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을이의 작은일상

제사상에 올리는 생선, 헷갈리지 않게 놓는 법

by 홈쿡쌤 2013. 4. 23.
728x90
반응형

 


제사상에 올리는 생선, 헷갈리지 않게 놓는 법





토요일 저녁에는 시아버님의 제사였습니다.
시장을 봐 두었다가 토요일 내내 남편과 둘이 지지고 볶았습니다.
할아버지가 처음 등에 업었던 아이가 우리 딸입니다.
사랑하는 자식도 어른들의 눈이 무서워 무릎 위에도 앉혀보질 못하고 살아오셨는데
맞벌이를 하는 셋째 며느리 때문에 손녀를 시골로 데려가 키우셨습니다.
주말이 되어 시댁에 가면 아버님은 우는 딸아이를 업고 마당 가에 이리저리 옮겨 다니시던 모습이 선합니다.





토요일이지만 멀리 있는 동서와 형님도 오후가 되어서야 도착하였습니다.
"여보! 오늘 뭐할 거야?"
"당신 도와야지."
"지짐이 뒤집어 줄 건가 보네."
"당연하지."
전도 굽고 나물도 볶고 생선도 구웠습니다.

그런데 남편과 둘이 말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생선을 프라이팬에 구우면서 남편은 자꾸 뚜껑을 닫습니다.
"뚜껑 닫으면 살이 처져서 안돼!"
"내가 알아서 할게. 아무 말 말아."
그리고 생선을 다 구워 접시에 담으면서 의견충돌이 있었습니다.
"아니야! 그렇게 담으면 안 돼!"
"맞아. 머리는 동쪽으로 하고 배 부분이 뒤로 가야 해!"
"아니야. 앞으로 와야 해!"
결국, 접시에 바로 담지 않고 그냥 늘어놓도록 했습니다.
시어머님이 오시면 담아내기 위해서 말입니다.




▶ 아버님의 중심으로 보면 왼쪽 사진이 맞는 방법이랍니다.


 

 





저녁이 되자 속속...가족들이 도착했습니다.
"형님! 동서! 생선 어떻게 담는지 기억나?"
"글쎄요. 할 때마다 헷갈려요."
"네가 담은 게 맞는 것 같아."
"그렇죠?"
남편은 절대 아니라며 어머님께 물어보라고 합니다.
"어머님! 생선 배가 어디를 향해야해요?"
"이게 맞아요?"
"아니, 거꾸로 담았네. 뒤집어엎어야지."
남편의 말이 맞았던 것.

"아부지가 드실 것이니까. 배가 아버지 앞으로 가면 돼!"
생선은 배 부분이 맛있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그래도 제사를 주관하는 남편 말 좀 들어라."
"................"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정말 상을 차릴 때마다 헷갈리는 부분이었는데 이젠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사실, 정해놓은 법은 없어. 우리 집만의 방식이지."
집집마다 다른 풍습이 있듯 말입니다.
"여보! 오늘 고생했어."
내가 맞다고 떼를 쓴 아내를 보고 남편은 먼저 말을 겁니다.
"당신이 더 고생했지."

다음부터는 절대 헷갈리지 않은 법을 배웠습니다.
"미안해요!"
그렇게 우리는 아버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잘 보낸 날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글쓴이에겐 큰 힘이 됩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