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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이불 속에 든 따뜻한 밥 한 그릇

by 홈쿡쌤 2011.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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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속에 든 따뜻한 밥 한 그릇>                                               

















검은 무쇠솥에 활활 타고 있는 장작불이 따뜻하게만 느껴집니다.

아마도 시골에서 보고 자라났기에 더 정감 가는 게 아닐까요?
보리쌀 푹 삶아 놓았다 솥 바닥에 깔고 그 위에 하얀 쌀 조금 씻어 함께 밥해 먹었던
아름다운 추억을 가진 사오십대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담고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고구마 몇 개 얹어 낮에 먹었던 유일한 간식거리였고,
풋고추 썰어 넣고 밥물 넘쳐 들어간 된장국 짭짤하게 만들어 먹는 그 맛은 엄마의 사랑이었습니다.

이제 세상이 많이도 변하여 시골에서도 무쇠솥에 밥을 해 먹는 일이 아주 드물어졌습니다.
하얀 수증기 내뿜으며 고소하게 누룽지 만들어 서로 먹기 위해 숟가락 부딪히며 싸움을 하면 늘 막내인 나에게 누룽지 그릇 슬쩍 밀어주던 언니 오빠들이 보고 싶어지는 날입니다.

며칠 전, 점심 약속이 있어 방학한 아들 녀석의 점심밥이 걱정되었습니다.
따뜻한 밥을 퍼서 이불 속에 넣어두고
"아들! 밥 이불속에 있으니 반찬이랑 챙겨 먹어."
"난 찬밥이 좋은데. 그냥 둬도 돼!"
"그래도 너무 차가우면 안 돼."
"알았어요. 다녀오세요."
따뜻한 걸 좋아해야 인복이 있다는 옛말도 있는데 녀석은 뜨거운 것보다 찬 것을 더 좋아합니다.

저녁이 되어 자려고 이불을 펴든 딸아이가 묵직한 밥그릇 하나를 발견하고는
"엄마야! 이게 뭐야? 깜짝놀랬잖아!"
"어? 이건 낮에 먹으라고 퍼 놓은 밥인데."
"밥을 왜 이불 속에 넣어? 전기밥솥 두고."
"응. 찬밥 먹는다고 하기에 미지근하게 먹으라고 넣어두었지."
알고 보니 아들은 밥은 먹지 않고 라면을 끓여 먹고 담아 둔 밥은 그대로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어릴 때 할머니가 가족을 위해 하셨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에는 친정엄마가 멀리 오일장에 가셨다 돌아오시는 아버지를 위해 항상 이불 속에 밥 두었다 따뜻하게 드시게 하시곤 했었습니다. 그땐 전기밥솥도 없었으니까 말입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밥을 제일 먼저 퍼서 이불 속에 넣곤 하셨습니다.
어머니가 가족을 향한 사랑이었던 것입니다.
엄마 생각이 나서 해 보았는데 녀석은 그냥 넘겨버렸던 것....

옛날과는 달리 가장의 위치는 돈만 벌어주면 된다고 하며 흔들리고 있다지만, 작은 이런 곳에서조차 아버지, 남편을 향하는 그 맘 조금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나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요? 밥 한 그릇의 따스함 아들에게 전해주지 못했지만, 엄마의 마음은 읽었으리라 여겨보는 날이었습니다.

오늘따라 엄마가 더 그리워집니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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