪽이 나을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남자들은 남자입네 하고 본인이 해줘야 할 부분이 남아 있을때
    더 잘해주는것 같아요.

    2011.02.09 19: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ㅎㅎㅎㅎㅎ 행복한 부부입니다 ㅎㅎㅎㅎ

    2011.02.09 20: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노을님 나이가 쉰이셨나요?+_+

    우아아~ 저 정말 몰랐는데... 노을님 젊은 분인줄 알았어요~^^

    2011.02.09 21: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울릉갈매기

    ㅎㅎㅎ
    살면서 무관심으로 살아가는것들이 많잖아요~^^
    관심이 없으면 그냥 그대로 살아가는것도
    한편의 방법이기도 한게 아닌가 싶은데요~
    그렇다고 제이야기는 아닌데요~ㅎㅎㅎ
    그냥 넘어가는법을 배우고 잇는데요~ㅎㅎㅎ

    2011.02.09 23:03 [ ADDR : EDIT/ DEL : REPLY ]
  16. 하하하...'단디'라는 단어가 정겹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전화하시면 '날도 추분데 단디 하고 뎅기라....'
    늘 이렇게 이야기 하신답니다.

    2011.02.09 23: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저는 그저 부러울 뿐 입니다..... +_+
    누가 좀 데리러 와주시면 좋겠고
    잔소리도 감사할 뿐 이에요....^^;;;;

    2011.02.10 05: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전 항상.. 물가에 내놓은 아이 ㅋㅋㅋ

    2011.02.10 05: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그래서 반려자가 필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
    부족한 부분을 서로 서로 채워주며 사는 것 !!
    얼마나 흐뭇한 일이예요~
    저도 와이프의 부족함을 많이 채워주고 있습니다 ㅋㅋ

    2011.02.11 00: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두 분 보기 좋으십니다. ㅎ

    2011.02.11 04: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한일휘

    노을 님,

    개학하니깨 역시 바쁘시네요잉.
    교수 연구 이외의 행정 잡무는 없어야 하는뎅...

    제 기억으론,
    석이가 이리도 알뜻살뜻했나 싶기도 합니다...ㅋㅋㅋ.
    그 머어언 기억으로도 지보담 훨씬 붙임성 있었던 노오옴으로 살아 있구먼유...

    이 글 읽으면서
    그 장면이 떠올려지면서리 지도 모르게 입가엔 미소가...

    지도 갱상도 남정네라
    집에서도 역시 맘같이 잘 안 됩니뎌.
    맘은 꿀떡인디, 고것을 밖으로 드러내는 거이 결코 쉽지 않다는...

    지 여동생들까지도 흔히
    그 옛날 분, 우리 '아버지'보다 더 하다꼬 안캄니꺼.

    이 글은 다른 사람들에게 '염장'용으로다 올리신 거 맞지용...ㅋㅋㅋ.

    나이 이미 50 중반을 치닫고 있는 우리 연배에도,
    알콩달콩 사는 모십을 대하는 지가 다 넉넉해집니다 그려...

    오늘 업뎃도 역시
    방문객들에게 맘의 평화를 선물해주셨지 싶네요잉.

    참으로 고맙심뎌...

    -----
    뱀발 :
    석아, 니는 그래도 마눌한테 자알 하네...

    앞으로도 노을 샘한티 더 훠얼씬 잘 하도로꼼 노력혀세.

    노을 샘,
    니 마눌 이전에
    우리 폐인들한테도 얼매나 귀한 사람인디...

    봄날 땃땃해지모 고향 한 번 댕겨갈까 싶다.
    노을 샘 얼골까지 뵈알할 수 있는 행운을 기대해본다.

    2011.02.12 23:53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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