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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생각 깊은 남편, 아내를 무안하게 만든 한 마디

by 홈쿡쌤 2012.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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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깊은 남편, 아내를 무안하게 만든 한 마디



이제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가을이 느껴집니다.
무더웠던 여름은 위대했습니다.
위대했기에 그만큼 열매는 달았으면 하는 맘입니다.


며칠 전, 남편은 동창회가 있어 혼자 시골을 다녀왔습니다.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고구마를 팔고 있더랍니다.

저 멀리 차를 주차하고 할머님이 앉은 곳으로 가니
"왜 모두 그 끝에서만 사 가노?"
불만 어린 말을 내뱉는 할머니에게(맨 앞에 앉은 분) 다가서며
"그렇지요? 차를 주차하다 보니 모두 그냥 마지막 할머니께 사게 되나 봅니다."
"그러게 말이여!"
"이거 얼마예요?"
"이 작은 건 1만 원, 크기가 큰 건 2만 원이야."
5kg 1상자 1만 원짜리 한 박스를 사서 집으로 왔던 것입니다.


남편의 눈에는 앉은 모습이 꼭 요양원에 계신 엄마처럼 보이고,
또 고3인 딸이 고구마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저절로 멈춰지더라는 것.

아버지란 자리가 어쩔 수 없게 하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보면 사다 먹이고픈....






가만히 보니 손가락 한두 개만 한 아주 작은 고구마였습니다.
"아니, 이왕 사오는 거 상품 가치가 있는 좋은 거 좀 사오지."
그럴까 했는데 지갑은 없고 호주머니에 15,000원뿐이었다고 합니다.
"그럼 15,000원뿐이니 그냥 달라고 말이라도 해 보지 그랬어."
보통 함께 시장 나가면 저는 달라는 대로 다 주고 사는데 남편은 물건을 잘 깎는 편이라 한 말이었습니다.
"안돼! 그런 데서는 깎는 거 아니야."
한 푼이라도 벌어보려고 길거리에 앉은 엄마한테 그러면 안 된다고 말을 합니다.
"내가 조금 덜 먹으면 되지 뭐하러 그래"

"...................."
할 말을 잃고 나를 멍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잠시 후, 작다고 불만을 터뜨렸던 게 후회되었습니다.
손가락만 해서 그런지 가스 불에 올린 지 5분도 되지 않았는데
젓가락이 쑥쑥 들어가는 게 아닌가.
금방 익어버렸습니다.








"우와! 당신 고구마 잘 샀어."
"아까는 물건도 아닌 것 사 왔다고 해 놓고선."
"삶아보니 금방이고 맛도 괜찮아."
"한 박스 더 사와야겠다."

따끈따끈한 고구마 삶아 늦게까지 공부하고 오는 딸아이 간식으로 내놓았습니다.
"우와! 너무 귀엽다."
"맛도 있어."
"아빠가 너 주려고 사 왔데!"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살찐다고 걱정하는 녀석인데, 고구마는 또 잘 먹어 주었습니다.
아마 아빠의 사랑이 듬뿍 들어서 더 그럴 겁니다.



늘 남편 앞에서면 철없는 아내가 되어버립니다.
사려 깊은 당신이 곁에 있어 든든하고 행복합니다.


8월의 마지막날 마무리 잘 하시고
새로운 달 9월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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