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의 작은일상2009. 11. 25. 06:25
시어머님 모시고 노인요양원 가 보니..
 

시골에서 혼자 생활 하시던 시어머님을 모셔온 지 두 달이 되어갑니다. 노인의 건강이 늘 그렇듯 좋아졌다 또 좀 나빠졌다 반복하며 생활하시고 계십니다. 원래 알츠하이머는 가까운 1분을 까먹어 버리고 먼 10년은 잘 기억한다는 병이라 약을 먹고도 또 먹겠다고 약봉지를 챙기곤 하여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너무 집안에만 있는 걸 심심 해 하시는 것 같아 가까운데 바람이나 쐴까 하고 나선 길이었습니다.

“여보! 어디 갈까?”
“엄마가 걸음을 걸을 수가 없으니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네.”
“아~ 우리 작은 어머님 계시는 요양원이나 갔다 올까?”
“그럴까?”

자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시면서 갑자기 입원했던 형님 봐야겠다며 병원을 따라나섰던 어머님이라 모셔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작은 어머님은 늘 제게

“네가 우리집안에 시집을 와서 난 너무 고맙다.” 하시면서 예뻐해 주신분입니다. 어머님보다 4살 위로 87세입니다. 평소 너무 건강하셔서 밭일까지 하시던 분이 어느 날 갑자기 쓸어져 119에 실려 병원으로 모셔졌습니다. 고혈압을 앓고 계셨는데 뇌출혈로 중풍이 오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옛말에 ‘건강은 장담하지 말라.’고 했던 가 봅니다. 병문안을 갔을 때, 겨우 사람만 알아보는 상태였고 왼쪽 수족이 마비되어 꼼짝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보름가량 치료를 하고 난 뒤, 요양원으로 모셔졌습니다. 아들딸이 있긴 하지만 몸을 가누지 못하고 병수발을 들어야하기에 그냥 요양원을 선택한 것입니다. 병의 정도에 따라 가격은 달라진다고 하였고, 건강보험에서 아직 등급 판정을 받지 못하여 월 1,300,000원을 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제법 시설도 깔끔하여 많은 사람들이 붐벼 차례를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차에서 내리면서 “어머님! 여기 작은 어머님 입원 해 계시는 병원입니다.”

“그래?”

함께 요양원으로 들어서니 옹기종기 모여 앉은 노인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병실을 찾아가니 너무 반가워하시는 작은 어머님

“작은 어머님! 안녕하셨어요?”
“아이쿠! 네가 왔나?”
“네. 어머님 모시고 왔어요.”

“형님! 형님 못 보고 죽나 싶었습니다.” 하시며 어머님은 눈물을 펑펑 쏟아내십니다.

“되는대로 사는 거지 뭐 우짜것노?” 손을 맞잡으시는 두 어르신...

여러 해 동안 고락을 함께 해 온 분들이라 그렇게 동서간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사 간 두유를 하나 따서 작은 어머님을 드시게 하고 난 뒤, 같은 병실에 누워계시는 할머니가 마음에 걸려

“여보! 할머니 드려도 되는지 물어봐!”

“아무거나 주면 안 되잖아.”
“알았어.”

얼른 달려갔다 오는 남편입니다.

“드려도 된다네.”

두유 하나를 따서 빨대를 꽂아 드시게 하니 쭉쭉 빨아 잘 들이키십니다.

가만히 보니 말은 알아듣는데 말씀을 하시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습니다.

“우리 할머니 너무 곱다. 젊었을 때는 정말 예뻤겠습니다.”
잔잔히 미소만 띄며 저를 바라만 보았습니다. 또 바로 앞에 누워계신 할머니는 하얀 천으로 두 손이 꽁꽁 묶어져 있었습니다. 식사 때가 되어 보호사들이 들어왔습니다.

“저 할머니는 왜 묶어 두세요.”
“안 묶어두면 난리가 납니다.”
“................”

“오늘은 그래도 얌전하네요. 묶어 놓은 것 풀지도 않고.”

뼈만 앙상히 남았는데 무슨 힘이 있어 저럴까 싶기도 했습니다. 오랜 기간 치매를 앓고 계신분이라고 하였습니다.


작은 어머님이 식사를 하시는 것을 보고 우리는 밖으로 빠져나왔습니다.

“작은 어머님! 우리 갈게요. 또 올게요.”
“오냐. 가거라.”

