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준비, 시어머님의 간섭과 관심?
토닥토닥 온종일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려앉습니다. 빗속을 뚫고 새벽길을 달려올 아들이 보고 싶어서인지 쉽게 잠들지 못하는 시어머님이십니다. 어제는 추석 차례상을 남편과 함께 재래시장을 다녀왔습니다. 마트로 발길 돌리는 사람들이 많아 그랬을까요? 줄어든 손님들로 상인들의 마음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당하게 된 화재로 시골집이 타 버려 우리 집에 와 계시는 시어머님. 시장을 봐서 들어서니 자못 궁금하신가 봅니다. 사 온 물건들을 하나하나 검사라도 하듯 뒤적거리십니다. 그러자 남편이
“엄마! 저리 가! 뭐 하는 거야?”
“그냥 함 보는 거지.”
“보기는 뭘 봐!”
꼬부랑한 모습으로 허리도 펴지 못하시면서 손을 대는 모습을 보고 하는 말이었습니다.
“어머님! 제가 할게요. 들어가세요.”
“오냐. 알았다.”
얼른 물건을 정리하여 냉장고에 집어넣었습니다.
뚝딱 저녁밥을 차려 먹고 난 뒤, 형제들이 오면 먹을 총각김치를 담기 위해 손질하여 소금에 절여놓고 파김치 담으려고 사 온 손질되지 않은 파를 들고 앉으니 시어머님도 곁에 앉습니다. 그러자 또 남편이
“엄마! 손 더러워져. 하지 마!”
“손 씻으면 되지. 어머님 도와주세요. 그래야 얼른 김치 담지.”
“그럴까?”
어머님, 그냥 하시게 내버려 두라고 남편에게 눈을 깜박이며 눈짓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또, 비린내 나는 생선은 남편이 비늘치고 내장 꺼내 손질을 깔끔하게 해 소금에 절여두었습니다. 그런데 김치 담는다고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시어머님이 손을 댄 모양입니다. 그러자 남편이 이번엔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냅니다.
“엄마! 참 못 살아. 비린내 나는 걸 왜 만져!”
“어머님! 비누로 깨끗이 씻으세요. 비린내 때문에 저도 생선 손대지 않잖아요.”
“깨끗이 씻었어. 냄새 한번 맡아 봐!”
“네. 됐어요. 얼른 손 닦으세요.”
“알았어.”
“아이쿠! 저래서 어떤 며느리가 좋아 하겠어?”
“............”
어머님 보기 어찌나 민망하던지 제가 할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83세의 나이이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이 나약 하신 분입니다. 어디 하나 아프지 않은 곳이 없으시고 혼자 겨우 화장실에 다닐만한 기력밖에 없으신데도 오늘만큼은 기운이 나시나 봅니다. 아마 자식들이 모인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객지에서 생활하다 추석이라고 몇 시간이 걸려도 내려오는 자식들이 보고 싶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당신 집에서 맞이하면 좋으련만, 셋째 아들 집에서 맞이해야 하는 불편한 마음 때문에 며느리를 돕고 싶은 것 아닐지. 그런 마음 헤아리지 못하고 남편은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쳐다만 보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허긴 평소 침대에서 죽은 듯 누워계시는 모습만 보아 왔으니 그럴 만도 하였습니다.
“여보! 당신 왜 그래?”
“아니, 자꾸 엄마가 이상하잖아! 가만있으면 될걸.”
“하고 싶을 때 하라고 그냥 둬. 더 나이 드시면 하라고 해도 못해.”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그러잖아!”
“못하시면 우리가 다시 한 번 더 하면 되지.”
“알았어. 이제 아무 소리 안 할게.”
그냥 편안하게 모시고 싶은 남편의 마음 헤아리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며느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마음 가지시고, 자식에게 폐 끼치기 싫다고 혼자 시골에서 지내시던 강한 자존심 살려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움직이셔야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저는 어머님의 행동 간섭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관심이라고 여깁니다.
“어머님! 전 부칠 때 도와주세요.”
“그리고 나물 무칠 때도 간도 봐 주시구요.”
“오냐. 오냐.”
금방 해맑은 웃음을 보이시는 아이 같은 시어머님이십니다. 형제들이 다 모이면 얼굴에 가득한 그 미소 더 크게 번져나가겠지요?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주시면 좋겠습니다.
‘건강 하세요. 어머님. 늘 우리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모두 즐겁고 행복한 추석 보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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