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먹먹하게 한, 동서가 보내온 사진 한 장
유난히도 길었던 겨울 때문이었을까요?
예년보다 늦게 찾아온 더위이기는 해도 이젠 제법 여름이 가까워졌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내리쬐는 햇살이 따갑기만 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흐러내려 시원한 음료가 그리워지는 것 보면 말입니다.
사람이 하루를 살아도 건강하게 살다 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며칠 전, 치매로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시어머님께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아비 있나?"
"네. 어머님. 바꿔 드릴게요."
아들과 뭐라고 한참 이야기를 나눕니다.
"엄마한테 무슨 일 있어?"
"응. 기운이 없다시며 사골 좀 사 오란다. 그리고 현금도 좀 찾아오라고 하시네."
또 시골 시댁으로 착각하셨나 봅니다.
"아! 가까이 있으면 당장 사골국물 한 그릇 사 들고 가고 싶다."
남편의 마음은 불편한가 봅니다.
"우리 엄마 여기로 모셔올까?"
"맘대로 해"
무슨 일만 있으면 전화를 걸어 하소연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내일이 토요일이잖아. 막내 삼촌 엄마한테 갈 텐데 이야기해 봐."
"돈이나 주고 뭘 사가라고 해야지."
"그러네."
남편은 할 수 없다는 듯 요양원 가까이 사는 막내동생에게 전화를 겁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알았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시댁은 5남 1녀 6남매입니다.
시어머님은 84세, 치매로 요양원 생활을 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6명이나 되는 자식 키워봤자 아무 소용없어.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겠나.'
가끔 정신이 돌아오시면 하시는 말씀을 들을 때면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모시고 있다가 가방을 싸서 자꾸 밖으로 나가시는 바람에 온 가족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몇 번을 잃어버릴 뻔하고 난 뒤 형제들끼리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요양원 비용은 형제들이 월 10만 원식을 부담하고 있고, 집에서 20~30분이면 달려가는 곳에 사는 막내아들이 주말마다 어머님을 찾아뵙고 있습니다.
사실, 삼촌이야 아들이기에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할 거란 생각이 들지만, 막내 동서에겐 늘 미안한 마음만 가득합니다. 직장다니면서 주말마다 먹거리 챙겨서 찾아간다는 게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잘 알기때 문입니다. 집에 계실 때에도 입이 짧아 조금만 몸이 좋지 않으면 숟가락을 들지 않으셨던 분입니다. 정성들여 만들어 간 음식을 치아도 좋지 않으면서 오물오물 드시는 것 보면 기분 좋다고 말을 하는 동서입니다.
"동서! 월 10만 원 식 내는 것 그것 내지 마!"
"왜요 형님?"
"응. 넌 주말마다 어머님 찾아가잖아!"
도시락 싸 가서 함께 먹고 밑반찬으로 김과 간식으로 두유 한 통은 꼭 사 들고 가면 돈도 소소하게 들어갈 것 같아서 말입니다.
"아닙니다. 부모한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 그런 말 마세요."
"그럼 공금 3만 원 내는 것이라도 내지 마."
"안 그래도 돼요."
"우리가 맘이 불편하잖아."
천사 같은 마음을 가진 동서입니다.
직접 보고 온 동서에게 어머님의 근황을 물어보고 싶어도 "어머님께 다녀왔어?" 확인하는 것 같아 수화기를 들었다 놓곤 합니다.
그런 제 마음을 알아차렸을까요?
동서는 어머님을 찾아가서 식사하시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벌써 2주째 보내오는 소식입니다.
"형님! 오늘 엄마가 컨디션이 좋네요."
"형님! 엄마 사진 보냅니다. 식사하시는 중이에요."
이것저것 싸 가서 어머님 밥숟가락 위에 동서가 올려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얼마나 뭉클하던지....
