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오랜만에 산행을 하였습니다. 몸이 불편하신 시어머님을 두고 어딜 나선다는 게 뭣하였는데, 중3인 딸아이 벌써 기말고사를 치렀습니다.
“엄마! 갔다 와! 산행하는 것 좋아하면서 요즘 못 갔잖아.”
“우리는 그냥 가지 말까?”
남편의 고추 친구들의 모임이었습니다.
“아빠! 바람 한번 쐬고 오라니까. 할머니는 내가 돌볼게.”
“코에 바람이나 넣고 오자.”
안 갈 것처럼 하다가 갑자기 나서는 바람에 모자도 챙기지 않고 나선 길이었습니다.
밖으로 나서는 것조차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라디오 볼륨을 크게 하고, 흐르는 음악에 발장단을 맞춰가며 노래까지 흥얼거렸습니다.
“그렇게 좋아?”
“우와! 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네.”
알록달록 마지막 가을을 즐긴다는 게 이렇게 좋은 줄 몰랐습니다.
▶ 소나무 숲길
▶ 사각사각 낙엽밟는 소리가 들리는 듯
▶ 손길이 닿지 않는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11월 중순인 초겨울에 접어들었는데, 어찌하다 저렇듯 계절도 모른 채 피어났는지. 꽃을 보고도 가슴이 아려 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잎은 이미 단풍이 되어 지고 있건만 저 홀로 피어나 무얼 어쩌자는 것인지...
활짝 핀 꽃잎은 추워 보이기만 하였습니다.
초겨울 찬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피워낸 진분홍 진달래꽃은 붉게 물들어 떨어진 단풍잎과 어우러져 진풍경을 연출했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얼지나 않을지.
제 철도 모르고 꽃을 피운 미련함을 나무라야 할까?
▶ 바람결에 억새도 춤을 춥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산을 올랐습니다.
하동 옥종 - 옥산.614m
아담하고 소박하여 초보 산행자인 우리에겐 딱이었습니다.
사방이 확 트인 장쾌하고 황홀한 조망이 뛰어난 산.
북쪽의 주산 구곡산과 그 뒤 지리산 천왕봉,
서쪽 칠성봉 구재봉 분기봉,
북서 삼신봉, 남으론 이명산 금오산
그리고 동쪽 발밑엔 날머리 양구마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습니다.
산을 내려와 옥종 유황온천에 들러 피곤함을 날려버렸습니다.
오랜만에 가져보는 행복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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