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의 작은일상2010. 1. 1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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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과외 포기하는 딸아이를 보는 엄마의 마음

 

이제 신학기면 고등학생이 될 딸아이 겨울방학 계획표를 짜서 실천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녀석은 ‘과학고’진학이 꿈이었건만, 1차 전형에서 합격하고 2차 구술면접에서 낙방하고 말았습니다. 어디를 가든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위로를 했건만 어제는 짜증 난 목소리로 엄마를 원망합니다.

“엄마! 엄마는 왜 다른 엄마들처럼 초등학생 때  억지로 안 시켰어?”
“뭘 말이야?”
“숙제만 해 가면 된다고 하며 공부 안 시켰잖아!”

“.............”

할 말이 없었습니다. 다른 엄마들처럼 강제로 시켰으면 지금 이렇게 힘들지 않아도 될 터인데 기초가 부족하니 더 그렇다는 말을 합니다.


사실, 고집불통인 남편 때문에 녀석을 학원에 보낸 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입니다. 어릴 때 피아노 미술학원에는 보냈지만 학과 공부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해 주질 않고 그저 도서관을 찾아 책을 빌려와 읽히는 게 전부였습니다. 딸아이의 공부욕심이 생기자 아빠를 설득하여 ‘수학’학원을 등록했습니다. 중학생이 되자 눈 돌릴 것도 없이 스스로 알아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3학년 때에는 전교 1등을 하고, 혼자서 공부해 생물올림피아드에 나가 금상도 받아오고 나름 과학고 대비를 해 왔습니다. 그런데 미역국을 먹고 보니 엄마가 원망스러운 가 봅니다.


며칠 전, 반 편성고사 준비도 하면서 고등학교 선행 문제집으로 열심히 수학을 풀다가

“엄마! 나 수학 과외 좀 하면 안 될까?”
“왜? 수학학원 다니잖아!”
“응용부분에서 조금 뒤떨어지니 특별과외나 좀 했으면 하고.”

“알았어. 아빠랑 의논해 볼게.”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변호사를 하시는 지인의 아들 과외를 했던 선생님과 연락이 닿아 만나고 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 형편으로 어림도 없겠더라.”
“왜?”
“한 달 해서는 안 되고 기본이 6개월은 해야 된데.”
“그렇게나 오래?”
“수업료도 장난이 아니더라.”
“얼마나 하는데?”
“일주일에 두 번 2시간 가르치는데 100만 원이란다.”

“헐~”

“방학 특별과외는 안된데?”
“이미 하고 있는 아이들 놓친다고 그렇게는 안 된단다.”

그리고 그 선생님은 학교에서 1~2등 하는 아이들, 부모들이 능력 있는 사람, 의사, 변호사 등의 아이들만 과외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딸아이

“엄마! 나 과외 안 할래.”
“왜? 하고 싶다며?”
“그냥 혼자서 해 볼게.”

“돈 때문에 그래?”
“아니.”

“6백만 원 투자해서 우리 딸이 잘 할 수 있다면 엄마 해 줄 수 있어.” 

무얼 어떻게 가르치는지 모르지만, 성적이 쑥쑥 오른다는 말에 귀가 솔깃하였습니다.
“아니야. 나 혼자 할게. 그렇게 돈 많이 들여서 하기 싫어.”

“..............”

“잘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럼 없던 걸로 한다.”

“알았어. 난 공부나 하러 갈래”

자기 방으로 쪼르르 달려가 버립니다.


과학고에 가고 싶다는 딸아이를 위해 남편은 이제야 아이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 준 게 없다는 걸 느낀다고 말을 합니다. 

‘실력 되면 가는 게지.’ 쉽게 생각을 했고, 다른 부모들은 많은 정보를 모아 아이에게 전해주고 공부 할 수 있도록 밀어주어야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저 자기 인생 스스로 해쳐가야 된다는 것만 알려주었으니 말입니다. 또 다른 지인은 지방에서는 실력 있는 선생님이 없기에 방학 때만 되면 서울 명문 학원을 등록하고 학원 옆에서 하숙까지 시키면서 1,000만 원을 넘게 투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으니 놀랄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합니다. 선행학습시키고 뒷바라지해 준 아이 따라갈 수 없는 건 당연한 사실이었다는 것.


다행히 공부하는 자세만큼은 잡아줘 간섭 없이도 알아서 하는 편이지만, 부모로서 딸아이를 위해 선뜻해 줄 수 없다는 게 너무 씁쓸했습니다. 우리가 공부하던 시절 옛날에는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이 통할지 몰라도 요즘에는 부모가 뒷받침해 주는 아이가 더 잘한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기운 없어 하는 엄마 마음에 비해 아무렇지도 않게 열심히 공부하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니 대견하기도 합니다.

‘그래! 어느 학교에 가나 공부는 자기하기 나름이지. 열심히 해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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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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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정말 효녀네요 ;;;

    전 공부하라는 부모님 피해서
    놀러다니기 바빴는데 ;;;

    2010.01.12 13: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비밀댓글입니다

    2010.01.12 14:38 [ ADDR : EDIT/ DEL : REPLY ]
  4. 고액과외 아니라도
    실력향상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과고를 생각한다면 어느정도의 선행학습은 꼭 필요합니다.

    2010.01.12 14: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따님 심성이 참 고운것 같습니다...
    대학교는 따님이 원하는 학교와 학과에 척하고 불을거에요..

