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의 작은일상2009. 11. 27. 08:28
 


시어머님의 눈물겨운 자식사랑




쌀쌀함이 전해오는 저녁, 퇴근 후 집으로 들어서니 거실에서 남편과 막내삼촌, 삼촌 친구분과 셋이 과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낯선사람이라 얼른
"안녕하세요?"
“형수님! 인제 오세요? 제 친구입니다.”
“어? 삼촌 웬일이세요?”
“그냥 엄마 한 번 보러왔어요.”

“네~”



저녁 시간이라 옷도 벗지 않고 부엌으로 달려갔더니 밥을 몇 숟가락 떠먹은 흔적이 보이는데 식탁에는 아무도 없는 게 아닌가.

“누가 밥을 먹다가 이렇게 두었어요?”
“누가 그러겠노. 엄마지.”
“왜요? 찬밥 다 되었는데 그냥 식사하시지.”

“막내아들 밥 없다고 먹고 가라고 저런다.”

“에이~ 새 밥 하면 되지. 금방 되는데.”

우리의 말을 듣고 있던 막내삼촌이

“형수님! 우리 신경 쓰지 마세요. 그냥 집에 가서 먹으면 됩니다.”

그러자 어머님이

“밥을 안 먹고 가면 어떻게 해!”

“그럼 라면이라도 끓일게요.”

얼른 냄비에 물을 받아 가스불에 올렸습니다.

물을 올리고 곰곰이 생각하니 밥이 없는 줄 알고 막내아들을 위해 당신 배 채우지 않고 먹지 않는 어머님을 생각하니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얼른 압력밥솥에 평소 물량보다 1.5배 더 부어 밥을 하였습니다. 치카치카~ 금방 끓는 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3분 정도만 더 있다가 불을 끄고 뜸을 들여 먹으면 꼬들꼬들한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가자미 두 마리 얼른 조림을 하고 밑반찬 꺼내 상을 차리려고 하는데

“여보! 이리 와 봐!”
“왜? 바쁘구먼.”
“아니, 당신 사진 찍을 일이 생겼어.”
귀가 쫑긋하여 달려가니

“이것 봐!”

“이게 뭐야?”
“엄마가 라면 끓여 오면 바닥에 놓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빨래판에 수건까지 얹어놓았어.”

사용하지도 않고 그냥 욕실에 세워 두었던 걸 들고나왔던 것입니다.
“세상에나~ 와~ 눈물겨운 자식사랑이다. 정말.”

“어머님! 식탁 위에 있는 냄비 판 가져오시면 되잖아요.”
“이게 널찍하니 좋잖아.”

우리는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눈물까지 흘러가면서 말입니다.


우리 어머님 83세, 그 나이에는 한 끼가 얼마나 소중한 일임을 알고 있습니다. 언제나 물어보는 게

“밥 묵었나?” 하는 말이 인사였던 시대를 살아왔으니 말입니다.

‘막내의 울음소리는 저승까지 들린다.’라고 했습니다. 사랑을 가장 작게 받고 살았기에 부모님 마음은 더 짠하게 느껴져 그런 말이 생겨났는지 모를 일입니다.

바쁜 와중에 사진을 찍고 곰곰이 생각하니 눈물 나는 모정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한 편의 감동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언제나 자신의 모든 것 다 내어주고 오직 자식을 위한 삶을 살아오신 그 세월이 녹아있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당신의 배는 곯아도 자식 입에 들어가는 것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는 말, 틀린 말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막내 아들과 함께 맛있게 밥 한 그릇을 뚝딱 드시는 어머님입니다.
저녁을 먹고 집으로 가기 위해 현관문을 나서는 막내삼촌

“형수님! 저녁 잘 먹고 갑니다.”

“아! 삼촌 잘 먹겠습니다.”

막내삼촌이 오시면서 어머님 드시라고 사골을 사 왔기 때문입니다.

“엄마 갈게.”
“오냐. 조심 해 가거라.”

고부랑한 허리로 현관까지 나와 아들을 배웅하였습니다.

그렇게 삼촌을 보내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와! 밥 안 해 먹이고 보냈으면 어머님이 뭐라 생각했겠노?”
“요년, 두고 보자! 그랬겠지?”

“호호호호~ 그러게.”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또 웃었습니다.


언제나 영원한 내리사랑을 보여 주시는 어머님.

