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의 작은일상2011. 1. 15. 06:39

<이불 속에 든 따뜻한 밥 한 그릇>                                               

















검은 무쇠솥에 활활 타고 있는 장작불이 따뜻하게만 느껴집니다.

아마도 시골에서 보고 자라났기에 더 정감 가는 게 아닐까요?
보리쌀 푹 삶아 놓았다 솥 바닥에 깔고 그 위에 하얀 쌀 조금 씻어 함께 밥해 먹었던
아름다운 추억을 가진 사오십대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담고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고구마 몇 개 얹어 낮에 먹었던 유일한 간식거리였고,
풋고추 썰어 넣고 밥물 넘쳐 들어간 된장국 짭짤하게 만들어 먹는 그 맛은 엄마의 사랑이었습니다.

이제 세상이 많이도 변하여 시골에서도 무쇠솥에 밥을 해 먹는 일이 아주 드물어졌습니다.
하얀 수증기 내뿜으며 고소하게 누룽지 만들어 서로 먹기 위해 숟가락 부딪히며 싸움을 하면 늘 막내인 나에게 누룽지 그릇 슬쩍 밀어주던 언니 오빠들이 보고 싶어지는 날입니다.

며칠 전, 점심 약속이 있어 방학한 아들 녀석의 점심밥이 걱정되었습니다.
따뜻한 밥을 퍼서 이불 속에 넣어두고
"아들! 밥 이불속에 있으니 반찬이랑 챙겨 먹어."
"난 찬밥이 좋은데. 그냥 둬도 돼!"
"그래도 너무 차가우면 안 돼."
"알았어요. 다녀오세요."
따뜻한 걸 좋아해야 인복이 있다는 옛말도 있는데 녀석은 뜨거운 것보다 찬 것을 더 좋아합니다.

저녁이 되어 자려고 이불을 펴든 딸아이가 묵직한 밥그릇 하나를 발견하고는
"엄마야! 이게 뭐야? 깜짝놀랬잖아!"
"어? 이건 낮에 먹으라고 퍼 놓은 밥인데."
"밥을 왜 이불 속에 넣어? 전기밥솥 두고."
"응. 찬밥 먹는다고 하기에 미지근하게 먹으라고 넣어두었지."
알고 보니 아들은 밥은 먹지 않고 라면을 끓여 먹고 담아 둔 밥은 그대로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어릴 때 할머니가 가족을 위해 하셨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에는 친정엄마가 멀리 오일장에 가셨다 돌아오시는 아버지를 위해 항상 이불 속에 밥 두었다 따뜻하게 드시게 하시곤 했었습니다. 그땐 전기밥솥도 없었으니까 말입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밥을 제일 먼저 퍼서 이불 속에 넣곤 하셨습니다.
어머니가 가족을 향한 사랑이었던 것입니다.
엄마 생각이 나서 해 보았는데 녀석은 그냥 넘겨버렸던 것....

옛날과는 달리 가장의 위치는 돈만 벌어주면 된다고 하며 흔들리고 있다지만, 작은 이런 곳에서조차 아버지, 남편을 향하는 그 맘 조금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나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요? 밥 한 그릇의 따스함 아들에게 전해주지 못했지만, 엄마의 마음은 읽었으리라 여겨보는 날이었습니다.

오늘따라 엄마가 더 그리워집니다.
엄마!




Posted by *저녁노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전 댓글 더보기
  2. 이불속의 따뜻한 밥 한그룻이 옛날 어머님이 아버님의 밥을
    아랫목에 넣어두었던 생각이 나네요~ㅎ
    아드님이 어머니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싶은데..
    먹었으면 좋으련만~~ㅎ
    포근한 글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2011.01.15 14: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혜진

    오늘따라 엄마가 더 그리워 집니다.. 엄마~~~
    하시는데..왜 제가 눈물이 주루륵....... 흘러 내릴까요..
    노을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노을님... 다시 제 마음을 다지게 됩니다..
    부모님 살아 계실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거..
    좋은 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행복 가득한 주말 되시고..
    추위와 감기 조심 하세요~!^^*

    2011.01.15 14:41 [ ADDR : EDIT/ DEL : REPLY ]
  4. 어릴적 아궁이로 불을 지피던 시절엔
    방 구들, 아랫목에 항상 밥을 넣어두었던 것 같습니다. ㅎ
    할머니께선 특히 더 챙기셨지요 ㅎ
    저도 어린 시절 그 따끈했던 아랫목이 생각 납니다 .

    2011.01.15 14: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저도 아주 아주 어릴적에 이불속에 밥을 담아서 주시던 할머니의 기억이 나네요..

    아랫못에 두고.. 손주를 기다리던 할머니의 그 심정이란....

    2011.01.15 16: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풍족한 세상이 되었지만
    바쁜 세상살이에 잃어버린 정서들이 안타까워요.

