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은 어디까지 전해 줘야 하는 걸까?
아름다운 것은 짧게 느낀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알록달록한 단풍 느끼기도 전에 '찰라'처럼 지나간 느낌이라서 말입니다.
이런 아름다운 계절, 선남선녀들이 결혼식을 많이 올리는 것 같습니다. 새로 인생을 시작하는 청춘남녀에게 축하를 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늘 행복함으로 채우는 나날이 될 수 있도록.
며칠 전, 엘리베이터에서 아래층에 사는 사모님을 만났습니다. 우리 아들을 낳으면서 살 게 된 집이라 제법 오래 살고 있어 가벼운 인사정도 나누며 지내는 이웃이기도 합니다.
"안녕하세요?"
"아~안녕"
이제 중2가 된 나보다 더 큰 아들 녀석을 보고는
"와. 정말 많이 컸다. 이제 엄마보다 더 크네."
"아 참, 우리 아들 11월 21일 날 결혼 해. 청첩장 하나 줄까?"
"네. 주세요."
"이웃끼리 서로 무슨 일 있으면 오가면 되지."
그렇게 청첩장을 받아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내 손에 든 청첩장을 본 남편이
"그게 뭐야?"
"응. 10층 선생님 댁에 아들 결혼시킨다네."
"그럼 가 봐야지."
정말 잊을 것 같아 달력에 동그라미를 크게 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아프신 시어머님 신경 쓰고 나 살기 바빠 예식은 멀리 서울에서 하기 때문에 가까운 뷔페에서 피로연이 열리는 날도 까맣게 잊어버렸던 것입니다.
"여보! 어떻게 해."
"왜?"
"밑에 집 결혼식 잊어버렸어."
"잘 했네."
"그냥 집으로 찾아갈까?"
"참 난처하네."
시간이 지나다 보니 피로연도 결혼식이 있는 날도 다 지나쳐 버렸습니다.
"사모님 만나면 미안해서 어쩌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갔다와"
"어휴 몰라. 나도."
한 라인에 살면서 어찌 한 번은 안 마주칠 수 있겠는가?
어제는 퇴근하면서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게 되었습니다.
"저~ 죄송해요. 날짜를 잊어버려서~~~"
"그럴 수 있지."
"............"
너무 미안한 마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너무 쏴아~했습니다. 안 찾아와서 서운하다는 말처럼 들리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그런 맘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래서 사람들은 청첩장을 받으면 세금 고지서라는 말을 하나봅니다.
이웃 간의 정을 모르고 살아서 그런 것일까요?
사람이 해야 할 도리를 못해서 그런 것일까요?
청첩장은 어디까지 전해 줘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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