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들판, “보기는 참 좋구나!”
참 풍성한 가을입니다. 우리 논에 있는 벼를 타작해 주신 이웃 아저씨의 배려로 햅쌀로 차례를 지내고 시아버님의 산소를 찾았습니다. 뒷산을 오르는 길에도 가을이 가득하였습니다. 아무도 줍지 않는 떨어진 밤만 주워도 재미를 느끼게 해 주었고, 산과 들판에 자라는 과일과 곡식들은 그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느낌이었습니다.
작년에는 밤 수매 가격이 1kg에 1,200원 정도 했었는데, 올해는 2,300원으로 제법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저절로 떨어진 밤을 주워보니 가시에 찔리기도 하니
“아이쿠! 그냥 사 먹는 게 낫겠다.”
한 톨 한 톨 까고 주워야 하니 수확하는 일도 작은 일이 아니란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야! 밤 비싸다는 말하지 말아야겠어.”
“정말 그래요.”
밤을 좋아하는 딸아이는 욕심껏 줍는다고 자리를 떠날 줄 몰랐습니다. 아버님 산소에 가져간 그릇도 모자라 옷을 벗어 담아왔으니 말입니다.
▲ 고마리
시골 일이 어디 쉬운 일이 있나요? 누런 들판만 보면 어느 책에서 보았던 글귀가 생각납니다. 누런 황금 들판을 찍은 사진 한 장에 제목이 특이했기 때문입니다.
“보기는 참 좋구나!”
누구나 황금 들판을 보면 그저 아름답다는 걸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농부의 노고를 생각한다면 보기만 좋은 것이란 뜻이 담겨있었던...
지금은 모심기도 나락을 거둬들이는 일도 모두 기계화 자동화되어 힘든 일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릴 때에는 못줄 넘겨가며 모네기를 하였고, 나락을 베는 일도 낫으로 하였습니다. 며칠을 말렸다가 단을 뭉쳤습니다. 일을 빨리하기 위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엄마 앞에서 한 단 묶을 만큼 모아주면 뒤따라오던 엄마는 짚으로 나락 단을 묶었습니다. 그리고 묶은 단을 모아 발로 탈곡기를 밟아 타작하곤 하였습니다. 짚은 소를 먹이기 위해 짚단을 만들어 세워두곤 하였습니다. 그런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 나락을 거둬들이며 쌀을 만들었기에 황금 들판이 그저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다고 그렇게 표현을 한 것이 이제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시골풍경만 보아도 기분 좋아지는 건 아마도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고향의 모습이기에 더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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