아직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 둘을 데리고 할머니 앞에서 재롱도 떨고 이야기도 해 주는 사랑스러운 조카, 무슨 일이든 아내가 싫다고 하면 하지 못하는 게 우리의 현실인데 가기 싫다고 하는 남편을 설득해서라도 다녀오는 마음 착한 우리 동서 덕분에 어머님을 향한 가슴에 담은 무거운 짐을 아주 조금은 들며 살아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동서야!
항상 고마워!
그 말밖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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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도 이런 마누라가 있나요,,,
정말 감동 먹었어요.
마누라 싫다하면 자기부모아파도 이야기 하기가 힘들고, 이야기하면 바로 냉전시대가
되버리는집
답글
글은 못읽고 겨우 다녀가요~~
지금 추우면서 땀나고~ 몸이 엉망이라서요.
답글
참 요즈음 같은 세상에 이런분도 있나 십습니다
오랬만에 좋은 소식보고 갑니다.
항상 마음으로라도 동서되시는 분에게 잘하셔야될거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요즈음 같지않게 효부 십니다.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답글
에흉...요즘처럼 살기에도 바뿐 사람들이 많은데...
정말 멋진 동서분을 두신것 같습니다.
읽는 제가 가슴이 따듯해 지는것 같애요...
답글
이쁜 동서네요
부럽습니다.
답글
자식들은 뭐하고,, 며느리들이 이고생이야...
자기부모는 자기들이 돌보자고..며느리한테 넘기지 말고..
장인장모한테 그렇게 할거 아니잖아..
암튼 역겨운 한국문화..
답글
정말 훌륭하신 분을 동서로 두셨네요~~ 맘이 짠하네요~
답글
감동입니다. 좋은 하루 되시구요.
답글
짠해집니다.
두분다 행복하세요..
답글
나는,개인적으로...
옛날 고려장의 사회적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임다!~
원치는 않지만...자식세대의 부담을 경감시켜주자면...
사회적 수용한계치를 넘어서면.
어쩔수가 없겠지요-
마지막에 다가갈때...
다만,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수 있을만큼의
건강과 판단능력과 용기가 있기만을 바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답글
그래도, 자주 찾아 뵈세요....
답글
아름다운 모습이내요..
휴~~
저희집도 아버님 형제분이 많아서리...
저희집이 큰집인데..
아버지 어머니가 참 많은 짊을 지는듯 하더라구요..
답글
따뜻한 가정의 모습입니다.
이런 훈훈한 모습이 언제나...
행복합니다.
답글
그 동서에 그 형님시겠죠!!!!
나쁘게 보려면 하나부터 열까지 나쁘게만 보이고, 밉고 싫으면 한도 끝도 없는데요.
님께서 착하고 좋은 심성을 가진 분이라 동서를 그렇게 대하고
또 동서분도 참 좋으신 분이라 님께 어머님께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님의 평소 행동이나 마음이 보이는 듯 합니다.
님도, 동서분도. 참,,,,,, 좋은 사람들이네요. ㅎㅎㅎㅎ
답글
에궁~정말 이쁜 동서네요~~
그리고 그 동서 이뻐하는 노을님도 참 이쁘구요^^
어머님이 그렇게 치매로 계셔도 분명 그 마음들 느껴져서 참 행복하실것 같아요~~
오늘은 집터정리하는 일이 바빠서 글도 못올리고 이제서야 잠시 컴에 들어와서
노을님 글 읽으면서 콧등 찡해지고 아버님께 좀 더 잘해야겠다 생각하는중입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노을님~~~~
답글
진정한 가족의 힘을 보는것 같습니다.
늘.. 행복하세요~♡
답글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아 정말 가슴 찡한 사진과 내용이네요ㅠㅠ
답글
동서분의 마음이 너무 곱네요
마음이 훈훈해지는 감동적인 글과 사진 잘 보고 갑니다.
답글
전 시어머니 모시고 사는데요...중풍 8년째, 거동 못하신지 4년이네요...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니 점점 치매도 심해지시구요..
하루하루가 마음이 무겁습니다. 님처럼 살갑게 대해드리지도 못하고 있네요..
많이 반성합니다..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