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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신종 인플루로 의사진단까지 받게 된 사연

by 홈쿡쌤 2009.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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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인플루로 의사진단까지 받게 된 사연
 

아들 녀석은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 온 ‘트럼펫’으로 중학생이 된 지금도 합주부 활동을 하고 있다. 여름방학 내내 아침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대회를 앞두고 맹연습을 거듭해 왔다. 늦잠을 자고 싶어도 시간 맞춰 가야 하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일어나곤 했다. 어느 날인가 너무 피곤해 하는 것 같아

“아들! 이제 한 학기만 지나면 3학년인데 합주부 그만하지?”

“선생님께 말해 봐!”

“알았어.”

토요일에도 연습하러 오라고 하시면서 담당 선생님과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저~ 선생님! 00이 합주부 그만 시켰음 하는데..”
“아니, 왜요?”
“이제 곧 3학년이 되는데 공부해야죠.”
“아니죠. 공부도 잘하고 취미도 살리고 하면 좋지요.”

“............”
너무 단호하게 말씀하시는 바람에 공부에만 신경 쓰는 엄마라 할까 봐 더 이상 말도 못할 지경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땀 흘리며 노력을 한 뒤 8월 25일 경북 안동에서 실시하는 전국합주 경연대회를 다녀왔다. 그리고 27일 개학을 하였다.


요즘 신종 인플루로 온 세상이 떠들썩하다. 학교에서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등굣길에 체온을 체크하고, 손 씻기 지도는 기본이고 심지어 마스크까지 쓰고 수업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오죽했으면 감기에 걸린 아이가 기침만 해도 친구의 시선이 달라진다고 하니 말이다.


어제도 긴장된 마음으로 지내고 있는데 오후에 아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 나 의사진단서 받아오래.”
“뭐?? 왜??”
간이 철렁 내려앉았다.

“응. 합주부 학생 중 한 명이 신종 인플루 의심환자로 판명 나서 학교에 안 나온대.”

“그래서?”

“보건 선생님이 합주부 모아놓고 병원 갔다 오라고 했어.”

“어쩌나? 엄마는 못 나가! 아빠한테 전화해.”
“혼자 갔다 올게.”

“그럴래?”

마음은 콩밭에 가 있으니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조마조마하게 기다리고 있으니 이상 없다는 소식을 남편이 전해준다.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서며

“아들! 합주부 애들이 몇 명이나 돼?”
“50여명 정도.”

“학교에서는 체온 안 재 봤어?”
“3학년만 하고 나머지는 병원 가라고 하더라.”

“그래? 병원 가니 어떻게 하든?”
“그냥 체온 재보고, 청진기 갖다대고 그러던데?”
“그게 다야?”
“응. 그리고 진단서 5,000원 주고받아왔어.”
“신종 인플루 검사는 코에 면봉을 갖다대고 한다던데...”

먼저 몇 가지 문진으로 건강한 상태를 확인하고 이상이 없다 싶어서 그랬을까? 청진기 하나로 진단서를 발급해 주는 게 전부란 말인가. 들은 것과 다르니 말이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 녀석이 건강한 상태라 인플루 검사는 하지 않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 아무에게나 끊어주는 책임성 없는 진단서가 아니기에 믿어야지.


1. 대회를 다녀온 지 며칠이 지났으며 ‘신종 인플루’에 대한 경각심이 미약하다.


2. 대회는 학생의 능력 향상과 학교의 명예를 위해서 교육의 일환으로 학교에서 일괄지도하에 실시되었기에 대회참가 학생들에게 각자 병원 진단을 받으라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3. 학교에서 결정된 사항을 간단히 요약, 프린트해 학생 편으로 학부모에게 전달 협조를 당부하는 것이 좋지 않았나 싶다.


4. 학교에서 일괄 인솔하여 진단을 받는 것은 어땠을까? 사소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학교는 학생의 문제를 책임성 있게 지도하지 못하는 모습이 아쉽다.


5. 오후 수업을 중단하고 귀가하는 것은 학습을 소홀히 보는 것과 같다.


위의 내용은 화가 난 남편이 아들 학교 홈페이지 '민원 묻고 답하기'에 올린 요약 글이다. 점심도 먹이지 않고 집으로 돌려보냈으면 학부모들에게 문자 하나라도 보내야 맞지 않는가? 몇 시간이었지만 엄마로서 애타해야만 했고, 일을 내팽겨 두고 달려나와야 했던 남편, 모든 걸 생각하면 아직도 끔찍스럽기만 하다. 이렇게 민감한 사안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그냥 쉽게 넘기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까울 뿐이다. 

* 예방 대책 방법 *

1. 흐르는 물에 손을 자주 씻고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는 것을 가급적으로 피해야한다.


2. 사람 많은 곳을 피해야한다.


3. 과로를 피하고 물을 많이 마시며 끼니를 거르지 않는다.


4. 피곤할 땐 술, 담배를 피해야한다.


5. 재채기를 할 때에는 화장지로 입과 코를 가린다.


6. 야외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한다.


7. 호흡기가 젖은 상태를 유지한다.


8. 발열이 생길시, 우선 병원에 간다.


그저 지나가는 홍역이길 바라는 맘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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