    2010.01.12 15:3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이게 말로만 듣던 족집게 과외인가요~
    참 착한 따님을 두셨습니다.

    2010.01.12 16: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고3학생

    정말로 부러운 따님분을 가지고 계시네요.
    정말로 훈훈한 이야기이지만
    우리애들 공부를 잘시켜서 명문대 과,외고를 보내야지!
    라는 마인드의 세상과 현실이 너무나도 순수하고 연약한 아이들에게 가혹한것이 아닐까 하고 끄적여봅니다.

    2010.01.12 16:08 [ ADDR : EDIT/ DEL : REPLY ]
  8. 바다새

    돈 아무리 많으면 머합니까. 자식이 공부하기 싫다는데...쩝~

    2010.01.12 16:49 [ ADDR : EDIT/ DEL : REPLY ]
  9. 솔방울

    자기 주도적 학습법이 최고입니다.
    잘 키우시길..

    2010.01.12 16:49 [ ADDR : EDIT/ DEL : REPLY ]
  10. 자신의 각오가 있으니, 분명 좋은 성적을 거둘 것 같습니다.
    화이팅입니다. ^^

    2010.01.12 17: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아람

    100% 동감입니다. 아이들 머리만 좋고 열심히 한다고 되지 않는것이 요즘 현실입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당당하게 대응하다가도 막상 대학갈때가 되면 현실을 직시하지요. 그리고는 우리나라에서는 대학교의 세습도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못하게 됩니다. 물론 대학교의 서열은 아주 엄청나고요.

    2010.01.12 17:35 [ ADDR : EDIT/ DEL : REPLY ]
  12. 스스로 알아서 공부해주면 부모로서는 정말 고맙지요.

    2010.01.12 20: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스스로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셨으니 아쉬움은 없는거네요..

    우리 아들고교때도 과외 안시키고
    난 교육방송 부지런히 비디오에 입력시켜뒀다
    학교에서 오면 공부 하도록했으니..
    그래서도 공부는 잘 하더군요..
    노을님 화이팅입니다..^^*

    2010.01.12 21: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제가 보기엔...그 과외 안한것 보다 더..값진 보람을 찾으셨네요..
    대견한 따님입니다..
    아마도 혼자서도 더 잘해낼듯하네요..

    2010.01.12 21: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좀 생뚱맞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둘째 낳는 건 역시 어렵겟구나 생각이 들더군요.
    뉴스 인터뷰를 봐도 역시 교육비가 가장 큰 고민이더라구요.

    2010.01.13 02: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교육 문제만 나오면 답답해 지네요...

    .... 휴~ 그래도 우리 스스로 그 답을 찾아야 겠죠. 내 자신부터...

    2010.01.13 08:31 [ ADDR : EDIT/ DEL : REPLY ]
  17. sumerstar

    자녀들 교육을 위해 기러기아빠되는 상황이 십분 이해되는 상황입니다. 6백만원 천만원씩하는 과외를 가르치는 사람은 석박사급되는 사람일거 같은데...그 뇌구조가 이해가 잘 안갑니다..
    집안에 큰 빚이 있어 돈이 미친듯이 필요한게 아니라면....그정도 학식을 쌓았는데 인간적 성숙이 덜 되었는지..암튼 이해하기 힘들군요..

    2010.01.13 15:23 [ ADDR : EDIT/ DEL : REPLY ]
  18. 은제아빠

    저도 서울대 졸업하고 나이들어서 다시 공부해서 한의대를 다시간 공부해볼만큼 한사람인데 과외많이 시켜서 과학고 가면 가서 적응못합니다. 일반고 가더라고 따님처럼 자기 스스로 하는애들이 결국 마지막에 성공합니다. 저에게 중학교 이하 애들 데리고 가르쳐라면 잘하게 할 자신이 있습니다. 어지간한 애들 아니면 반에서 일등 시킬 자신이 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생은 그게 안됩니다. 절대적인 공부양이나 수준이 달라지기때문에 자기 스스로 공부하는 방식이나 여러과목에서 발생되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스스로 방법을 찾아내는 능력은 어려서부터 스스로 하는 애들 아니면 알수 없습니다. 과외를 많이 시키는 방식은 3류대갈애들을 2류대 보낼수는 있지만 절대로 일류대는 못갑니다. 올라가다가 한계가 반드시 옵니다. 제가 오랜 과외경험과 내주변 애들을 보내 내린 결론이고 100%는 아니겠지만 거의 애들이 다 그러더군요. 물론 머리는 아주아주 좋은데 게을러서 안하는 애들은 별도입니다. 희안한 애들도 있으니까요. 제가 볼때 따님은 아마도 고등학교 올라가면 아주 잘할것 같네요. 걱정 안하셔도 될것 같아요

    2010.01.13 18:30 [ ADDR : EDIT/ DEL : REPLY ]
  19. 비밀댓글입니다

    2010.01.13 21:51 [ ADDR : EDIT/ DEL : REPLY ]
  20. 자신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한다는 것은 어렵지만, 그 방법을 터득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좋죠.. 하지만, 아무리 쪽집게 과외가 좋다고 하더라도... 공부는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남들이 보다 앞서간다고 생각하고, 조급해 해봐도 언젠가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깨닫는 다면.. 그것은 아마도 로또복권보다 더 좋은 것입니다..

    2010.02.02 07: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안서운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가는군여

    2010.03.01 06:35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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