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혼자 생활 하시던 시어머님을 모셔온 지 두 달이 되어갑니다. 노인의 건강이 늘 그렇듯 좋아졌다 또 좀 나빠졌다 반복하며 생활하시고 계십니다. 원래 알츠하이머는 가까운 1분을 까먹어 버리고 먼 10년은 잘 기억한다는 병이라 약을 먹고도 또 먹겠다고 약봉지를 챙기곤 하여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너무 집안에만 있는 걸 심심 해 하시는 것 같아 가까운데 바람이나 쐴까 하고 나선 길이었습니다.
“여보! 어디 갈까?”
“엄마가 걸음을 걸을 수가 없으니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네.”
“아~ 우리 작은 어머님 계시는 요양원이나 갔다 올까?”
“그럴까?”
자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시면서 갑자기 입원했던 형님 봐야겠다며 병원을 따라나섰던 어머님이라 모셔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작은 어머님은 늘 제게
“네가 우리집안에 시집을 와서 난 너무 고맙다.” 하시면서 예뻐해 주신분입니다. 어머님보다 4살 위로 87세입니다. 평소 너무 건강하셔서 밭일까지 하시던 분이 어느 날 갑자기 쓸어져 119에 실려 병원으로 모셔졌습니다. 고혈압을 앓고 계셨는데 뇌출혈로 중풍이 오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옛말에 ‘건강은 장담하지 말라.’고 했던 가 봅니다. 병문안을 갔을 때, 겨우 사람만 알아보는 상태였고 왼쪽 수족이 마비되어 꼼짝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보름가량 치료를 하고 난 뒤, 요양원으로 모셔졌습니다. 아들딸이 있긴 하지만 몸을 가누지 못하고 병수발을 들어야하기에 그냥 요양원을 선택한 것입니다. 병의 정도에 따라 가격은 달라진다고 하였고, 건강보험에서 아직 등급 판정을 받지 못하여 월 1,300,000원을 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제법 시설도 깔끔하여 많은 사람들이 붐벼 차례를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차에서 내리면서 “어머님! 여기 작은 어머님 입원 해 계시는 병원입니다.”
“그래?”
함께 요양원으로 들어서니 옹기종기 모여 앉은 노인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병실을 찾아가니 너무 반가워하시는 작은 어머님
“작은 어머님! 안녕하셨어요?”
“아이쿠! 네가 왔나?”
“네. 어머님 모시고 왔어요.”
“형님! 형님 못 보고 죽나 싶었습니다.” 하시며 어머님은 눈물을 펑펑 쏟아내십니다.
“되는대로 사는 거지 뭐 우짜것노?” 손을 맞잡으시는 두 어르신...
여러 해 동안 고락을 함께 해 온 분들이라 그렇게 동서간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사 간 두유를 하나 따서 작은 어머님을 드시게 하고 난 뒤, 같은 병실에 누워계시는 할머니가 마음에 걸려
“여보! 할머니 드려도 되는지 물어봐!”
“아무거나 주면 안 되잖아.”
“알았어.”
얼른 달려갔다 오는 남편입니다.
“드려도 된다네.”
두유 하나를 따서 빨대를 꽂아 드시게 하니 쭉쭉 빨아 잘 들이키십니다.
가만히 보니 말은 알아듣는데 말씀을 하시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습니다.
“우리 할머니 너무 곱다. 젊었을 때는 정말 예뻤겠습니다.”
잔잔히 미소만 띄며 저를 바라만 보았습니다. 또 바로 앞에 누워계신 할머니는 하얀 천으로 두 손이 꽁꽁 묶어져 있었습니다. 식사 때가 되어 보호사들이 들어왔습니다.
“저 할머니는 왜 묶어 두세요.”
“안 묶어두면 난리가 납니다.”
“................”
“오늘은 그래도 얌전하네요. 묶어 놓은 것 풀지도 않고.”
뼈만 앙상히 남았는데 무슨 힘이 있어 저럴까 싶기도 했습니다. 오랜 기간 치매를 앓고 계신분이라고 하였습니다.
