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꽃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인동초'
한 낮 기온과는 달리 저녁에는 산책하기 좋습니다.
살랑살랑 살결을 간질이며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하기만 합니다.
남편과 함께 저녁을 일찍 먹고 동네 한 바퀴를 하였습니다.
산자락을 따라 과일이 익어가고
들판에는 심어놓은 벼도 땅 내음을 맡으며 잘 자라고 있습니다.
뽀얀 밤꽃이 향기를 내뿜더니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고,
가장자리에 덩굴을 타고 핀 인동초가 눈에 들어옵니다.
★ 인동초의 전설
사비성의 구드래 나루건너 평화로운 두메산골 마을에 마음씨 곱고 부지런하며 효성이 지극한 부부가 의좋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근심걱정이 있게 마련인지 이들 부부에게는 자식이 없었습니다. 항상 마음이 편치 않던 차에 꿈속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자식이 있을 거라 했는데, 백발노인의 현몽대로 잉태하여 출산을 해보니 쌍둥이 자매였답니다. 이들 부부는 자매의 이름을 금화와 은화라 하고 정성을 다하여 길렀습니다. 점차 자라면서 아름답기가 선녀 같고 마음씨 곱기가 이루 말할 수 없어 마을사람들의 칭송이 자자하였습니다. 정다운 두 자매는 그림자처럼 같이 행동하며 늘 우리는 같은 날 태어났으니 헤어지지 말고 오래오래 살다 같은 날 죽자며 사이좋게 자라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언니인 금화가 원인 불명의 중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자 동생인 은화는 온 정성을 다하여 언니인 금화를 간호했지만 불행하게도 은화마저도 같은 병을 얻었습니다. 이들 자매는 우리가 죽어서 약초가 되어 우리들 같이 병들어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구하자고 했고, 끝내 같은 날 죽은 금화와 은화가 묻힌 무덤가에서는 한 줄기 가녀린 덩굴식물이 자라더니 희고 노란 꽃이 아름답게 피어나며 향기를 그윽하게 내품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 꽃을 두자 매의 넋이라 여기며 두 자매의 이름을 따 금은화(金銀花)라 하였습니다.
그 후 후세의 사람들은 겨울의 북풍한설에도 잎이 시들지 않고 떨어지지 않는다하여 인동이라 불리게 되었고 꽃은 해독, 해열 등 약용으로 쓰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겨울에 가는 덩굴이 말라죽지 않고 봄에 다시 싹이 나므로
겨울을 이겨내는 식물이라고 인동초라고 합니다.
꽃이 흰색으로 피어 점차 노랗게 변하므로 금은화라고도 하며,
동생 은화와 언니 금화에 대한 슬픈 전설을 간직한 꽃입니다.
하얀인동초는 토종이며, 야구 글러브처럼 생긴 붉은인동초는 외래종으로 정원용으로 개량된 것이라고 합니다.
겨울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고 꿋꿋이 견뎌내는 인동(忍冬)덩굴.
그렇게 인내한 보람이 있어 여름 아침 향기로운 꽃이 한창입니다.
노랗게 변하는 건 벌과 나비에게,
‘나는 수정을 끝냈으니 옆의 꽃을 찾아주세요’라는 신호라고 합니다.
다른 꽃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꽃.
아,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런 아름다운 배려였던 것입니다.
인동초에 대한 아름다운 배려를 알고나니
예사롭게 넘기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더욱 곱게 보이고
더욱 향기로웠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남을 위해 얼마나 배려하며 살아갈까?
자연에게서 늘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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