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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이게 내리사랑일까? 딸을 위한 아빠의 기도

by 홈쿡쌤 2011.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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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내리사랑일까? 딸을 위한 아빠의 기도



시어머님을 가까이 보고 자라서 그럴까요?
인자하시고 자상하셨던 할머니 품속에서 자란 우리 아이들입니다.
자주 찾지는 않아도 초하루 날이나, 초파일, 동짓날 등 자식들이 주신 용돈 털어가며 불전을 놓고 기도하시는 모습 눈에 선합니다.

휴일 아침, 시계처럼 눈을 뜨면 새벽 5시 늘 같은 시간입니다.
아이들을 위해 반찬을 준비하고 조금 늦게 깨워 아침을 먹고 학교로 향합니다.
"엄마! 오늘 뭐 할 거야?"
"응. 어디 산에나 갔다 오지 뭐."
"절에 꼭 들러."
"왜?"
"엄마의 정성 담긴 기도가 수능도 잘 치게 해 주는 것 몰라?"
"누가 그래?"
"선배 언니가 그랬어."
평소보다 훨씬 시험을 잘 친 게 엄마가 한 기도의 힘이라고 하니 무어라 할 말이 없었습니다.
가만히 곁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알았어. 아빠가 가서 108배 하고 올게."
"우와! 역시 아빠 최고!"
"참나!"
"잘 다녀오겠습니다."
"졸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고 오셔!"
"엄마도 기도 열심히 하고 오셔!"
밝은 목소리를 내며 세상 밖으로 향하는 딸아이입니다.


여고 1학년인 딸, 고1인 아들 녀석 학교에 보내놓고 대충 집 안 청소를 마치고 월아산으로 향하였습니다.


어딜 가나 신록이 너무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 호수에 비친 반영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 피톤치드가 저절로 품어져 나오는 산길입니다.



                        ▶ 남편이 내려놓은 배낭과 신발


딸아이 말처럼 불전함에 지폐를 넣고 두 손 모아 절을 올렸습니다.
천천히 '관세음보살'을 업조리며 하나 둘 세어가면서...
60배를 하고 나니 다리에 힘이 풀리고 도저히 일어설 수가 없어 포기하고 앉아버렸습니다.

남편은 평소 집에서 제대로 배운 108배 운동법으로 단련된 체력이라 온몸은 땀에 흠뻑 젖어도 그칠 줄 몰랐습니다. 
'딸아이의 한 마디가 저렇게 만드나?'
부모이기에 나오는 힘 같아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불심이 깊은 사람도 아닌데 말입니다.

혼자 밖으로 나와 국보와 보물이 가득한 사찰을 돌고 꽃 구경을 하고 돌아와도 남편은 30분을 넘게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늘 내리사랑만 해 오고 있습니다.
어머님에게 받고만 살아왔는데 이제 우리가 자식에게 그 사랑을 물러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모든 것 다 내어주고 빈 소라껍질처럼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기운없어지신 어머님을 닮아있었던 것입니다.






 





사찰 가까이엔 소원 돌탑이 자주 보일 것입니다.
지나가면서 돌 하나를 집어 들어 올립니다.
언제나 납작한 모양입니다.
그건 뒷사람을 위한 작은 배려입니다.
너와 나의 소원이 모여 만들어내는 돌탑이기 때문입니다.


내 욕심 채우기 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라는 마음을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마음 비우고 욕심 내려놓고 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좌우가 맞닿은 대나무 숲길을 걸었습니다.








보리수가 빨갛게 익었습니다.
한 입 가득 그 달콤함을 맛보았습니다.







 


4시간가량 산길을 걸어 내려왔습니다.
운동도 하고 기도도 올린 휴일 하루였습니다.
"당신! 아까 몇 배나 한 거야?"
"몰라. 대충 천 배 정도는 될걸."

평소, 엄마의 작은 사랑은 눈에 보였지만,
아빠의 사랑은 커다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습니다.

하지만, 부처님 앞에서 절을 올리는 모습을 보니 그 마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리사랑이란 게 이런 것이구나!' 하고 말입니다.


언제나 공부는 자신의 몫이만,
부모라면 누구나 그렇듯

그저 잘되라고 소원하는 마음을 엿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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