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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가슴 먹먹하게 한, 동서가 보내온 사진 한 장

by 홈쿡쌤 2011.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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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먹먹하게 한, 동서가 보내온 사진 한 장


유난히도 길었던 겨울 때문이었을까요?
예년보다 늦게 찾아온 더위이기는 해도 이젠 제법 여름이 가까워졌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내리쬐는 햇살이 따갑기만 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흐러내려 시원한 음료가 그리워지는 것 보면 말입니다.

사람이 하루를 살아도 건강하게 살다 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며칠 전, 치매로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시어머님께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아비 있나?"
"네. 어머님. 바꿔 드릴게요."
아들과 뭐라고 한참 이야기를 나눕니다.
"엄마한테 무슨 일 있어?"
"응. 기운이 없다시며 사골 좀 사 오란다. 그리고 현금도 좀 찾아오라고 하시네."
또 시골 시댁으로 착각하셨나 봅니다.
"아! 가까이 있으면 당장 사골국물 한 그릇 사 들고 가고 싶다."
남편의 마음은 불편한가 봅니다.
"우리 엄마 여기로 모셔올까?"
"맘대로 해"
 무슨 일만 있으면 전화를 걸어 하소연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내일이 토요일이잖아. 막내 삼촌 엄마한테 갈 텐데 이야기해 봐."
"돈이나 주고 뭘 사가라고 해야지."
"그러네."
남편은 할 수 없다는 듯 요양원 가까이 사는 막내동생에게 전화를 겁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알았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시댁은 5남 1녀 6남매입니다.
시어머님은 84세, 치매로 요양원 생활을 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6명이나 되는 자식 키워봤자 아무 소용없어.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겠나.'
가끔 정신이 돌아오시면 하시는 말씀을 들을 때면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모시고 있다가 가방을 싸서 자꾸 밖으로 나가시는 바람에 온 가족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몇 번을 잃어버릴 뻔하고 난 뒤 형제들끼리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요양원 비용은 형제들이 월 10만 원식을 부담하고 있고, 집에서 20~30분이면 달려가는 곳에 사는 막내아들이 주말마다 어머님을 찾아뵙고 있습니다.


사실, 삼촌이야 아들이기에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할 거란 생각이 들지만, 막내 동서에겐 늘 미안한 마음만 가득합니다. 직장다니면서 주말마다 먹거리 챙겨서 찾아간다는 게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잘 알기때 문입니다. 집에 계실 때에도 입이 짧아 조금만 몸이 좋지 않으면 숟가락을 들지 않으셨던 분입니다. 정성들여 만들어 간 음식을 치아도 좋지 않으면서 오물오물 드시는 것 보면 기분 좋다고 말을 하는 동서입니다.

"동서! 월 10만 원 식 내는 것 그것 내지 마!"
"왜요 형님?"
"응. 넌 주말마다 어머님 찾아가잖아!"
도시락 싸 가서 함께 먹고 밑반찬으로 김과 간식으로 두유 한 통은 꼭 사 들고 가면 돈도 소소하게 들어갈 것 같아서 말입니다. 
"아닙니다. 부모한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 그런 말 마세요."
"그럼 공금 3만 원 내는 것이라도 내지 마."
"안 그래도 돼요."
"우리가 맘이 불편하잖아."
천사 같은 마음을 가진 동서입니다.
직접 보고 온 동서에게 어머님의 근황을 물어보고 싶어도  "어머님께 다녀왔어?" 확인하는 것 같아 수화기를 들었다 놓곤 합니다.









그런 제 마음을 알아차렸을까요?
동서는 어머님을 찾아가서 식사하시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벌써 2주째 보내오는 소식입니다.
"형님! 오늘 엄마가 컨디션이 좋네요."
"형님! 엄마 사진 보냅니다. 식사하시는 중이에요."
이것저것 싸 가서 어머님 밥숟가락 위에 동서가 올려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얼마나 뭉클하던지....





아직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 둘을 데리고 할머니 앞에서 재롱도 떨고 이야기도 해 주는 사랑스러운 조카, 무슨 일이든 아내가 싫다고 하면 하지 못하는 게 우리의 현실인데 가기 싫다고 하는 남편을 설득해서라도 다녀오는 마음 착한 우리 동서 덕분에 어머님을 향한 가슴에 담은 무거운 짐을 아주 조금은 들며 살아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동서야! 
항상 고마워!
그 말밖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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