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의 작은일상2012. 6. 17. 06:00

내 남편은 뛰는 놈 위의 나는 놈?




우리 부부가 결혼을 한 지도 20년이 다 되어갑니다.
신혼 때에는 많이도 다투고 의견 충돌도 있었지만,
이젠 눈빛만 봐도 말소리만 들어도 상대방의 기분을 알아차립니다.
그러기에 싸울 일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쉰을 넘긴 나이가 되다 보니 제일 먼저 찾아온 건 노안이었습니다.
바늘귀를 끼우려고 해도 아들에게 부탁을 해야 하고,
가까이 볼 때는 안경을 벗어야 더 잘 보이니 말입니다.

얼마 전, 가방 속에 들어가는 디카를 들고 다니다가 제대로 된 카메라 한 대를 장만하였습니다.
2,160만 화소로 사진 화질은 최상급이었으나 아직 익숙하지 못해 다루기 힘이 듭니다.
가까운 뒷산에 올라 사진을 찍다보니 금방 배터리가 없어져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여보! 요즘 핸드폰을 사도 배터리 하나 더 주는데 카메라는 왜 안 줄까?"
"그러게. 다음에 산 곳에 가서 물어볼게."
"아니면 그냥 하나 더 사가지고 와"
"알았어."

시내 갈 일이 있어 남편은 카메라를 산 가게로 갔습니다.
밧데리 하나 밖에 주지 않느냐고 물으니
"우리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상품 등록하면 밧데리 하나 더 줍니다."
"네? 그럼 왜 미리 말씀해 주시지 않았어요?"
"................"
참 기분 묘했습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6월 30일까지 이벤트를 하고 있었던 것.
몰랐으면 그냥 지나쳤을 일이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아침에 출근하면서
"여보! 카메라 등록 좀 해 줘요."
"응. 그럴게."
그렇게 부탁을 해 놓고 출근을 했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서면서
"여보! 카메라 등록했어?"
"아니, 못했어."
"왜?"
"화가 나서 카메라 던질 뻔 했어."
남편은 노안으로 카메라에 적힌 시리얼 번호가 보이지 않아 결국 등록하지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 제가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



"그럼 핸드폰으로 찍어서 보면 되지!"
"와우! 우리 마누라 머리 좋은걸!"
"뭘 그 정도 가지고!"
"이제 무시하지 말아야겠어."
늘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여리게만 보는 남편이라 하는 말이었습니다.




▶ 남편이 줌으로 당겨 찍은 사진



밤이라 그런지 핸드폰으로 찍어도 깨끗하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숫자 0과 영어 Q를 구분하는 게 쉽지 않더군요.
그러자 남편은 자신의 핸드폰으로 줌 기능을 이용하여 당겨서 찍으니 훨씬 정확하게 보이는 게 아닌가. 숫자 밑에는 밑줄이 그어져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남편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남편은 역시 나보다 한 수 위였던 것입니다.

매일 같이 남편의 잔소리를 듣고 살아도 이유 있다는 걸 새살 느끼게 되는 하루였습니다.

서로 믿고 의지하며 사는 게 부부이며,
당신은 우리 가족의 대들보임을 인정합니다.

여보!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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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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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나이를 먹다보니 노안으로 많이 고생을 하지요.
    저 역시 예외는 아니니까요.ㅎㅎㅎ

    2012.06.17 10: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비밀댓글입니다

    2012.06.17 12:11 [ ADDR : EDIT/ DEL : REPLY ]
  4. 알콩달콩 사시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네요^^

    잘보고 갑니다.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2012.06.17 13: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이야기 잘 보구 갑니다^^
    아무쪼록 남은 주말도 좋은 시간 되시기 바래요^^

    2012.06.17 14: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ㅎㅎㅎ 부럽습니다..
    이런 글 보면 빨리 결혼하고싶어지네요..

    2012.06.17 16: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ㅎㅎ
    잠시 다녀간답니다~!!

    2012.06.17 17: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줌으로 땡겨 찍는건 정말 기가 막히군요

    저같아도 생각 못했을거에요 ㅎㅎ

    2012.06.17 18: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ㅎㅎ 저도 눈이 나빠져 마트에 가서 상품 고르기가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돋보기 장만했어요.^^

    2012.06.17 18: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시리얼 번호는 현미경으로 보아야 하겠군요
    일요일 저녁을 잘 보내세요~

    2012.06.17 18: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저희 부부도 이렇게 나이 들어가고 싶네요
    아직은 작은 글씨 잘 보이지만 곧 이런 날이 올텐데 그땐 오늘 배운 지혜도 기억해야겠습니다~

    2012.06.17 18: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부부끼리 존경을 해야 한다고 어데서 들은것 같은데
    기억은 짐 잘 나지 않지만..
    노을님 포스팅을 보니 서로 존경하고 믿고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예쁜 포스팅 잘보고 갑니다^^*

    2012.06.17 19: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좋은 모습이네요~~^^ 의지할 사람은 부부끼리밖에 없죠..

    2012.06.17 21:1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저도 눈이 보이지 않아 고생을 합니다.
    그맘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카메라로 찍어 확대하는 방법이 있네요....

    2012.06.17 21:59 [ ADDR : EDIT/ DEL : REPLY ]
  15. 행복한 두분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2012.06.17 23: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재미있는 사연인데요!
    라디오에 보내도 될듯.. ^^

    저도 기억하기 어려운 것들은
    빨리빨리 찍어서 보관해 버리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근데 이게 디지털치매를 부르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웬만해서 이제는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아서...
    점점 기억력이 감퇴한다는...^^;

    어쨌든, 재미있는 얘기 잘 보고 갑니다. ^^

    2012.06.17 23: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왕후

    두분 사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으십니다~
    작은것에서 행복을 찾아가시는...

    2012.06.18 00:48 [ ADDR : EDIT/ DEL : REPLY ]
  18. 비밀댓글입니다

    2012.06.18 00:49 [ ADDR : EDIT/ DEL : REPLY ]
  19. 시력 관리는 이래서 중요하지만 ...
    시간에 지남에 따라 그런건 정말 마음이 아프네요.
    그래도 알콩 달콩 사시는 것 같아 부럽습니다.
    서로 아껴 가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예쁜 사랑하시길 바라겠습니다. ^ㅡ^

    2012.06.18 01: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사랑초

    그래서 부부는 서로 모자란 곳을 채워주며 사는 가 봅니다.ㅎㅎ

    2012.06.18 04:54 [ ADDR : EDIT/ DEL : REPLY ]
  21. 오오~! 카메라 장만, 축하드립니다 ^^

    2012.06.18 14: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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