물끄러미 바라보시는 눈길이 안쓰럽기만 합니다. 손을 잡고 차에 올라타면서 시어머님을 보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아직은 그래도 혼자 머리도 감으시고 화장실에도 다니시니 말입니다. 모두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형제들이라 병이 더 깊어지면 어머님도 언젠가는 요양원으로 모셔지겠지만 요양원에 계시는 할머니들을 보니 지금 마음 같아서는 보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저 가족이 찾아가면 헤어지기 싫어하고 그리워서 “나 좀 데리고 집에가!” 하신다고 하니 말입니다.


어머님! 건강하세요.

아니, 더 나빠지지만 말아주시길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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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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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래도...
    저녁노을님이 시어머님을 잘 모시니...
    그것 때문에라도 시어머님의 건강이 악화되지 않고 계시지 않나 싶습니다.

    2009.11.25 09: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우리밀맘마

    우리 엄마도 치매가 있습니다. 정말 더 나빠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래도, 좋은 며느리 덕분에 행복한 어머니 시네요.
    끝까지 행복한 가정이 되며, 어머니로 인해 더 많은 것을 얻게 되는 축복이 있길 빕니다. 행복하세요. ^^

    2009.11.25 10:13 [ ADDR : EDIT/ DEL : REPLY ]
  4. 노인들도 그나마 움직일수 있으면 얼마나 편한지 모릅니다.
    못움직이면 얼마나 힘들까요.
    주위에 요양원에 모신 사람들 이야기 들으면 남의 일이 아닌듯 걱정되더군요.

    2009.11.25 10: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거기에 계시는 분들 많이 외로울듯 합니다.

    저희 처 할머니도 시골에 계신데 저희만 가면 어찌나 반기시는지..

    자주 찾아뵈야 될꺼 같네요..

    앗.. 그런데 노을님.. 월 1300만원 정도나 하나요?

    가격이..

    2009.11.25 11: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월 1300...허걱 싶은데요..
    역시 건강이 최고인거 같습니다.
    노을님...글만 봐도 행복해지네요..
    어머님이 앞으로도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009.11.25 11: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어르신들 요양원에 가끔 자원봉사를 가곤 했는데..
    가고 뒤돌아 나올 때의 찡함이 있더라구요..
    노을님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어머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

    2009.11.25 11: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정말 나이드실수록 건강이 중요하다는걸 새삼느끼네요..
    우리어머님도 건강하셔야될텐데..자꾸만 여기저기가 아프다고 해서 걱정이 되요..
    노을님시어머님도 건강하시고 작은어머님도 건강 되찾으셨으면 해요...

    2009.11.25 13:16 [ ADDR : EDIT/ DEL : REPLY ]
  9. 맨 마지막 말씀이 가슴에 메아리칩니다.
    건겅하게 살다가 그냥 조용히 가면 얼마나 좋을 까요~

    2009.11.25 16: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다 건강하게 사시다가 가시면 좋은데...
    건강이란 알수없는것이지만 그저
    노을님의 시어머님 건강한 생활하시고
    작은 어머님도 건강 더 악화되시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2009.11.25 18:15 [ ADDR : EDIT/ DEL : REPLY ]
  11. 참으로 마음이 심숭샘숭합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일인지도 모릅니다.
    많은 생각을 하고 갑니다.

    2009.11.25 20: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외아들

    항상 우리들은 지금현실만을 보게되죠..다시말해서..한번쯤은 우리들도 우리들 부모님처럼
    결혼을하고 아이를낳고 ,,손주도보게되고,,어쩌다 아프면 병원도가게되고,,,
    더나아가서~ 시어머님, 시아버지가 되고~
    노인분들 특히나 아프신분들을보시면... 인생을 어떻게살아야하는지,,나도 언젠가,,아플때,,노인이된다는것을요,,,현재 우리부모님이,,,우리곁을 지켜주는대신,,차우에는 내가 우리부모님을 돌봐드려야하는
    상황이 옵니다,,

    결혼..잘하셔야합니다,,특히나 여자 잘만나셔야하구요..남자도마찬가지~
    진실로착하고 현명한여자를 만나고싶네요,,

    2009.11.25 21:12 [ ADDR : EDIT/ DEL : REPLY ]
  13. 찡합니다
    누구나 피하고 싶은...

