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팍 감동 발언 박경철 '내 아이 뇌성마비'
의사와 분석가는 언뜻 생각하기엔 어색한 관계입니다. 여기서 ‘작가’라는 타이틀까지 더하면 더더욱 셋의 관계는 삐거덕대기만 합니다. 그러나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박경철 원장에게 경제와 의술, 그리고 글은 별개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따뜻한 삶의 에세이와 냉철한 경제 이야기를 살짝 엿볼 수 있었던 21일 MBC '무릎팍 도사'
시골에서 자기가 나름 똑똑하다고 믿으며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란 어린아이에게 커다란 도시의 삶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집안 사정상 과외는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그는 평범한 듯 하면서 평범하지 않은 학창시절을 보냈고 지방 한 의대에 들어가게 되었지만, 그는 공부보다 책을 더 좋아하던 학생이었습니다. 우연히 놀러 간 친구의 집에서 자신은 가지지 못한 엄청난 양의 책들을 본 후, 그는 마치 한풀이라고 하듯 독서에 매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회적으로 어렵던 시절 경찰관이신 아버지의 박봉으로 학교에 나가 시간을 보내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 와중에 우연히 읽게 된 엘빈 토플러의 <미래 소크>란 책을 보고 ‘경제’라는 학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로 <타임스>, <뉴스위크>등의 의학기사를 한 쪽씩 번역하다 보니 자연스레 경제기사를 더 자주 접하게 되었고, 표지에 자주 등장하는 내용이 펀드나 주가상승 등에 관한 내용이었기에 그는 이를 통해 미국인들이 우리보다 20여 년이나 앞서 연금, 퇴직연금 등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 눈을 뜨게 되었고 이때부터 서점에서 주식 관련 책을 사다 읽으며 미래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이런 상황을 거쳐 ‘경제평론가’란 명함을 가지게 되었던 것.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이후, 가게의 빚을 갚기 위해 같은 의사인 아내와 죽을 고생을 해가며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를 엮어내게 된 것이 ‘작가’라는 명함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지만 환자들은 구원과 같은 존재로 단순히 의술을 펼치는 의사가 아닌 마음의 병까지 고쳐주는 의사가 되어주었기에 환자들도 마음을 열고 10여 년의 세월 동안 있던 크고 작은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책으로 엮어내게 되었습니다.
박경철 원장은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입담을 뽐냈고 안타까운 가족사를 전하며 서민들에겐 높기만 한 '의료의 벽'을 전면 비판했습니다. 자신의 아이가 출생하는 과정에서 의료사고가 터지며 뇌성마비 판정을 받았고 보호자와 의사의 역할을 동시에 하게 된 그였습니다. 부모의 정성어린 간호 속에 아이는 '기적'이란 표현을 쓸 정도로 상태가 호전되었지만,
"경험해보지 않은 분들은 전혀 짐작할 수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내가 이 아이보다 1초반 더 살고 죽기를 평생의 소망으로 삼고 살아가는 수십만의 부모가 있다. 우리나라가 그 정도까지 가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일 수도 있고, 약자에 대한 배려 문제일 수도 있다." 고 했을 때 장애우를 가진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같아 감동 받지 않을 수 없었고, 대게 밝히지 못하고 숨기고팠을텐데도 그 솔직함에 또 한 번 놀라고 말았습니다.
이어 "아이에게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그리운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아이든, 가족들이든 누군가를 좋아해주는 거 말고 그리워했으면 좋겠다는... 하루 2~3시간 지방도 마다않고 강의를 위해 바삐 뛰어다니는 모습에서 그의 성실한 삶이 녹아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강호동, 유세윤 등은 집요하게 주식투자 성공비법을 캐내려했으나“비결은 없다. 누구에게도 비법을 전해주지 않는 것이 시장이다”고 솔직하게 답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주식투자가 투기처럼 변질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진솔하게 전했고, 주식투자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올바른 투자관이라고 하였습니다.
최근 ‘무릎팍도사’는 최강희(애자), 수애(불꽃처럼 나비처럼), 하지원(내 사랑 내 곁에), 성유리(토끼와 리저드) 등 영화개봉을 앞둔 여배우들만을 집중적으로 초대해, 홍보의 장이 됐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시골의사 박경철’편을 통해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는 평가입니다. ‘무릎팍도사’는 그동안 엄홍길, 안철수, 김중만 등 연예인이 아닌 게스트가 출연했을 때 의미가 컸던 것은 시청자들에게는 연예인들의 가십성 자아 폭로보다는 사회 저명인사가 전해주는 잔잔한 삶의 지혜가 더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한 편의 감동 드라마, 인생역전을 본 것 같아 흐뭇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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