작은 어머님이 식사를 하시는 것을 보고 우리는 밖으로 빠져나왔습니다.
“작은 어머님! 우리 갈게요. 또 올게요.”
“오냐. 가거라.”
물끄러미 바라보시는 눈길이 안쓰럽기만 합니다. 손을 잡고 차에 올라타면서 시어머님을 보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아직은 그래도 혼자 머리도 감으시고 화장실에도 다니시니 말입니다. 모두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형제들이라 병이 더 깊어지면 어머님도 언젠가는 요양원으로 모셔지겠지만 요양원에 계시는 할머니들을 보니 지금 마음 같아서는 보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저 가족이 찾아가면 헤어지기 싫어하고 그리워서 “나 좀 데리고 집에가!” 하신다고 하니 말입니다.
어머님! 건강하세요.
아니, 더 나빠지지만 말아주시길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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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저녁노을님이 시어머님을 잘 모시니...
그것 때문에라도 시어머님의 건강이 악화되지 않고 계시지 않나 싶습니다.
답글
우리 엄마도 치매가 있습니다. 정말 더 나빠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래도, 좋은 며느리 덕분에 행복한 어머니 시네요.
끝까지 행복한 가정이 되며, 어머니로 인해 더 많은 것을 얻게 되는 축복이 있길 빕니다. 행복하세요. ^^
답글
노인들도 그나마 움직일수 있으면 얼마나 편한지 모릅니다.
못움직이면 얼마나 힘들까요.
주위에 요양원에 모신 사람들 이야기 들으면 남의 일이 아닌듯 걱정되더군요.
답글
거기에 계시는 분들 많이 외로울듯 합니다.
저희 처 할머니도 시골에 계신데 저희만 가면 어찌나 반기시는지..
자주 찾아뵈야 될꺼 같네요..
앗.. 그런데 노을님.. 월 1300만원 정도나 하나요?
가격이..
답글
130만원인데 동그라미를 하나 더...ㅋㅋ
죄송^^
월 1300...허걱 싶은데요..
역시 건강이 최고인거 같습니다.
노을님...글만 봐도 행복해지네요..
어머님이 앞으로도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답글
어르신들 요양원에 가끔 자원봉사를 가곤 했는데..
가고 뒤돌아 나올 때의 찡함이 있더라구요..
노을님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어머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
답글
정말 나이드실수록 건강이 중요하다는걸 새삼느끼네요..
우리어머님도 건강하셔야될텐데..자꾸만 여기저기가 아프다고 해서 걱정이 되요..
노을님시어머님도 건강하시고 작은어머님도 건강 되찾으셨으면 해요...
답글
맨 마지막 말씀이 가슴에 메아리칩니다.
건겅하게 살다가 그냥 조용히 가면 얼마나 좋을 까요~
답글
다 건강하게 사시다가 가시면 좋은데...
건강이란 알수없는것이지만 그저
노을님의 시어머님 건강한 생활하시고
작은 어머님도 건강 더 악화되시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답글
참으로 마음이 심숭샘숭합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일인지도 모릅니다.
많은 생각을 하고 갑니다.
답글
항상 우리들은 지금현실만을 보게되죠..다시말해서..한번쯤은 우리들도 우리들 부모님처럼
결혼을하고 아이를낳고 ,,손주도보게되고,,어쩌다 아프면 병원도가게되고,,,
더나아가서~ 시어머님, 시아버지가 되고~
노인분들 특히나 아프신분들을보시면... 인생을 어떻게살아야하는지,,나도 언젠가,,아플때,,노인이된다는것을요,,,현재 우리부모님이,,,우리곁을 지켜주는대신,,차우에는 내가 우리부모님을 돌봐드려야하는
상황이 옵니다,,
결혼..잘하셔야합니다,,특히나 여자 잘만나셔야하구요..남자도마찬가지~
진실로착하고 현명한여자를 만나고싶네요,,
답글
찡합니다
누구나 피하고 싶은...