    2009.11.25 21: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정말.. 남의 일 같지가 않아요~

    2009.11.25 22:31 [ ADDR : EDIT/ DEL : REPLY ]
  15. 순수혈통

    요양원...저렇게 좋은 곳은 아니라고 합니다. 저희엄마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셔서 요양원에서 실습하셨는데.....엄마가 거기 한번 갔다오시고는 할머니가 치매 걸리시기 전까지는 절대 저곳에 보내지 않겠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가면 친구도 사귀고 좋을 줄 알았는데...사람 묶어놓고...각자 혼자..하늘만 쳐다보거나.티비만 보신다고..차라리 집에서 혼자라고 티비 보시고 계시는게 더 낳겠다고 하시더라구요...

    2009.11.26 01:02 [ ADDR : EDIT/ DEL : REPLY ]
  16. 미소

    전 어머님이 작년11월부터 아프셔서 6개월정도 병원생활후에 집으로 퇴원하셨는데..항시 사람이 있어야하는 상태라 가족들이 번갈아 보게 되었습니다..
    집근처에 사무실을 가지고 있는 저희 부부가 거의 교대로 보곤하는데..물론 함께 사시니까 밤엔 항상
    있습니다..그것도 한두달이지..사실 넘 힘듭니다..지금은 보조기구 사용해서 걸어다니시고 화장실 가시는것하시고..아직은 일어서거나 앉는시간은 많이 걸립니다.. 두달전부터 주간보호센터에 가십니다..집에서
    할수있는건 티비보는게 다죠..점점 무기력해지시고 사람들만 보면 말을 하시고 싶어하셔서 사실 가족들이
    매일 매일 다 들어줄수가 없답니다.. 저도 일하는 중간에 집을 두세번씩 올라가다보니 멀리도 못가고 늘 집근처에 매여있다보니 몸도힘들고 마음도 힘들고..이러다가 어머님보다 제가 먼저 어떻게 될거같더라구요.
    집안일에 바깥일에 아픈시어머니에 어머니 보러오는 시댁식구들에..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어떻게 했나싶습니다..가족들 나름대로 다 고충이 있어서 보내는거라 생각해주세요..오죽했으면 같이 모시지 못하고 보냈을까..가족들이 쉬운선택을 하는것은 아니랍니다.. 옛말에 긴병에 효자 없다는말.. 이게 진리더군요..

    2009.12.17 19:13 [ ADDR : EDIT/ DEL : REPLY ]
  17. http://se9988.co.kr
    좋은 글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노고와 모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생사는 자연의 섭리와 순리 이지만
    노병은 관리에 따라 변화가 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이 함께 하시길 기원 드리니다.
    내 병은 내가 고친다

    2010.09.15 07:35 [ ADDR : EDIT/ DEL : REPLY ]
  18. ㄹ¥ㄷ 좋은 글 감사합니다.
    모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과 행복이 깃드시기를 기원합니다.
    건강 지킴이 내 병은 내가 고친다

    2010.09.23 00:20 [ ADDR : EDIT/ DEL : REPLY ]
  19. 너무 공감이 갑니다.
    저는 노인 요양원에서 그렇게 노인들 한테 잘 해드린다기에
    친정엄마를 보내드렸지요.
    아주 좋다는 곳으로 골라서 보냈는데도
    막상 엄마를 보내보니 얘기 듣던것과 틀리더군요.
    그래서 5개월만에 다시 집으로 모셔옵니다.

    2011.09.04 14:24 [ ADDR : EDIT/ DEL : REPLY ]
  20. 저는 5개월전 친정엄마를 한 요양원에 보내드렸습니다.
    모두들 요양원에 가시면 너무나 잘 해 드린다고 해서요.
    그래서 아주 좋다는 양로원으로 골랐습니다.
    막상 그곳에 엄마를 뵈러가면 내가 생각했던것과는 다르더라구요.
    그래서 며칠후 엄마를 다시 집으로 모셔옵니다.
    내가 돌아가시는 날까지 모실려구요.

    2011.09.04 14:28 [ ADDR : EDIT/ DEL : REPLY ]
  21. 연노하신 부모님을 양로원에 모시는 분들도 있고
    또 집에서 모시는 분들도 있지만
    나는 시어머님, 친정엄마를 집에서도 모셔보고
    또 양로원에서도 모셔봤기에 내 개인의 생각을 한번 써 봤습니다.
    한번 읽어봐 주세요.

    http://www.donga.com/e-county/sssboard/board.php?tcode=04103&s_work=view&no=2431&p_page=1&p_choice=&p_item=&p_category=

    양로원에 대한 나의 이 이야기는
    코끼리 다리만 만져본 소경이 코끼리는 기둥같다 하는 이야기인지도 모릅니다.

    2011.09.06 04:28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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