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의 눈물겨운 자식사랑
쌀쌀함이 전해오는 저녁, 퇴근 후 집으로 들어서니 거실에서 남편과 막내삼촌, 삼촌 친구분과 셋이 과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낯선사람이라 얼른
"안녕하세요?"
“형수님! 인제 오세요? 제 친구입니다.”
“어? 삼촌 웬일이세요?”
“그냥 엄마 한 번 보러왔어요.”
“네~”
저녁 시간이라 옷도 벗지 않고 부엌으로 달려갔더니 밥을 몇 숟가락 떠먹은 흔적이 보이는데 식탁에는 아무도 없는 게 아닌가.
“누가 밥을 먹다가 이렇게 두었어요?”
“누가 그러겠노. 엄마지.”
“왜요? 찬밥 다 되었는데 그냥 식사하시지.”
“막내아들 밥 없다고 먹고 가라고 저런다.”
“에이~ 새 밥 하면 되지. 금방 되는데.”
우리의 말을 듣고 있던 막내삼촌이
“형수님! 우리 신경 쓰지 마세요. 그냥 집에 가서 먹으면 됩니다.”
그러자 어머님이
“밥을 안 먹고 가면 어떻게 해!”
“그럼 라면이라도 끓일게요.”
얼른 냄비에 물을 받아 가스불에 올렸습니다.
물을 올리고 곰곰이 생각하니 밥이 없는 줄 알고 막내아들을 위해 당신 배 채우지 않고 먹지 않는 어머님을 생각하니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얼른 압력밥솥에 평소 물량보다 1.5배 더 부어 밥을 하였습니다. 치카치카~ 금방 끓는 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3분 정도만 더 있다가 불을 끄고 뜸을 들여 먹으면 꼬들꼬들한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가자미 두 마리 얼른 조림을 하고 밑반찬 꺼내 상을 차리려고 하는데
“여보! 이리 와 봐!”
“왜? 바쁘구먼.”
“아니, 당신 사진 찍을 일이 생겼어.”
귀가 쫑긋하여 달려가니
“이것 봐!”
“이게 뭐야?”
“엄마가 라면 끓여 오면 바닥에 놓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빨래판에 수건까지 얹어놓았어.”
사용하지도 않고 그냥 욕실에 세워 두었던 걸 들고나왔던 것입니다.
“세상에나~ 와~ 눈물겨운 자식사랑이다. 정말.”
“어머님! 식탁 위에 있는 냄비 판 가져오시면 되잖아요.”
“이게 널찍하니 좋잖아.”
우리는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눈물까지 흘러가면서 말입니다.
우리 어머님 83세, 그 나이에는 한 끼가 얼마나 소중한 일임을 알고 있습니다. 언제나 물어보는 게
“밥 묵었나?” 하는 말이 인사였던 시대를 살아왔으니 말입니다.
‘막내의 울음소리는 저승까지 들린다.’라고 했습니다. 사랑을 가장 작게 받고 살았기에 부모님 마음은 더 짠하게 느껴져 그런 말이 생겨났는지 모를 일입니다.
바쁜 와중에 사진을 찍고 곰곰이 생각하니 눈물 나는 모정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한 편의 감동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언제나 자신의 모든 것 다 내어주고 오직 자식을 위한 삶을 살아오신 그 세월이 녹아있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당신의 배는 곯아도 자식 입에 들어가는 것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는 말, 틀린 말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막내 아들과 함께 맛있게 밥 한 그릇을 뚝딱 드시는 어머님입니다.
저녁을 먹고 집으로 가기 위해 현관문을 나서는 막내삼촌
“형수님! 저녁 잘 먹고 갑니다.”
“아! 삼촌 잘 먹겠습니다.”
막내삼촌이 오시면서 어머님 드시라고 사골을 사 왔기 때문입니다.
“엄마 갈게.”
“오냐. 조심 해 가거라.”
고부랑한 허리로 현관까지 나와 아들을 배웅하였습니다.
그렇게 삼촌을 보내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와! 밥 안 해 먹이고 보냈으면 어머님이 뭐라 생각했겠노?”
“요년, 두고 보자! 그랬겠지?”
“호호호호~ 그러게.”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또 웃었습니다.
