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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옷고름에 걸려 주안상 쏟았던 새댁의 굴욕

by 홈쿡쌤 201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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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고름에 걸려 주안상 쏟았던 새댁의 굴욕



설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설빔 , 새 신발, 음식. 세뱃돈까지

가지지 못하고 입지 못하던 시절이었기에 더 그리운지 모를 일입니다.


우리 아이 둘도 사촌 형제들 만나는 재미로 명절을 기다리는 것 같더니 이제 중 고등학생이 되고 보니 기다려지지도 않나 봅니다.

어제는 딸아이가 한마디 합니다.

“엄마! 우리 설빔 안 사 줘?”
“설빔?”
“응. 설빔 말이야.”
“며칠 전에 옷 사 줬잖아!”
“그것하고 같아?”

곰곰이 생각하니 우리와는 달리 부족함 없이 가지고 싶은 것 말만 하면 되는 녀석들이지만 설빔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모처럼 실컷 먹고 주머니까지 훈훈했던 그 마음을 말입니다.

 

어릴 때에는 설을 앞두고 거미줄도 걷어내고,

가마솥의 황톳빛 엿물은 깨를 만나 강정과 유과가 되고

맷돌은 돌고 돌아 두부와 도토리묵을 만들어내었습니다.

방앗간에 가서 가래떡 해 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칼로 썰었었고,

형제들과 만날 생각으로 가슴이 두근거린 명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설을 기다리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그날이 다가와도 가슴이 뛰지 않고

더 맛있는 것을 먹어도 그때만큼 맛있지 않습니다.


명절이 되면 나를 부끄럽게 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서른넷, 서른셋 노총각 노처녀가 만나 결혼을 하였습니다.

처음 시댁에서 설을 보내는 날이었습니다.

아버님 어머님이 계시다 보니 친척들과 이웃어른들이 많이 찾아와 술상을 계속 차려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새댁이라 평소 입지 않는 한복까지 차려입고 말입니다.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팠지만 내색도 못하고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시어머님의 친정조카들이 우르르 몰려와 세배를 드리고 나니

“아가! 떡국 좀 끓여라.”

“고모님! 우리 그냥 갈게요. 안 먹어도 됩니다.”
“점심때인데 한 그릇하고 가”

“네. 그럴게요.”

얼른 술상을 먼저 차렸습니다. 어머님이 직접 만든 신문지가 붙은 강정과 형님들과 남편 흉보며 부친 전, 달콤한 식혜, 막걸리, 아껴두었던 문어 등을 담아 들고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만 옷고름이 밟혀 문지방에서 상 가장자리에 있던 강정과 전이 담긴 그릇을 방바닥에 쏟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옷 안 버렸으니 다행이다.”

“조심 좀 하지. 그랬냐?”

“죄송합니다.”

“괜찮다. 얼른 치워라.”

“...........”

주섬주섬 치우고 나오면서 어른들 앞에 얼마나 부끄럽던지....

 
장농 속 깊숙히 들어있는 한복이 되어버렸지만,
그 후 정확히 익혀 둔 옷고름 매는 법 잊지 않고 있답니다.

★ 옷고름 매는 법




벌써 20년이 되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이젠 초가집 저녁연기처럼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아름다운 추억만 남아 있을 뿐, 어느새 나이가 들어가면서 마음도 무디어지고 입맛도 변해가는 것인지 설날에 대한 즐거움도 입맛도 예전 같지가 않지만 그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늘 우리의 가슴을 방망이질하던 첫사랑처럼,

다시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시절을 되돌아보며 행복에 젖어봅니다.

즐거운 명절 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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