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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버린 가마솥 때문에 씁쓸했던 명절
고향이 그리워지는, 엄마가 보고 싶어지는 명절이었습니다.
해마다 명절이면 우리 집은 시끌벅적합니다.
어머님께서 건강할 때에는 시골로 가는 길목이라 형제들이 모이는 집합 장소 같다고나 할까요? 힘겨운 줄 모르고 동서들과 웃음을 창 너머로 넘기며 차례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시어머님 85세, 6남매 각자의 위치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키워내고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당신 건강하나 지키지 못하시고 치매로 요양원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막냇삼촌이 명절을 맞아 시어머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많이 여윈 모습이었습니다. 그래도 자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마음은 편안하신지 표정은 밝으십니다.
명절 아침, 얼른 밥을 차려 식사를 마치게 하고는
"어머님! 절 받으셔야죠."
"안 받으련다. 몸도 아픈데."
'네. 어머님! 시골은 가실 거예요?"
"여기까지 왔는데 조상님들 뵈러 가야지."
"그럼 같이 갔다 와요."
미리 내려가 차를 데워놓고 담요로 둘러싸서 모시고 시골로 향하였습니다.
▶ 양철로 막아 불을 지폈습니다.
지금 시골집은 어머님의 실수로 본채는 불타고 없고, 사랑채에서 차례를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군불을 지피려고 하는데 걸려 있어야 할 가마솥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아니, 대체 누가 이랬을까?"
"아무리 그래도 가마솥을 가져가는 사람이 어딨어?"
"정말 이해 안 간다."
차례를 모시러 온 사촌들도 이해 안 간다는 표정들이었습니다.
이리저리 둘러보니 돈이 될만한 물건은 다 가져가고 없었습니다.
탈곡기, 정미기, 재봉틀, 무쇠 가마솥 등 무거운 것까지 쓸어가고 없었던 것입니다.
"무거웠을 텐데 어떻게 가져갔을까?"
"돈인데 무거운 게 문제야?"
"밤에 와서 가져갔을까?"
"낮에도 시골엔 사람도 없잖아."
그저 이해되지 않는 행동에 의심만 증폭될 뿐이었습니다.
요즘 시골에는 어르신이 돌아가시고 나자 빈집이 하나 둘 늘어만 갑니다. 그 틈을 타서 사용해야 할 부엌에 있는 가마솥도 떼어가 버리고 없으니,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집어가는 심보 얼마나 고약한가.
골동품상이 가져가 되팔기 위해서?
옛 고풍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에?
우리 집 장식용?
아마 되판 돈으로 먹으면 영양가 몸으로 가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가게에 들여다 놓으면 장사 또한 아주 안 될 것 같고, 잘못 들여놓은 물건 하나로 집안일이 더 꼬일 것 같다는 생각 들지 않나요? 양심을 파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세상이 왜 이렇게 각박해져 가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저 씁쓸한 명절을 보낸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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