언제나 영원한 내리사랑을 보여 주시는 어머님.
오래오래 우리와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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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사랑은 참.. 저도 지금 아침부터 아버지가 먼저 전화로 제 안부를 물으시네요..
2009.11.27 09: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훈훈한 인정이 넘치는 감동 스토리 잘 보고갑니다.
2009.11.27 09: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저는 노을님의 각별한 어머님 사랑이..더 눈에 들어옵니다..ㅎ
2009.11.27 09: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너무 고움마음....착한며느리상 받아야 해요..ㅎ
어머니들은 꼭 자식들의 밥만큼은 챙겨주시네요.
2009.11.27 09: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가슴 따뜻해집니다.
너무 아름다우신 모습들이네요
2009.11.27 09:44 [ ADDR : EDIT/ DEL : REPLY ]정말 밥 한공기의 힘이 이렇게 크게 작용합니다.
저 처갓댁가면 처 할머니께서 제 밥그릇만 지켜 보고
계십니다. 어찌나 리필을 자꾸해 주시는지 소화제
챙겨가야할 지경이지요 ㅎㅎ
그런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나니 많이 그립네요
노을님댁 어르신도 가족분들도 겨울 돌아오는데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가슴 따뜻하고 훈훈한 감정 느끼는 글입니다.
2009.11.27 09:48 [ ADDR : EDIT/ DEL : REPLY ]어머니 사랑의 잔잔한 아름다움,,,,감동^^*
언제나 훈훈한 가족사랑 이야기..
2009.11.27 09:52 [ ADDR : EDIT/ DEL : REPLY ]건강하시고 장수하셔서 오래오래 이런 훈훈한 이야기 많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
저도 막내인지라.. 그런데 저는 부모님보단 제 윗윗둘째에게
2009.11.27 09: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사랑을 많이 받고있어요. 늘 제걱정만 하고있는 그런분이예요..
맨날 전화하고...;;;;; 갑자기 맘이 찡하네요 .
아...진짜 너무 가슴이 찡해지네요..ㅠ
2009.11.27 10: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노을님에 블로그에서 글을 읽으면 언제나 훈훈해 집니다.
2009.11.27 10: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즐거운 주말 보네세요.
고부간의 사랑이 부럽습니다.
2009.11.27 11: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어머니의 진한 사랑을 느꼈습니다.
2009.11.27 11: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이 세상의 어머니들은 모두 다 그렇겠지요.
울 어머니 뭐 좀 해드릴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
그러게요~~
2009.11.27 13: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엄마사랑은 세상 그 무엇에도 견줄수가 없다는 걸 엄마가 되고서야 깨닫게 되네요.
얼릉얼릉 받은 그 사랑 갚아야 하는데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내 아이 사랑하느라~
또 밀려나고,
그러다보면 시간은 자꾸 가는데,
맘만 아려온답니다.
노을님 글을 보니 가족들 간에 사랑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2009.11.27 14:20 [ ADDR : EDIT/ DEL : REPLY ]오늘도 좋은 글 너무 잘 보고 갑니다.
이제 주말인데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아휴..이렇게 또 짢해지는 사연이 ~~~~~
2009.11.27 15:46 [ ADDR : EDIT/ DEL : REPLY ]늘 수고 하시네요..모시기 정말 힘든 요즘시대에 말예요 ^^
언제나 훈훈한 노을님의 글....
2009.11.27 16: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진한 가족 사랑에 저 자신도 돌아보게 됩니다.
주말 행복하게 보내세요~
따순글 잘 보고 가요.
2009.11.27 19:31 [ ADDR : EDIT/ DEL : REPLY ]어머니의 영원한 내리사랑....끝이없는 것 같습니다.
노을님가족 늘 봐도 훈훈한 기분이 듭니다..
2009.11.27 20: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나두 나중 저런대우 받을란지 모르겠네요..^^
노을님 휴일도 즐거운 시간 갖으시길요..^^
노을님의 따뜻한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2009.11.27 21: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즐거운 주말 되세요
밥한끼에 내리사랑이라..
2009.11.28 20:39 [ ADDR : EDIT/ DEL : REPLY ]짠해지는 사연이라..
다들 너무 가식적이고
상투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