답글
정말.. 남의 일 같지가 않아요~
답글
요양원...저렇게 좋은 곳은 아니라고 합니다. 저희엄마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셔서 요양원에서 실습하셨는데.....엄마가 거기 한번 갔다오시고는 할머니가 치매 걸리시기 전까지는 절대 저곳에 보내지 않겠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가면 친구도 사귀고 좋을 줄 알았는데...사람 묶어놓고...각자 혼자..하늘만 쳐다보거나.티비만 보신다고..차라리 집에서 혼자라고 티비 보시고 계시는게 더 낳겠다고 하시더라구요...
답글
전 어머님이 작년11월부터 아프셔서 6개월정도 병원생활후에 집으로 퇴원하셨는데..항시 사람이 있어야하는 상태라 가족들이 번갈아 보게 되었습니다..
집근처에 사무실을 가지고 있는 저희 부부가 거의 교대로 보곤하는데..물론 함께 사시니까 밤엔 항상
있습니다..그것도 한두달이지..사실 넘 힘듭니다..지금은 보조기구 사용해서 걸어다니시고 화장실 가시는것하시고..아직은 일어서거나 앉는시간은 많이 걸립니다.. 두달전부터 주간보호센터에 가십니다..집에서
할수있는건 티비보는게 다죠..점점 무기력해지시고 사람들만 보면 말을 하시고 싶어하셔서 사실 가족들이
매일 매일 다 들어줄수가 없답니다.. 저도 일하는 중간에 집을 두세번씩 올라가다보니 멀리도 못가고 늘 집근처에 매여있다보니 몸도힘들고 마음도 힘들고..이러다가 어머님보다 제가 먼저 어떻게 될거같더라구요.
집안일에 바깥일에 아픈시어머니에 어머니 보러오는 시댁식구들에..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어떻게 했나싶습니다..가족들 나름대로 다 고충이 있어서 보내는거라 생각해주세요..오죽했으면 같이 모시지 못하고 보냈을까..가족들이 쉬운선택을 하는것은 아니랍니다.. 옛말에 긴병에 효자 없다는말.. 이게 진리더군요..
답글
http://se9988.co.kr
좋은 글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노고와 모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생사는 자연의 섭리와 순리 이지만
노병은 관리에 따라 변화가 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이 함께 하시길 기원 드리니다.
내 병은 내가 고친다
답글
ㄹ¥ㄷ 좋은 글 감사합니다.
모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과 행복이 깃드시기를 기원합니다.
건강 지킴이 내 병은 내가 고친다
답글
너무 공감이 갑니다.
저는 노인 요양원에서 그렇게 노인들 한테 잘 해드린다기에
친정엄마를 보내드렸지요.
아주 좋다는 곳으로 골라서 보냈는데도
막상 엄마를 보내보니 얘기 듣던것과 틀리더군요.
그래서 5개월만에 다시 집으로 모셔옵니다.
답글
저는 5개월전 친정엄마를 한 요양원에 보내드렸습니다.
모두들 요양원에 가시면 너무나 잘 해 드린다고 해서요.
그래서 아주 좋다는 양로원으로 골랐습니다.
막상 그곳에 엄마를 뵈러가면 내가 생각했던것과는 다르더라구요.
그래서 며칠후 엄마를 다시 집으로 모셔옵니다.
내가 돌아가시는 날까지 모실려구요.
답글
연노하신 부모님을 양로원에 모시는 분들도 있고
또 집에서 모시는 분들도 있지만
나는 시어머님, 친정엄마를 집에서도 모셔보고
또 양로원에서도 모셔봤기에 내 개인의 생각을 한번 써 봤습니다.
한번 읽어봐 주세요.
http://www.donga.com/e-county/sssboard/board.php?tcode=04103&s_work=view&no=2431&p_page=1&p_choice=&p_item=&p_category=
양로원에 대한 나의 이 이야기는
코끼리 다리만 만져본 소경이 코끼리는 기둥같다 하는 이야기인지도 모릅니다.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