    2011.01.15 18: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저도 어릴적에 이불속에
    아버지 밥을 넣어두고 하던 기억이 나네요...
    그 땐 그런게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금방 세상은 변하더라구요... ^^

    좋은 추억 안고 갑니다~

    2011.01.15 20: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이불 속에 미지근한 그 밥,
    저도 어렸을때 먹어보았지만요.
    시골에 내려가고 싶어집니다. ㅠㅠ

    2011.01.15 20:47 [ ADDR : EDIT/ DEL : REPLY ]
  9. 30대의 나이라도 이불안에 넣은 밥에 대한 경험이 없는데 어머니의 정을 느낄 수 있네요.
    ps. 제가 사는 곳은 따뜻해서요.

    2011.01.15 21: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지금의 전자보온 밥솥보다
    정이 담겨있는 밥그릇인 것같습니다

    2011.01.15 22: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이런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네요.
    참 정겹던 모습이었습니다.
    따뜻한 구들목에 아버지의 밥그릇을 뎁히시던 모습...

    노을님, 감기조심하시구요, 즐거운 시간 되세요^^

    2011.01.16 00: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가끔은 따뜻한 아랫목이 그립답니다
    외국생활을 오래 하다보니..ㅎㅎ

    아랫목에 대한 추억이 오직 많나요?
    겨울에 몸이 으슬으슬 할때..가장 생각 나지요
    이불속에 묻어두었다가 꺼내주시던 엄마가 저도
    그리워 집니다

    2011.01.16 00:59 [ ADDR : EDIT/ DEL : REPLY ]
  13. 한일휘

    노을 샘,

    오늘도 업댓을 하셨군요.
    아무래도 방학 기간이라, 학기 중보단 시간적 여유가 있으시것지요...

    아무리 그려도 파워 블로거로서
    정기적인 방문객들을 의식한 압박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만 혀도 후덜덜... 후후.

    날이 많이 추워지는군요.
    어젠, 잠깐 걸어 오는 중에도 귀가 다 얼얼할 정도였으니...

    노을 샘께서 올려주신 오늘 얘기처럼,

    뚜껑을 열자마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아랫목 이불 속의 그 밥 그릇이 정말 지대로 실감되는 날입니다.

    특히, 오늘 글에 대한 댓글까지 통독해가면서,
    오랫만에 가족 간의 그 '정'의 소중함을 만끽하며 뒤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네요잉...

    물론, '언제나' 실내에선 반바지 차림에 익숙한 요즘 세대들에겐,
    우리 세대들의 그 따뜻한 가족 간의 온기가 이젠 점점 전설로 잦아들겠지요.

    아무리 그려도 저놈들도 나이가 들면,
    어릴 적 가족 간 온기의 그 기억이 나긴 하것지요?

    우리가 어릴 적 '그 밥상'에 지긋지긋해 하던 것에서,
    어느듯 그 '입맛'에 길들여진 '날' 발견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아무쪼록 차가운 겨울 잘 이겨내시공,
    남아 있는 방학 기간 동안 의미 있는 시간 되십시오...

    2011.01.16 01:47 [ ADDR : EDIT/ DEL : REPLY ]
  14. skybluee

    어머니가 그리워집니다.ㅜ.ㅜ

    2011.01.16 05:59 [ ADDR : EDIT/ DEL : REPLY ]
  15. 소리새

    옛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나게 하는 글입니다.

    잘 보고가요. 행복한 휴일 되세요

    2011.01.16 06:00 [ ADDR : EDIT/ DEL : REPLY ]
  16. 비단풀

    댓글창이 닫혔는줄 알고 어제 왔다가 그냥 갔어요.ㅎㅎ
    이 글 보니까 어릴적 아랫목 이불속에 넣어둔 엄마 손길을 생각하게 됩니다.
    엄마 생각 많아 나시겠어요.

    2011.01.16 07:02 [ ADDR : EDIT/ DEL : REPLY ]
  17. lilu

    저희집도 예전에 밥을 이불 밑에 넣어뒀었요~
    전기밥솥이 있었는데도 전기세 아낀다고 그러셨죠.
    가끔 이불 속에 들어가다 밥을 쏟기도 하고 했었는데...
    전기 밥솥이나 전자렌지에 익숙해진 요즘은 보기 어렵겠죠...

    2011.01.16 08:03 [ ADDR : EDIT/ DEL : REPLY ]
  18. 저 어렸을때 할머니가 아랫목에 밥그릇넣어두셨었죠... 그땐..왜 그러셨나..싶었는데...지금은..그리워지네요

    2011.01.16 13: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옛날 생각나게 하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2011.01.16 18: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어린시절 겨울철 시골 할머니댁에 가면, 춥다고 우리강아지 어서 이리로 들어오라며, 아랫목 이불속으로 넣어주시곤 하셨는데.. ^^
    이불속에 넣어둔 공기밥.
    따뜻한 엄마의 마음이 담겨있는 공기밥.
    한그릇 먹고, 엄마라고 불러 볼랍니다~~ ^0^
    엄마아~~~~~~

    2011.01.17 07: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본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기억 나는 때는 연탄 보일러 시절 같은데요...
    그때의 어머님,할머님의 사랑은 저도 느낄 정도 였으니까요...
    세상은 편해지나...마음은;;;불편해 지는 것 같다는 생각 해 봅니다;;;;

    2011.01.17 15:46 [ ADDR : EDIT/ DEL : REPLY ]


"); wcs_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