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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따뜻한 시골인심과 풍성한 가을걷이

by 홈쿡쌤 2011.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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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시골인심과 풍성한 가을걷이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시댁을 다녀왔습니다.
시어머님이 계실 때에는 자주 찾아뵙곤 하였는데 치매로 요양원으로 가시고 나니 갈 일이 없어졌습니다.
"여보 우리 촌에 갔다 올래?"
"가서 밤이나 주워올까?"
딸이 좋아하는 밤이라 가을바람을 가르며 달려갔습니다.

들판은 황금빛이었고, 군데군데 타작을 한 모습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 황금들녘



▶ 향이 진한 제피열매입니다. 추어탕이나 장어국 끓여 먹을 때 꼭 들어갑니다.



▶ 노랗게 익어가는 감



▶ 어머님의 텃밭에는 구절초만 가득 피어 있었습니다.
건강하셨다면 각종 채소들이 심어져 우리 집 식탁을 풍성하게 해 주었을 터인데 말입니다.




▶ 까치밥



▶ 싱아 열매



▶ 떨어진 밤


시아버님이 심어놓은 밤산에 올랐습니다.
주인이 없다는 걸 알아 차렸는지 밤은 다 털어가고 없었습니다.
곳곳에 떨어진 밤이삭을 줍는 재미도 솔솔하였습니다.


▶ 그릇을 가지고 가지 않아 옷에 주워담았습니다.



▶ 차에 있던 비닐 쇼핑백에 가을이 하나 가득입니다.



▲ 어머님의 절친한 친구분입니다. 말린 토란대를 손질하시던 중에 또 한 봉지 손에 집어주십니다.



산에서 내려오니 어머님과 친하게 지내시던 친구분을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이쿠! 내동댁 며느리 아이가?"
"네. 맞아요. 잘 지내셨지요?"
"밤 줍고 오나 보네."
"네. 누가 다 주워 갔어요."
"00댁이 2포대 주워 농협에 팔아 돈 샀다고 하더라."
"괜찮아요. 우리가 못 줍는데 아무나 주워 팔았다니 다행이네요."
"그래도 남의 것 손대면 안 되지."
"괜찮아요. 많이 주웠어요. 우리도."

산천은 무구한데 인걸은 간 곳이 없었습니다.
어머님이 계시지 않아도 감도 따고, 모과도 따고, 취나물도 캐고,
하나 가득 가을걷이를 한 기분이었습니다.


차를 타고 출발하려고 하는데 가방속에 있어야 할 핸드폰이 사라지고 없는 게 아닌가.
분명히, 4시 정도에 시계 확인을 했는데 말입니다.
남편의 핸드폰도 집에 두고 왔으니 참 난감한 일이었습니다.
"에잇! 그냥 집에 가자. 어차피 새로 살 거잖아."
"당신, 저장된 전화번호는 어쩌려고?"
땀도 나고 하기 싫어, 그냥 집으로 가자고 해도 남편은
"이웃집에 가서 전화하면 내가 찾아볼게."
".........."

할 수 없이 어머님 친구분댁으로 향하였습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안방으로 들어가라고 하십니다.
"괜찮아. 어여 들어가!"
남의 집 안방으로 들어가 유선 전화기를 들려고 보니 옆에 핸드폰 하나가 눈에 들어와
"어머님! 이 핸드폰 좀 사용해도 되나요?"
"그럼! 우리 며느리 것인데 안 가지고 외출했네. 들고 가서 얼른 찾아봐! 어두워지는데."
"네."
핸드폰을 들고 다시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이리저리 움직이며 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30분이나 헤매다 겨우 찾았습니다.
나뭇잎 사이에 엎어져 있으니 모깃소리처럼 작게 들렸던 것입니다.
"여보! 여기 찾았어." 기쁜 목소리로 나도 모르게 외쳤습니다.
"정신 좀 차려라. 흘리고 다니지 말고!"
"미안해요."

아마 밤 줍는데 정신이 팔려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이 떨어진 줄도 몰랐었나 봅니다.

싱글벙글 웃고 내려오는 우리를 보시고 어머님 친구분은
"아이쿠! 찾았나 보네."
"네."
"다행이야."
"감사합니다."
"아니여."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선뜻 안방을 낯선 사람에게 내 준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니까 말입니다.

애써 찾아왔으니 내 곁에서 한참을 더 함께 지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핸드폰이지만 내겐 전화 걸고 받기만 하는 기능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어머님 친구분이 전해준 따스한 정이 고마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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