오래오래 우리와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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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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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부모님의 사랑은 참.. 저도 지금 아침부터 아버지가 먼저 전화로 제 안부를 물으시네요..

    2009.11.27 09: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훈훈한 인정이 넘치는 감동 스토리 잘 보고갑니다.

    2009.11.27 09: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저는 노을님의 각별한 어머님 사랑이..더 눈에 들어옵니다..ㅎ
    너무 고움마음....착한며느리상 받아야 해요..ㅎ

    2009.11.27 09: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어머니들은 꼭 자식들의 밥만큼은 챙겨주시네요.
    가슴 따뜻해집니다.

    2009.11.27 09: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너무 아름다우신 모습들이네요
    정말 밥 한공기의 힘이 이렇게 크게 작용합니다.
    저 처갓댁가면 처 할머니께서 제 밥그릇만 지켜 보고
    계십니다. 어찌나 리필을 자꾸해 주시는지 소화제
    챙겨가야할 지경이지요 ㅎㅎ
    그런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나니 많이 그립네요
    노을님댁 어르신도 가족분들도 겨울 돌아오는데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009.11.27 09:44 [ ADDR : EDIT/ DEL : REPLY ]
  7. 꽃기린

    가슴 따뜻하고 훈훈한 감정 느끼는 글입니다.
    어머니 사랑의 잔잔한 아름다움,,,,감동^^*

    2009.11.27 09:48 [ ADDR : EDIT/ DEL : REPLY ]
  8. 언제나 훈훈한 가족사랑 이야기..
    건강하시고 장수하셔서 오래오래 이런 훈훈한 이야기 많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

    2009.11.27 09:52 [ ADDR : EDIT/ DEL : REPLY ]
  9. 저도 막내인지라.. 그런데 저는 부모님보단 제 윗윗둘째에게
    사랑을 많이 받고있어요. 늘 제걱정만 하고있는 그런분이예요..
    맨날 전화하고...;;;;; 갑자기 맘이 찡하네요 .

    2009.11.27 09: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아...진짜 너무 가슴이 찡해지네요..ㅠ

    2009.11.27 10: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노을님에 블로그에서 글을 읽으면 언제나 훈훈해 집니다.

    즐거운 주말 보네세요.

    2009.11.27 10: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고부간의 사랑이 부럽습니다.

    2009.11.27 11: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어머니의 진한 사랑을 느꼈습니다.
    이 세상의 어머니들은 모두 다 그렇겠지요.
    울 어머니 뭐 좀 해드릴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

    2009.11.27 11: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그러게요~~
    엄마사랑은 세상 그 무엇에도 견줄수가 없다는 걸 엄마가 되고서야 깨닫게 되네요.

    얼릉얼릉 받은 그 사랑 갚아야 하는데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내 아이 사랑하느라~
    또 밀려나고,
    그러다보면 시간은 자꾸 가는데,
    맘만 아려온답니다.

    2009.11.27 13: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노을님 글을 보니 가족들 간에 사랑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오늘도 좋은 글 너무 잘 보고 갑니다.

    이제 주말인데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2009.11.27 14:20 [ ADDR : EDIT/ DEL : REPLY ]
  16. 아휴..이렇게 또 짢해지는 사연이 ~~~~~
    늘 수고 하시네요..모시기 정말 힘든 요즘시대에 말예요 ^^

    2009.11.27 15:46 [ ADDR : EDIT/ DEL : REPLY ]
  17. 언제나 훈훈한 노을님의 글....
    진한 가족 사랑에 저 자신도 돌아보게 됩니다.
    주말 행복하게 보내세요~

    2009.11.27 16: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사랑초

    따순글 잘 보고 가요.
    어머니의 영원한 내리사랑....끝이없는 것 같습니다.

    2009.11.27 19:31 [ ADDR : EDIT/ DEL : REPLY ]
  19. 노을님가족 늘 봐도 훈훈한 기분이 듭니다..
    나두 나중 저런대우 받을란지 모르겠네요..^^

    노을님 휴일도 즐거운 시간 갖으시길요..^^

    2009.11.27 20: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노을님의 따뜻한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2009.11.27 21: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내리사랑

    밥한끼에 내리사랑이라..
    짠해지는 사연이라..
    다들 너무 가식적이고
    상투적이네요.....

    2009.11.28 20:39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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