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깊은 남편, 아내를 무안하게 만든 한 마디



이제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가을이 느껴집니다.
무더웠던 여름은 위대했습니다.
위대했기에 그만큼 열매는 달았으면 하는 맘입니다.


며칠 전, 남편은 동창회가 있어 혼자 시골을 다녀왔습니다.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고구마를 팔고 있더랍니다.

저 멀리 차를 주차하고 할머님이 앉은 곳으로 가니
"왜 모두 그 끝에서만 사 가노?"
불만 어린 말을 내뱉는 할머니에게(맨 앞에 앉은 분) 다가서며
"그렇지요? 차를 주차하다 보니 모두 그냥 마지막 할머니께 사게 되나 봅니다."
"그러게 말이여!"
"이거 얼마예요?"
"이 작은 건 1만 원, 크기가 큰 건 2만 원이야."
5kg 1상자 1만 원짜리 한 박스를 사서 집으로 왔던 것입니다.


남편의 눈에는 앉은 모습이 꼭 요양원에 계신 엄마처럼 보이고,
또 고3인 딸이 고구마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저절로 멈춰지더라는 것.

아버지란 자리가 어쩔 수 없게 하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보면 사다 먹이고픈....






가만히 보니 손가락 한두 개만 한 아주 작은 고구마였습니다.
"아니, 이왕 사오는 거 상품 가치가 있는 좋은 거 좀 사오지."
그럴까 했는데 지갑은 없고 호주머니에 15,000원뿐이었다고 합니다.
"그럼 15,000원뿐이니 그냥 달라고 말이라도 해 보지 그랬어."
보통 함께 시장 나가면 저는 달라는 대로 다 주고 사는데 남편은 물건을 잘 깎는 편이라 한 말이었습니다.
"안돼! 그런 데서는 깎는 거 아니야."
한 푼이라도 벌어보려고 길거리에 앉은 엄마한테 그러면 안 된다고 말을 합니다.
"내가 조금 덜 먹으면 되지 뭐하러 그래"

"...................."
할 말을 잃고 나를 멍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잠시 후, 작다고 불만을 터뜨렸던 게 후회되었습니다.
손가락만 해서 그런지 가스 불에 올린 지 5분도 되지 않았는데
젓가락이 쑥쑥 들어가는 게 아닌가.
금방 익어버렸습니다.








"우와! 당신 고구마 잘 샀어."
"아까는 물건도 아닌 것 사 왔다고 해 놓고선."
"삶아보니 금방이고 맛도 괜찮아."
"한 박스 더 사와야겠다."

따끈따끈한 고구마 삶아 늦게까지 공부하고 오는 딸아이 간식으로 내놓았습니다.
"우와! 너무 귀엽다."
"맛도 있어."
"아빠가 너 주려고 사 왔데!"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살찐다고 걱정하는 녀석인데, 고구마는 또 잘 먹어 주었습니다.
아마 아빠의 사랑이 듬뿍 들어서 더 그럴 겁니다.



늘 남편 앞에서면 철없는 아내가 되어버립니다.
사려 깊은 당신이 곁에 있어 든든하고 행복합니다.


8월의 마지막날 마무리 잘 하시고
새로운 달 9월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글쓴이에겐 큰 힘이 됩니다.
글이 마음에 들면 추천 한방!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정기구독+ 해주세요
Posted by *저녁노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전 댓글 더보기
  2. 저희 부모님께 얼마지나지 않아 고구마캐러오라는 연락이 오겠네요^^ 포스팅 재밌게 읽고갑니다^^

    2012.08.31 14: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따끈한 고구마 만큼 훈훈한 남편분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

    2012.08.31 15: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내가 조금 덜 먹으면 되지." 그 말씀 잘 기억해두겠습니다.
    손가락 굵기의 고구마가 먹기에는 더 편하더라고요. ^^
    8월 마무리 잘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012.08.31 16: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늘푸른나라

    건강을 위해서도 고구마 좋지요.

    남편의 마음씨가 하늘을 찌릅니다.

    좋아요.

    2012.08.31 16:20 [ ADDR : EDIT/ DEL : REPLY ]
  6. 시원한 동치미와 함꼐 먹으면 정말 환상적일꺼 같은데요.

    2012.08.31 17: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마음씀이 크신 분이네요. 감사히 보고갑니다.

    2012.08.31 18: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좋은 남편 두신거 같습니다 . 전 아직 어리지만 결혼하게되면 저런 남편 저런 아버지가 되어야겠네요 ....

    2012.08.31 18:51 [ ADDR : EDIT/ DEL : REPLY ]
  9. 잘익은 고구마처럼 넉넉함이 묻어납니다.ㅎ
    저희마을엔 맷돼지님이 아주 잘 드신 바람에..ㅋ

    2012.08.31 19: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참 행복한 가정 이구요 참 좋은 남편과 그아내 이십니다
    노상 에서 깊은 주룸에 검디검은 내어머니 같은 그모습은 보는 그마음
    요즘 보기드문 남 편 이십니다

    2012.08.31 19:36 [ ADDR : EDIT/ DEL : REPLY ]
  11. 저하고 같네요
    저도 절대 안깍아요..
    그냥 이것저것 막 사주고 말아요.
    고구마 넘 맛있겠당..
    아까 금요장 다녀왔는데 한봉지만 사올걸~~~~~~~

    2012.08.31 20: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구름

    저도 예전에 길에서 더덕을 파시는 할머니 모습이 안쓰러워 일찍 들어가시라고 있는 물건을 싹 다 사드린 적이 있었는데 집에 와서 어머니한테 호되게 야단을 맞은 적이 있었습니다^^ 다 중국산이라고 ....

    2012.08.31 20:41 [ ADDR : EDIT/ DEL : REPLY ]
  13. 와~~~
    공감이 되는 따뜻한 글입니다..
    고구마에 한표를~~~
    ㅎㅎㅎ^^*

    2012.08.31 21: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할머니에 대한 남편분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받고 갑니다.^^

    2012.08.31 23: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마음깊으신 남편분이세요...
    노을님!편히 쉬세요. ^^

    2012.09.01 00:28 [ ADDR : EDIT/ DEL : REPLY ]
  16. 항상 화목해 보이는거 같아서 보기좋아요. ^^

    2012.09.01 00: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남편분의 따뜻한 마음 ..
    생각보다 쉽진 않지요 .. 멋지십니다...

    2012.09.01 01: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남편분이 참 멋지시네요 ^^
    맛이 어떨지 궁금해지네요~

    2012.09.01 04: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올드맘

    부부는 비슷한 사람이 만난다고 하나봐요
    그런 남편의 사려깊은 마음을 헤아릴줄 알고 감사하게 따님한테 전할줄 아는
    당신도 사려깊은 아내입니다. 질투나^^

    2012.09.01 08:42 [ ADDR : EDIT/ DEL : REPLY ]
  20. 고구마보기는 뭐해도맛은 최고 좋은글 좋은맘 정말좋았어요~~

    2012.09.01 09:15 [ ADDR : EDIT/ DEL : REPLY ]
  21. 넘 든든하시겠습니다..
    저도 좀 배워야겠는걸요..^^
    근데 고무마 넘 맛나뵈는군요~

    2012.09.01 10: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wcs_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